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 정희성
  • 승인 201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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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취약 사업장 합동점검 동행취재
▲정동규 근로감독관이 내부 공사가 한창인 A아파트에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5일 오전 9시 30분 진주지역 A아파트 건설현장 입구에서 만난 고용노동부 진주지청 정동규 근로감독관의 표정은 편치 않아 보였다.

안전보건공단 경남지도원, 창원지검 진주지청과 공동으로 지난 28일부터 산재취약 사업장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지난 4일 오전 진주시 평거동내 상가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 인부 한명이 치료를 받다 숨졌기 때문이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정 감독관과 검찰관계자는 아파트 건설현장 사무실로 직행했다. 오전에 아파트 점검을 마치고 오후에 사고가 난 상가건설현장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안전보건공단 경남지도원 서용수 과장은 벌써 현장을 살피고 있었다. 현장사무실에서 공사관계자로부터 간단한 브리핑을 들은 정 지도관과 검찰 수사관은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 내부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안전모를 쓰고 이들을 뒤따랐다. A아파트는 진주지청에서 선정한 자율안전컨설팅 사업장 및 원·하청 상생협력프로그램 추진 사업장으로 분류된 곳이었다.

자율안전컨설팅 및 원·하청 상생협력 프로그램 사업장으로 선정되면 자율적 안전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인정받아 근로감독이 면제된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올해 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 승인이 취소돼 이번에 점검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파트 공사의 경우 초반 건물 기초공사 때 안전사고 비율이 높다. 하지만 현재 A아파트의 공사 진척률은 70% 정도. 정 감독관과 검찰 관계자는 내부를 꼼꼼히 살폈다. 그러던 중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인부가 눈에 띄었다.

정 감독관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안전모 착용하세요” 그리고 공사장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간간히 카메라로 사진도 찍었다. “뭐가 문젤까?” 초짜의 눈에는 보일 리가 없었다.

현장을 둘러본 뒤 다시 현장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서는 점검을 먼저 끝낸 서용수 과장이 도착해 있었다.

정동규 감독관은 지적사항을 공사현장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정 감독관은 “위험한 공정은 끝이 났지만 세부적으로 아직도 많은 점이 부족하다. 중대재해는 예고 없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며 “안전모 착용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어느 정도 페널티는 감수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현장 관계자의 답변이 이어졌다. 관계자는 “점검을 게을리 하면 사고로 연결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안전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감독관과 일행은 ‘현장 내 옥탑 외부 갱폼(거푸집)및 주경비실 옥상 슬러브 안전 난간 미설치’, ‘작업 발판재료 미흡’, ‘안전모 미착용’ 등의 내용이 적힌 확인서에 현장관계자의 사인을 받고 추락사고가 발생한 평거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고현장은 안전시설이 매우 허술해 보였다. 지붕에서 샌드위치판넬 조립을 하던 K모씨는 작업 중 높이 4.5m 의 지붕에서 떨어져 숨졌다.

추락방지를 위한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전띠를 지급했지만 안전띠 고리를 연결할 부착설비가 되어 있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안전띠 고리 부착시설을 설치하면 공사에 지장이 있어 설치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안전그물망도 없었다. 제법 높은 2층은 안전난간 대신 줄이 설치돼 있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동규 감독관과 서용수 과장은 ‘안전망이라도 있었으면…’하고 한숨을 쉬었으며 공사 관계자는 “죄책감이 든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정 감독관과 서 과장은 현장을 살펴며 작업환경 개선을 지시했다.

정 감독관은 “최근 서부경남을 비롯해 경남지역에 사망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재예방 분위기 조성 확산이 중요하다. 사업주와 노동자들은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엄정한 법 집행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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