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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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내·외국인 8000여명이 모이는 큰 행사라는 국민일보 1면 머리기사를 보면서 지난 11월 6일 부산 벡스코에 갔다. 오후 8시 예배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미리 진행순서를 의논할 때 참여하신 분 같았다. 단상 위에서 마이크를 잡으신 그 분은 수요예배를 하게 된 것은 부산지역 목사님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져서였다고 설명하였다. 개최국 교회의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WCC는 공식행사로 통성기도 순서가 포함된 수요예배를 드리는 것이었다. WCC에 가입해 있는 140개국의 349개 교단 가운데에는 통성기도의 경험이 없는 곳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날 수요예배에서는 세계교회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예배순서지는 한국어를 포함하여 5개국어로 만들어져 있었다.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와 함께 오르간 연주를 들으면서 모두들 묵상기도를 하였다. 이어서 세 곡의 찬송가를 불렀는데 영어, 한국어 혹은 자기가 부르고 싶은 언어로 부르면 된다고 순서지에 적혀 있었다. 청소년 1명이 우리나라 말로 성경봉독을 하였고 설교는 두 분이 하셨다. 먼저 103세의 원로이신 방지일 목사님께서 '성령의 지배하에'라는 제목으로 우리는 오늘 배우러 온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주시는 복음을 받으러 왔음을 상기시켜 주셨다. 또 한 명의 설교자는 여성이었는데 미국 아프리칸감리교회의 목사님이었다. '정의를 위해 일어서자'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물, 공기, 토지를 영영 못쓰게 만들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는 위선을 꼬집었다.

이어서 아시아, 아프리카, 카리브해,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 북미, 태평양 등 8개 대륙별로 기도순서가 진행되었다. 대표기도와 통성기도, 찬송을 대륙별로 반복하였다. 대표기도는 젋은 남녀가 자기나라 언어로 낭독하였다. 기도문에는 세계교회의 부흥과 전도를 위한 내용과 함께 대륙별 구체적인 상황이 담겨 있었다. 찬송가는 악보와 함께 4~5개 국어로 되어 있는데 한국어는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아시아를 위한 대표기도는 각 나라별 당면과제와 함께 호주 원주민들의 가난을 아파하고 한국의 평화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내용이었으며 비록 교파가 나뉘어 있어도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기를 기도하였다. 아프리카를 위한 기도에서는 주님의 교회가 하나되어 성장하게 하시고 아프리카와 온 세계 속에서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는 빛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다.

유럽의 교회에서는 "자기들의 나라에서 방해를 견딜 수 없어 피신처를 찾아 저희들의 나라로 이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마음과 생각을 열어 그 이민을 진정으로 맞이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내용이었다. 라틴아메리카를 위해서는 "저희의 지도자들이 생명의 영원한 근거가 되는 숲과 강을 잘 보존하도록 인도하시고 결코 그것들을 상품으로 전환하는 일이 없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였다. 중동에서는 전쟁과 폭력, 압제, 굶주림 그리고 고국과 고향을 떠난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북미교회들은 청년을 위해 기도하였는데 "성공이라는 것이 남이 부러워할 경력이나 출세 같은 것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하시고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주시옵소서"라고 하였다. 태평양을 위해서는 각국의 통치자들이 자기 나라를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애쓰게 하시며 그들이 결정하는 정책들이 결코 부패와 연결되지 않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이렇게 진행된 대륙별 대표기도와 통성기도를 통하여 참가자 모두가 하나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어서 국악풍의 주기도문 찬송을 한국어로 하였다. 예배의 마지막 순서는 적혀 있는 보냄말을 모든 이들이 낭독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목회자의 축도순서가 일반적인데 그렇지 않아서 약간은 허전한 느낌을 받았지만 오히려 의미있는 마무리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으로 나가는 모두를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위해 파송기도하는 것이 한 명이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수요예배는 경건하고 진지하였다. 강자를 나무라고 약자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세계교회가 하나로 일치하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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