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에 미친 세상, 마음이 가난하다
‘놀자’에 미친 세상, 마음이 가난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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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미래촌 아이童長)
연휴만 되면 온 나라가 차로 뒤집어진다. 아니 인천공항은 초만원이 된다. 경기가 없다는 데도 여행관광 상품이 동이 난다는 게 참 이상하다. 따뜻한 봄날이나 서늘한 가을철에 나들이 행락객이 붐빈다는 얘기는 옛말이다. 한여름·한겨울에도 연휴만 되면 관광상품은 동난다. 남들이 다하는 해외관광 한 번 못하고 세상을 뜰 수는 없다며 팔십 노인들도 길에 나선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덩달아 관광이다.

해외관광 한 번 못하고 일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을 향해 세상 헛살고 있다고 충고한다.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흠을 잡는다.

돈을 벌면 다행인데 돈도 벌지 못하면 영락없이 미치광이 취급이다. 지나간 산업시대에는 그래도 일에 미친놈을 칭송하고 위해 주었다. 한강의 기적은 일독에 빠진 사람들이 제 주머니 채우기보다 나라와 세상을 위한다는 명분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밤낮으로 일했고 휴일도 반납하며 이루어낸 열매가 성공산업 시대였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미친 짓이었다.

요즈음은 일을 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돈을 버는 것은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한 것, 즐기는 것은 오로지 자신과 가정의 울타리 안이면 만족이다. 열심히 일하고 하루 푹 쉬자가 아니라 적당히 5일 벌어서 이틀 신나게 놀자는 생각으로 꽉 차 있다. ‘인생을 즐기자고 돈은 버는 것’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술 마시고 노래하며 관광하고 잘 먹고 잘 놀고. ‘소비가 미덕’이라는 엉뚱한 소리가 세상 살림살이를 가난하게 만든다. 언론이, 나라가, 온 세상 분위기가 돈을 쓰라고 부추겨 댄다.

옛날 여행은 고행(苦行)이었다. 고생을 담보로 했기에 거기 깨우침과 배움이 있었다. 지금은 여행이 ‘놀자’의 대표가 되어 대중의 놀이가 되었다. 놀자·즐기자의 여행이 이제 나라 안은 시시하고 나라 밖으로 튀면서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여행이 아니라 ‘관광상품’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져 버렸다. 배움이니 깨우침이니 하는 번거로운 짓거리는 팽개쳤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즐기는 쪽에다 모든 정보가 맞춰졌다. 분명 우리 문화가 아니라 외래 문화여서 몸에 맞지도 않고 헐렁하다.

현재 지금을 즐기자는 베짱이가 옳은지, 내일을 준비하며 열심히 일하는 개미가 옳은지는 조금 더 두고 보면 안다. 분명한 것은 이런 ‘놀자’판으로는 기적의 열매를 따기는 틀려먹었다. 몸을 만족시키는 소비에 소득이 따르지 못하면 마음은 가난하고 불편하고 불만이고 불행이다. 땀나게 일하며 얻은 돈을 귀하게 쓰는 작은 정성들이 모여야 ‘마음 풍족한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김만수 (미래촌 아이童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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