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네 식당서 맛보는 지난 봄 향기
국가대표네 식당서 맛보는 지난 봄 향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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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26> 덕유산 주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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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운해
 
 
 

덕유산은 덕이 많고 너그러운 산이라 하여 덕유산으로 부르는데, 남덕유산(1507m)에서부터 무룡산(1492m), 동업령(1320m)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주능선이며, 백두대간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최고봉은 향적봉(1614m)로 한반도의 남쪽에서는 보기 드물게 높은 산으로 250여 종의 식물과 116종의 조류, 446종의 곤충류, 19종의 어류, 95종의 거미류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이 된 산 중에 하나로 주능선의 양쪽 사면을 따라 깊은 계곡도 많이 있다. 남부지방에 위치한 산이지만 눈이 많이 내려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산이며, 봄에는 운해를 바라보며 걷는 철쭉 길,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를 찾아 즐기는 휴식처,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에 매료되어 힘든 줄 모르는 길, 겨울에는 눈부신 설경 속의 구상나무와 주목에서 흩날리는 눈보라가 장관으로 이루어 사계절 내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산이라 맛이 있는 여행은 덕유산 주변으로 여러분들과 함께한다.

덕유산의 품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3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거창 마리에서 수승대를 거쳐 거창군 북상면 갈계숲을 찾아간다. 추억의 갈계숲은 덕유산 기슭에서 발원한 원천이 송계를 지나 갈천에 이르러 동서로 나뉘어 흐르면서 시냇물이 섬을 만들고 수목이 우거져 아름다운 풍치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조선조 명종 때 유현(초야에 묻혀 사는 어질고 총명한 사람) 석천 임득번과 그의 아들 효간공, 갈천 임훈 등의 삼형제와 문인들이 시를 지으며 노닐던 곳으로 숲 안에는 가선정, 도계정, 병암정, 신도비 등이 세워져 지조 높은 선비들의 학덕을 기리고 있다. 30여 년 전 기억의 형상에서 별로 변한 것이 없어 더 친숙하고 반가운 벗을 만난 듯 행복하여 잠시 숲길을 걸으며 그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다가 송계사로 다시 달린다.

송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로 원효와 의상이 652년에 창건하였는데, 많은 고승대덕이 여기서 배출되었고, 임진왜란과 6·25 때 각각 전소된 것을 1969년에 중건하여 오늘의 모습을 갖추어 극락보전을 중심으로 명부전·산신각·요사채 등이 있으며, 문화재로는 아미타여래좌상 1구, 소종, 탱화 3점 등이 있다. 아름다운 송계사계곡을 끼고 올라 덕유평전을 거쳐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은 덕유산의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는 코스로도 유명하며, 근처의 당산폭포도 둘러보며 달음(달밤이면 구천동 33경중 하나인 구월담에 이 능선 그림자가 비쳐진다는 뜻)재를 넘어 구천동으로 가는 길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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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미가든 산채정식


당산마을과 갈항마을 사이로 난 꾸불꾸불한 길을 달리며 가을의 풍성함과 바야흐로 겨울의 문턱으로 향하는 삭막함을 스케치하며 신풍령을 향한다. 신풍령은 임진왜란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왜구와 싸워 험준한 지역에서 수많은 산짐승을 잡아먹으며 싸운 지역으로 산짐승들의 뼈가 이곳저곳 널려 있어서 뼈재라고도 하며, 주변 풍광이 뛰어나게 아름다워 수재라고도 부른다. 고개를 넘으면 약수터가 있는데 이는 거창에서 무주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에 신풍령이라는 휴게소가 있어 ‘신풍령약수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옛날에는 휴게소가 번창하여 고개를 넘기 전에 차라도 한 잔하며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여유를 즐길 수 있었는데, 폐허가 된 휴게소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재를 넘어 신풍령약수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시원한 물을 한바가지 마시며 점심식사를 할 곳을 생각한다. 신풍령약수는 심장병이나 위장병에 좋다고 하니, 이왕이면 오늘은 최고의 건강식을 청하고 싶어 별미가든을 찾아든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마재복 선수 아버지(최재한 분)가 운영하는 마재복가든으로 촬영한 장소는 실제 국가대표 최흥철 선수 아버지가 운영하는 여기 별미가든이다. 오늘 점심은 나의 취향에 딱 맞는 산채정식을 먹기로 했는데, 주인이 직접 덕유산에 올라 채취한 산채들을 섬세하고 깔끔하게 손질하여, 저장하였다가 계절에 관계없이 봄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식당으로, 동계올림픽 스키 국가대표 최흥철선수의 집으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먹어본 산채들은 대체로 좀 질겼는데, 여기서 차려내는 40여 가지의 찬들은 먼저 눈부터 행복하고, 한 입 먹어보면 산채의 향이 살아있어 식감이 부드러우며 참 맛깔스럽게 느껴진다. 식사를 하면서 주인의 삶 속에 배어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으며, 식당 명함에는 ‘스키 국가대표 선수의 집’이라고 되어 있는데, 3남매 모두가 스키 선수로 그 중 막내가 최흥칠 선수라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느새 식탁위에는 빈 그릇들이 가득하다.

