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여기(Here and Now)!
지금 바로 여기(Here and Now)!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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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 (한국농어촌공사 과장)
지난 9월 시작된 대장경세계문화축전 입장권 두 장이 생겼었다. 시간이 되면 가야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책상위에 방치해두었는데 폐막이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는 뉴스를 접하고 부랴부랴 일정을 조정해 지난주 일요일 가야산으로 향했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갸름하기 힘들다. 6000원짜리 입장권을 썩히기 아까워 자동차 휘발유를 태우고, 통행료를 지불하고, 밥값에 군것질이라도 할라치면 10만원 가까운 비효율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삶의 질을 논하고 자연에서 얻는 마음의 치유를 거론한다면 더 추달할 말은 없지만.

축전의 백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 진본(眞本)이 전시되고 120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되는 마애불 입상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당초 목표관람객 160만 명을 일주일 전에 조기 달성했다고 하니 축하할 일이다. 축전에서 마애불은 160만 명의 중생을 만났지만 나는 기억에 남는 세 사람을 만났다. 그 처음은 일주문 앞에서 만난 등산복 차림의 중년 신사분이다. 그 분은 주위사람들에게 떠벌리듯 ‘단풍은 팔공산 단풍이 최고야. 여기 단풍은 단풍도 아니야.’ 아니, 그렇다면 여긴 왜 오신 것일까? 누구한테 끌려서 온 것 같지는 않은데. 두 번째 만난 분은 마애불로 가는 등산로에서 만난 아주머니로 습기로 질퍽이는 등산로를 보고 ‘내려올 때 미끄러워서 넘어질 것 같다’며 걱정하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마치 천문학에 심취해 하늘을 보며 걷다 우물에 빠진 탈레스와 같은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등산로가 끝나는 산자락에서 액정이 깨져버린 스마트폰을 들고서 난감해하는 초등학생의 어머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이에게 ‘산에서는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지, 왜 들고 다니다 일을 내고 그래. 평소에 조심성 없이 덜렁거릴 때 알아봤다’는 등 지금 일어난 일과는 크게 상관없는 소년의 인간성과 버릇까지 끄집어내어 스스로 화를 돋우고 있었다. 저분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하는 의심을 정리해주는 생각 하나가 일어났다. 그것은 과거나 미래에 구속되어 현재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왕가네 식구들’이라는 TV드라마에서 툭하면 ‘나 미스코리아 나갔던 여자야’라고 말하는 첫째 딸이나, ‘인천항에 배만 들어오면 그깟 다이야반지가 문제겠어?’라고 했던 분이나 모두 과거나 미래에 매달려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불쌍한 분들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30%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40%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이며, 22%는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이고, 4%는 일어나도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며, 나머지 4%는 자신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모두 부질없는 걱정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하고 느끼고 즐기자. 오늘 당장 이렇게 나에게 주문을 걸고 수시로 이 주문을 외우자. 지금 바로 여기(Here and Now)~!

강신 (한국농어촌공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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