사회갈등 관리, 달라지고 있다
사회갈등 관리, 달라지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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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권력의 사회갈등 관리가 이전과는 다른 모양을 보이고 있다. #1.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일명 인혁당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피해자와 가족들은 국가로부터 초과 지급받은 배상금은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가가 그들에게 미리 지급한 배상금과 대법원에서 확정된 금액의 차액에 이자를 더해 반환하라며 소송을 낸 결과다. 재판부가 가집행 판결을 내림에 따라 국가는 이들을 상대로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번 판결로 국가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 77명을 상대로 낸 16건의 소송 가운데 3건에서 모두 승소했다. 국가가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반환을 청구한 초과 배상금은 251억원에 달한다.

#2.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노조 아님’ 통보함과 동시에 해직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규약을 개정하지 않고 해직자를 조합에서 탈퇴시키지 않으면 노조설립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교조에 전달했다. 이어 교육부도 각 시·도교육청에 고용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하는 대로 전임자 복귀공문을 발송하고, 전교조에는 임대 보증금 회수와 단체교섭 중단을 알리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이에 전교조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권고를 들며 ‘지금이라도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내어 정부의 규약 시정 근거조항이 이미 인권위에서 지난 2010년 삭제할 것을 권고했던 제도였음을 지적하면서 ‘단결권·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사회갈등, 다른 국면 직면하고 있어

국가권력 행사과정의 피해자들에게 초과 배상금 청구소송이나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이전 정권이면 생각도 못할 일들이다. 그간 민주화 관련 일이면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이었고, 전교조 역시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달갑지 않은 실체였던 것이 사실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권력이 이러한 일들에 대한 인식변화를 보이고, 거대 실체에 대해 실정법적 해석에 한치의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이전과는 다른 축을 가지겠다는 것이다. 그 준거는 실정법적 잣대나 사안의 합리적 접근성이다.

인간은 대체로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막을 내리는, 권력과 이해(利害)를 숨 가쁘게 뒤쫓는 영원하고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을 소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그 이기적 욕구에서 타인과 경합, 충돌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그것의 포괄적 표현이 사회갈등이다. 우리사회는 화합의 몸짓보다 경쟁적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기주의는 반인간적이고 반인류적인 병폐다. 이러한 상황의 진척은 각자 자신의 최선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도래되는 폐허화이고, 모두가 돌진해 들어가는 종착점이다. 여기서 폐허는 공멸, 모두의 죽음이다.

사회 갈등 관리의 축은 한 사회 내 여러 집단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상태, 즉 공익이라는 것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 각 집단의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당사자간 직접 협상 또는 사회적 조정 과정을 거쳐,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나갈 수 있다는 발상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유주의의 기본가치의 하나, ‘관용’(tolerance)이 확립돼야 한다. 관용은 견해나 신조를 고집하지 않는 것, 말하자면 공적인 일에 있어서나 또는 개인적 사안에 있어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견해나 신조를 절대적인 것으로 고집하지 않는 태도다.



협상과 타협, 사회 대립성 푸는 준거

사회는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이질적인 집단의 집합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의 대립은 필연적이고, 경쟁하는 개별집단 사이의 타협이 필수적인 덕목으로 등장한다. 이 경우 관용은 대립적인 이해관계의 존재를 서로 인정하면서 협상과 타협을 통해 그 대립성을 풀어 나가려는 호혜적인 자세를 가리키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되는 우리사회의 갈등은 일부이긴 하지만 건전한 비판, 정당한 문제제기,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을 벗어나 있다. 시민사회의 정치에 대한 기대는 정상적인 정치의 회복이다. 상식선에서 문제들이 해결되고 정책대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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