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약 7개꼴인 2400여개의 ‘지역축제 공화국’
하루 약 7개꼴인 2400여개의 ‘지역축제 공화국’
  • 경남일보
  • 승인 201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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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매년 봄·가을에 접어들면 전국 방방곡곡의 자치단체에서 봇물 터지듯 축제를 열어 즐기는 물결이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면 10월만도 전국에서 열린 축제가 수천 가지나 됐다. 민선지방자치제 이후 단체장이 과시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 축제라 그 종류와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자 많은 국민들이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닌가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고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닌 비슷비슷한 축제가 난무, 자치단체 간에 서로 자기 것이 우선이라며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과도하다 할 정도로 열리는 축제는 단체장의 선심성 개최, 단체간 중복 개최, 편성된 예산의 기계적 집행, 지역주민의 무관심 등으로 인한 행사실패, 예산낭비 등 문제점이 무수하다. 축제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해당 자치단체들은 경쟁하듯이 축제를 개최해왔다.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체성이 의심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지역축제 난립이라는 비판에 따라 통폐합을 진행한 곳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체장들의 선심성 지원 바로잡아야

전국적으로 열린 축제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보니 각각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비슷한 내용의 축제들로 넘쳐난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축제들의 비슷한 점은 축제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지역을 홍보하고 특산품을 알리는 축제 등으로 정리된 모양새로 불필요한 축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축제는 외지인이 찾고 알아줘야 빛을 발한다. 지역 주민만으로 축제를 즐긴다면 무슨 경제적 효과와 새로운 전통을 만들 수 있을까.

지난 1995년 단체장을 직접 선출하는 민선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역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심지어 어느 곳에서 축제가 성공했다는 소리에 너도나도 따라 하다 보니 유사한 축제가 각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모방한 서울청계천 등축제 등은 유사성을 두고 분쟁까지 생겨나고 있으니 지역축제는 어찌보면 ‘필요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축제 대부분은 사실상 선심성 예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성공한 축제는 진주남강유등축제, 강경·마포 젓갈축제 등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축제에 대해 자치단체는 냉정해 질 필요가 있다. 가짓수나 명분에 연연해하지 말고 안 되는 축제는 과감히 없애고 가능성 있는 축제를 집중육성, 알차게 만들어야 한다. 단기 성과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당장의 체면치레보다는 역사에 기록되는 걸작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들도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는 축제에 연평균 9300억 원의 예산이 집행, 세금인 혈세가 6년 동안 5조6000억 원이 투입됐다. 잘못되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허약하게 만들고 축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축제에는 적극 참여해 가꾸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마다 축제를 지역홍보와 지역발전의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좋은 축제는 주민들의 사기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관광객의 확보와 소비를 통한 생산 활동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축제라도 지역의 특수성과 축제의 성격을 달리하여 개별성과 고유의 특질을 살려내는 방식이 돼야 한다. 축제마다 변별적 특성은 살리고, 어디가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의 축제는 퇴출시켜야 한다. 갈수록 지역경제는 열악해지는데 예산만 탕진하는 지역축제는 대폭 수정 보완하여 주민 세금이 한 푼이라도 알뜰하게 쓰여 지기를 바랄 뿐이다.

많은 것도 문제지만 축제 알맹이 없다

문제는 축제에 대해 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지원을 바로잡아야 한다. 문광부도 축제가 전국적으로 연간 2400여개(예산 2600억원)로 약 하루에 7개꼴로 과도하게 열리고 있다고 추정만 할 정도로 ‘지역축제 공화국’이다. 대부분의 지역축제는 부실한 콘텐츠와 홍보부족, 유사축제 남발 등으로 경제적 효과를 떨어뜨리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축제는 관광객 유치와 연관이 될 때 성공한다.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관광객 유치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역축제 거의 대부분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을 판매하는데 그치다 보니 관광과 연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제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축제의 내용에 알맹이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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