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담비처럼 강한 강소농 그리고 농업 6차산업
<농업이야기>담비처럼 강한 강소농 그리고 농업 6차산업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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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만 (도농업기술원 수출농식품연구과장)
호랑이가 사라진 남한 야생 생태계에서 담비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라는 사실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최근 보고에서 알려졌다.

지리산, 속리산 등지에서 4년간 담비의 행동권과 먹이습성을 연구조사 분석한 결과, 몸무게 3kg, 몸길이 60cm정도의 자그마한 체구지만 육식을 즐기는 사나운 맹수로서, 담비는 멧돼지, 고라니, 산양 등 자신 보다 훨씬 몸이 큰 포유류를 비롯하여 청설모, 다람쥐, 멧토끼, 두더지, 말벌 등 동물성 먹이가 50.6%를, 다래, 버찌, 머루, 감 등 식물성 먹이가 49.4%였는데, 담비 3∼4마리의 한무리가 고라니나 멧돼지를 연간 9마리, 청설모를 75마리 잡아먹는 것으로 추정했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역할을 분담해 공격하는 방식으로 훨씬 몸집이 큰 다른 동물을 제압하는 것이다.

즉, 담비 무리는 목표물을 발견하면, 한 마리가 먼저 목표물의 눈을 물어뜯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 뒤, 나머지는 목표물에 올라타 여기저기를 물어뜯는 식으로 사냥을 한다는 것이다.

담비가 즐겨 먹는 멧돼지나 고라니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야생동물이고, 청설모는 잣, 호두, 밤 등 고소득 견과류에, 말벌은 양봉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담비는 그 피해를 줄이는 활용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담비는 보통 포유류의 활동반경보다 20배 가깝게 넓은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생태계 조정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요약하면, 담비는, 체구는 작아도 주어진 상황에서 효율적이고 빠른 적응력, 탁월한 역할분담 등으로 야생 생태계에서 최고로 군림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농업, 농촌으로 옮겨본다. 우리 농업은 시장 개방의 물결 속에서 계속 어려움을 경험해 왔다.

농업소득과 농가 수가 감소하고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했다. 최근에는 자유무역협정의 확대와 구제역 파동, 기상재해 증가 등으로 농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제 한국농업은 침체의 길로 접어들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재도약을 할 것인지를 선택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소규모 가족농’에서 희망을 본다. 품질 뿐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서비스 경쟁력 등 우리나라만의 농업경쟁력을 살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리 농업의 희망 한 가운데에는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 강소농(强小農)’이 있다.

강소농은 맞춤형 역량향상모델에 생산기술, 마케팅, 디자인, 서비스까지 가미된 농업경영체이다. 강소농 육성을 위해서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원에 설치한 강소농지원단의 활동도 빛을 발하고 있다. 전통적인 작목별 전문분야에 농업경영, 유통, 마케팅 등의 전문가 그룹의 효율적이고 민첩한 컨설팅 및 역할분담을 잘하는 것은 앞서 얘기한 담비들의 활동상과 닮은 것 같다. 최근에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신성장 동력 ‘농업 6차산업’육성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1차산업(생산), 2차산업(가공), 3차산업(유통 서비스)은 있지만, 4차산업도 아닌 6차산업이라니? 6차산업이란,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가공(2차산업) 및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 서비스(3차산업)등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이라고 정의된다.

1차산업, 2차산업, 3차산업을 더하고 곱한 것이 6차산업이다. 6차산업화를 통하여, 부가가치를 증대하고(쌀 : 즉석밥 5배, 증류주가공 10.7배 가격상승),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문경 오미자 클러스터: 2005년 300농가 재배, 40억원 매출⇒ 2012년 1050농가 재배, 895억원 매출), 공동체 회복과 생산적 복지 향상(임실 치즈마을 : 매출액의 주민 배분, 고용창출, 마을기금 조성 운영) 등이 기대된다. 농업의 6차산업은 농가가 해야 할 숙제이며, 농촌에서는 이미 시작된 것이고, 이제는 농민 누군가는 해야 할 길이기도 하다.

이 길에는 우리 농촌진흥사업종사자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손길만 (도농업기술원 수출농식품연구과장)

손길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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