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착공 산업단지 해법은 없나
장기 미착공 산업단지 해법은 없나
  • 박철홍
  • 승인 201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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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실태파악 후 지정해제 여부 판단 내려야
청포
지난 2008년 산업단지 인·허가 간소화 특례법이 시행되자 경남에도 산업단지 승인이 봇물을 이뤘지만 사업시행사들이 정확한 기업 수요조사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수 년째 첫 삽도 못뜨고 있는 산단들이 생겨났다. 사진은 도내 대표적 장기 미착공 산단인 거제 청포산업단지 예정 부지.
 
 
 
경남에는 일반산업단지 10여곳, 면적으로는 450만㎡가 장기 미착공 상태다.

이들 산업단지들은 지난 2008년 MB정부 시절 산업단지 인·허가 간소화 특례법 제정·시행 이후 승인을 받았다. 특례법 시행으로 6개월이면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됐고 산단 승인이후 2~3년내에 착공을 해야 한다는 제한기간 규정도 없어졌다.

이 같은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경남에도 민간 개발방식의 일반산업단지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사업시행사들이 정확한 기업 수요조사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수 년째 첫 삽도 못뜨고 있는 산업단지들이 속속 생겨났다. 미국 리먼 금융사태로 인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조달 차질은 시행사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3년 이상 개발계획이 표류하면서 산단 예정지로 고시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사업시행사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은 아예 산단 개발을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지 소유자들은 산단 지정으로 재산권에 행사에 제한을 받으며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산단으로 지정되면 건축물의 건축, 공작물의 설치, 토지 형질변경, 토석 채취, 토지 분할, 물건 적치 행위에 대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 미착공 산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시행사가 사업권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경남도가 지정해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쉬운 일은 아니다. 시행사는 산단 인·허가 과정과 일부 보상으로 이미 많은 자금을 투입한 상태라 손을 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남도는 업체 사정, 향후 기업수요 등을 감안해 산단 지정을 해제하는 데 소극적이다.


◇경남도 “산단 지정해제, 행정적 실익 없다”

경남도는 지금까지 장기 미착공 산업단지에 대해 지정 해제를 한 적이 없다.

경남도 도시계획과 정정근 산업단지계획 담당관은 “경남도에서 산업단지 지정을 해제하더라도 행정적 실익이 없는 상태”라며 “수년간 개발계획이 미뤄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산단 예정부지 주민들이 심각하게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도내 장기 미착공 산업단지의 대다수는 입지가 안 좋다기 보다는 시행사의 자금조달 차질과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수요 부진 때문이다”며 “이들 산단의 경우 경기만 조금 풀린다면 기업들이 즉시 입주 가능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토부는 ‘자금난으로 산단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줘라’는 지침을 각 지자체에 내려 보냈다. 경남도는 장기 미착공 산단 10여곳에 대해 분기마다 현지점검을 실시하고 사업시행사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정근 담당관은 “도내 미착공 산단들을 살펴보면 시행사가 어느정도 자기자본을 투입한 상태로 인허가 절차와 보상으로 대략 1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며 “산단 조성 가능성이 아예 없다면 시행사가 사업을 접어야 하지만 이미 많은 돈이 투입된 상태에서 시행사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기 때문에 산단 지정해제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경남도는 장기 미착공 산업단지 발생을 막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실수요자 중심으로 산업단지 조성 심의를 하고 있다. 사업시행사의 자체 30% 분양분을 제외한 70%에 대해서도 기업투자의향서를 제출하도록 심의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다.
문태헌
문태헌 경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내 미착공 산업단지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사업추진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판단되는 곳은 지정해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착공 산단, 정확한 실태조사후 정리를”

문태헌 경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내 미착공 산업단지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사업추진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판단되는 곳은 지정해제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산업단지 조성은 정부 및 광역지자체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국가 정책, 경남의 전략산업, 향후 경기전망, 입지 조건, 기업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 미착공 산업단지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 년째 첫 삽도 못뜨고 있는 산업단지들을 사업시행사 말만 믿고 마냥 놔둘 순 없는 일”이라며 “경남도는 사업타당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 개발전망이 불투명한 산업단지의 경우 정리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산업단지 지정으로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온 토지소유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지정해제가 필요한 산단은 빠른 시간내에 해제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개발 규모가 큰 장기 미착공 산업단지의 경우 현실적으로 지정해제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 같은 경우 경남도가 시행사와의 협의를 통해 산단 조성 규모를 축소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 그는 무작정 새로 조성하는 것보다는 오래된 산업단지의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방향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립 40년을 맞는 창원국가산단이 최근 ‘국가산단 구조고도화 사업대상지’로 선정됨으로써 대규모 국비·도비·시비를 확보 받아 첨단복합산단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손상락
손상락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산업단지를 계속 조성하기보다는 기존의 미착공 산업단지들로 기업을 우선적으로 유도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황선필기자


◇“기존 미착공 산단으로 기업 유도를”

손상락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산업단지를 계속 조성하기보다는 기존의 미착공 산업단지들로 기업을 우선적으로 유도하는 행정이 필요하다”며 “사업시행사의 자금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미착공 산업단지들은 규모를 축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손 위원은 향후 미착공 산단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산단 승인을 해줄 때 이행보증금을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해 시행사가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도내에 소규모 산업단지들이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손 위원은 “소규모 산단은 그 자체로만 보면 계획적이고 허가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도내 전체적으로 보면 난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규모 산단이 지금처럼 우후죽순으로 조성될 경우 사회기반시설 건립 등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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