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막차
  • 경남일보
  • 승인 201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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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환 (경남은행 남진주지점장)
“야야, 막차 놓칠라. 막차가 들어왔나. 아이고, 벌써 막차가 들어오네.” 어릴 때 할머니께서 하루에 서너 번은 혼잣말 하시던 말씀이다. 첫 번째는 걱정에서, 두 번째는 하루가 끝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세 번째는 하루 일과가 너무 일찍 끝나는데 대한 아쉬움에서 하시던 말씀이라는 것을 세월이 지나서 깨닫게 되었다. 막차의 사전적 의미는 그날 마지막으로 오거나 가는 차이다. 그런데 기성세대에게 막차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의미와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막차로 떠나 보낼 때의 마음은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안타까움과 불안함을 담고 있을 것이고, 막차를 탔을 때는 무사 귀가에 대한 안도감으로 다가올 것이고, 막차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리움과 설렘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막차는 전혀 새로운 의미로 쓰여지곤 한다, 누군가 특정분야에 투자를 잘못하여 수익은 고사하고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을 때 막차를 탔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이처럼 세월의 변화와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언어가 가지는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0~30년 전 대중교통이 아니고서는 지리적 공간이동이 어려웠던 시절에 막차는 일반인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애환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였으나, 소득수준이 높아져 개인소유의 차량이 필수적인 요즘은 시간적 제약이 대중교통에 의존할 때보다 훨씬 덜하게 됨에 따라 막차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도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비단 막차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전혀 듣고 보지도 못했던 신조어들이 홍수처럼 생겨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례로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에서조차도 신입 직원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몰라 묻곤 하는데, 그런 경우에 되돌아오는 반응이 나를 황당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금융용어가 사용되는 은행지점에서도 이러한데 인터넷 공간에서 생성되는 신조어를 제때에 따라잡기는 참으로 어려운 현실이다.

최근 이러한 언어적 행태들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걱정과 우려를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집에서 애들이 정체불명의 신조어와 은어를 사용하면 못마땅하여 제재를 가하기도 하는데 애들은 오히려 나를 대화가 되지 않는 답답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면 그 귀책 사유를 당연히 아이들의 몫으로 돌리곤 한다. 어느 날 운전 중 우연히 막차(영화 혹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

언어문화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당연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하여 최근의 사회는 과학의 급격한 발전이 공간과 시간의 제약으로부터 사람들을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하다 보니 언어의 생성과 소멸의 속도도 과거에 비하여 훨씬 빨라져야 함이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경남은행 남진주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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