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만병통치약
  • 경남일보
  • 승인 201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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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과장)
일교차가 많이 나서 새벽 운동은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거나 노약자는 단단히 챙겨 입고 나가거나 아니면 일출 후에 운동을 하는 등 건강에 조심해야 하는 계절인 것 같다.

최근에 발효식품이라 하여 모든 병을 치료하는 음식인 양 선전하고 몸에 좋다고들 아우성이다. 발효는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하여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말하는데, 우리생활에 유용하면 발효이고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한다.

우리들은 이전부터 발효식품을 충분히 먹고 있었고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식단을 갖추고 있다.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 등이 우리의 식단을 지켜온 전통음식이며, 최근에 등장한 요구르트, 치즈 등도 젖산에 의한 발효식품이다.

매스컴에서는 암에 걸린 환자가 수술 후 산골이나 농촌으로 이사하여 효소식품을 먹고 건강을 되찾은 경우를 종종 보여주고는 한다.

집안에는 막걸리를 이용하여 발효시킨 식초가 수십 가지가 있고 유기농 야채를 이용해 암 치료에 진전을 보이는 건강음식을 만들어 보인다. 사람들은 매스컴을 통해 병이 있기 이전보다 더욱 건강해졌다는 내용의 프로를 보고 효소식품이 모든 병을 치료하고 건강식품인 양 열광하고 집착하게 된다.

발효와 효소는 엄연히 다르고 구별되어야 하는데 일반 사람들은 비슷한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포도를 넣고 뚜껑을 닫아두면 미생물인 효모가 효소를 이용하여 유기물인 포도당을 분해하여 에탄올을 만드는데 뚜껑이 닫혀 있어 산소를 통한 미생물의 호흡이 불가능하여 무산소호흡이 이루어지고 이때 포도당을 완전히 분해하지 못하고 에탄올을 만든다. 이러한 발효를 알코올 발효라고 하는데 이를 이용해서 막걸리나 맥주를 만든다.

포도주의 소비량이 이제는 다른 술보다도 더욱 많아졌다고 하는데 건강을 위해서 포도주가 좋다고 하지만 이도 과음하게 되면 알코올에 의한 독성은 똑같다고 하겠다.

좋은 음식과 함께 한두 잔의 포도주는 약이 되겠지만 몇 병의 포도주를 좋은 음식과 안주 삼아 먹는다면 이는 다른 술과 마찬가지로 결국 알코올을 마시는 결과이다.

산골로 가서 건강만을 생각하고 살게 된 것이 만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하게 되어 건강을 되찾는 제일의 역할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판단일 것이다. 산골에서 업무를 하고 고민하고 발효주인 막걸리나 포도주를 매일 몇 병씩 마신다면 건강은 도리어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많은 건강식품들이 판을 치고 있어 우리를 당항하게 만들 때가 종종 있다. ‘감식초 소주가 몸에 좋다고 하더라, 멀티 비타민제를 술을 먹으면서 먹으면 취하지도 않고 좋다고 하더라’ 등 너무도 많은 비방이 있지만 이는 단지 술 먹는 이들에게 더욱 많은 알코올을 먹게 만드는 치명적인 처방일 뿐이다.

우리 몸에 상처가 생겼는데 아무리 좋은 약을 바른들 상처를 보호하지 않고 쉬게하지 않으면 상처가 아물지 않듯이 우리의 몸도 휴식이 필요하고 절제가 필요할 뿐이다.

소식하고 운동하고 휴식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은 우리들도 잘 알고 있지만, 술 많이 먹고 피곤하고 고민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건강식품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하고 밥 잘 먹는 게 최고의 건강식품이지 비싼 돈 주고 사먹는 건강식품은 마음의 위안 일뿐이다.

세상에는 먹는 만병통치약은 없고 좋은 생활습관이 만병통치약이고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는 마음으로 건강식품을 찾는 우를 범하고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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