구천동을 지나쳐 내려왔으니 다시 올라 백련사 특히 백련사 뒤 계단까지 한걸음에 다녀오고 싶지만 볼거리가 많은 덕유산의 조그마한 봉우리라도 오를 욕심으로 무주리조트로 향한다. 무주리조트는 약 200여만 평 규모의 사계절 복합휴양지이면서 설천봉 정상까지 올라가는 곤돌라가 있어 사계절 인기가 높다. 여기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올라 20분 정도 걸어 향적봉까지 다녀오거나 상제루에서 전망을 즐기고 휴게소에서 차나 식사를 하여도 운치가 있는 시간일 것이다. 운이 좋으면 여기서 첫눈을 볼 수도 있고 다양하게 연출하는 운해도 즐길 수 있어 자주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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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연의총


무주리조트를 빠져나와 무주읍으로 향하다가 구천동터널을 지나고, 적상산을 바라보며 치목치를 넘어 안성으로 들어가 덕유산 의병길을 둘러본다. 덕유산 의병길은 덕유산 일대에서 구한말 의병들이 활발히 활동한 곳인데, 그중 안성면 칠연의총에는 의병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남아 있는 곳이다. 덕유산을 거점으로 무주·장수·순창·용담·거창 등지에서 활약하던 시위대 출신 신명선 휘하 의병들이 끊임없이 일본군을 괴롭히다가 일본군의 기습으로 이곳에서 모두 전사했다. 칠연의총과 칠연폭포를 거쳐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덕유산 의병길은 안타깝게 순국한 의병들의 한과 설움을 곱씹으며 걷는 길이며, 용추폭포를 시작으로 칠연계곡과 문덕소계곡을 거쳐 칠연의총까지 이르는 길은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면서 덕유산을 의지해 활동을 펼친 수많은 의병들의 얼을 기릴 수 있는 곳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제 전라북도 기념물 제67호이며 덕유산 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사지인 원통사로 간다. 원통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던 당시의 규모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중창비문에 의하면 법당 외에 종각·누각 등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탄언·도영·혜옥·일학 등에 의해 당과 종각을 중창하고 불상을 중수했으며, 동종을 주조하는 등의 대불사를 하였다고 한다.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원통사는 의병부대가 항일투쟁의 근거지로 삼았으며, 1949년 여순사건으로 소실된 것을 1985년에 대웅전·선초당·초연교 등을 완성함으로써 옛 모습을 찾게 되었다. 대웅전 앞 누각터 옆에 1698년 탄언과 일학 스님이 법당과 종각을 중창하는 불사를 마치고 이를 기념하여 세운 원통사중창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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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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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대


이제 사선대를 둘러보기 위해서 육심령을 넘고 영각사를 지나 다시 북상면 황점리로 들어선다. 사선대는 월성계곡으로 불리는 북상면 상류 월성리에 있다. ‘북상 13경’ 중 제9경으로 월성계곡에 있는 경관 가운데 가장 탁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선대라는 명칭은 계곡 옆에 바위가 4층으로 포개어져 있고 대 위에서 네 사람의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에서 왔다고 전한다. 사선대 아래 계류가 모여 이루어진 연못을 사선담이라고 하며, 1909년 고종의 5남인 의친왕 이강이 전 승지 정태균을 찾아와 북상 위천 지방의 우국 청년을 모아서 의병 봉기를 도모하는 근거지로 삼으려 했다는 사연에서 왕실의 선원을 뜻하는 사선대로 불렀다는 설도 있다. 사선대는 그 경치가 기이하여 빼어나 조선시대 화가 김희성, 김윤겸 등이 그린 그림이 남아 있기도 하다.

사선대계곡을 출발하여 분설담을 지나 월성계곡을 따라 내려오며 오묘하게 어울려 펼쳐지는 아름다움에 빠져있을 즈음 월성계곡과 병곡계곡에서 흘러오는 분계천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아우라지가든에 도착한다. 아우라지의 뜻이 두 개의 물줄기가 한 개로 합쳐진다는 뜻인데, 위치에 맞게 식당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차림표를 살펴보고 건강식인 오리를 먹기로 마음먹고 생오리불고기를 주문하니, 시골 음식답게 평범하면서 새콤하고 고소한 샐러드, 도토리묵, 오이무침, 가죽절임, 다시마, 잘 익은 김치와 양파소스 등이 차려지고 버섯과 부추, 당면을 곁들인 생오리불고기가 나왔다. 일단 생오리와 버섯, 당면이 다 익어갈 때 부추를 올려 한 입하니 부추의 향에 오리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면서 입맛을 돋우어 생오리불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덕유산 주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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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오리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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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가든 상차림
덕유산 주변 맛길
덕유산 주변 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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