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민주당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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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다양성은 생물 환경적 측면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그 존재양식의 다양성을 통해 건정성과 강인성과 발전성을 담보해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정국불안의 요인으로 작용만 하지 않는다면 정치의 다양성도 어쩌면 그 순기능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문제는 각각의 정당이 나름대로의 정체성만큼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과거 권위주의 정치시대의 야당처럼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시대의 정당은 분명 아니다. 이미 집권경험도 있는 야당이다. 그만큼 경륜과 안목과 지혜도 축적된 정당이다. 어제 오늘에 급조된 정당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야당이어야 할 것인가? 집권에 앞서 국가 안위를 먼저 챙기는 야당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안보문제에 관한한 정부정책보다 확고하고 선명한 정책으로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한마디로 천방지축(天方地軸)이다. 걸어 가야 할 이념적 지표나 사상적 배경이 없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과거 피를 흘리면서 독재와 싸우던 야당들이 어떻게 해 왔는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자유당시대의 정치인들은 대체적으로 일제의 압제에 시달리면서 한스럽게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그 시대의 정치인들은 반독재운동을 하면서도 한시도 나라의 안위(安危)를 걱정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라가 위태로워지면 야당의 자세에서 금방 애국지사의 자세로 돌아 설줄 알았다. 한 가지 예를 보자. 1952년 부산피난시절 이승만 대통령은 국회에서 재선될 가망이 없어지자 직선제 개헌을 추진했다. 일선에서는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후방에서는 자신의 권력장악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통근버스에 타고 있는 국회의원을 헌병대로 끌고 가서 감금하는 폭거까지도 서슴치 않았다.

이런 사태가 전쟁 중에 일어난 것에 분개한 참전 16개국 측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을 제거 하고 과도정부를 세우거나 아니면 신탁통치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의론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같은 정보를 접한 야당정치인들은 “신탁통치보다야 그래도 이승만 통치가 낫지 않겠나”하는 생각으로 발췌개헌을 무언(無言)으로 받아들였다. 자유당정부가 하는 짓이 정의롭지 못하고 집권기회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나라는 온전하게 보존시켜야겠다는 절박함을 안고 그들은 정치를 했던 것이다.

2·4보안법파동 때도 그랬다. 1958년 12월 24일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300명의 무술경위가 출동하여 농성중인 야당의원들을 짐짝처럼 들어 내 밖으로 내동댕이치는 아수라장의 상태에서 여당은 단독으로 순식간에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언론에 자갈을 물리려는 독소조항이 있어 야당은 죽기로 반대했던 보안법이다. 아울러 2년 후에 다가올 대선을 위한 사전포석이기도 하였다.

야당은 이에 반발해 등원거부로 맞서 자유당과 투쟁하기 시작했다. 협상의 돌파구도 찾지 못한 채 극과 극의 대립으로 정국의 앞날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 야당 당수로 있던 조병옥박사의 저 유명한 일성이 터졌다. 그것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다”였다. 무조건 등원을 하면서 정치의 복원을 꾀했던 것이다. 당시 야당정치인들의 국가의식이 지금 정치인들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가 하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유신 헌법하에서 개한투쟁에 온 국민적 역량을 총동원하다 시피하여 싸울 때도 야당은 나라의 안위를 결코 도외시 하지 않았다. 1975년 4월 17일 크메르공산군이 수도 프놈펜을 점령하고 정부군이 궤멸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4월 30일에는 자유베트남정부가 월맹군과 베트콩에 어이 없이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여야 정당은 정쟁(政爭)을 즉시 중지 할 것에 합의했다. 인도차이나 사태에 고무된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 올는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5월17일 임시국회를 열고 20일에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자는 요지의 “국가 안보에 관한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오늘의 정치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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