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생과 부모교육
수능생과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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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요즈음 사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으며 신이 난 사람은 고교 3학년들이다. 수험공부란 3년 간의 긴 터널을 뚫고 수능시험을 본 것을 마지막으로 각종 시험으로부터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리질러~’라는 주제로 ‘2013 수능생을 위한 한마음축제’가 지난 12일 진주시 초전동 진주실내체육관에서 4000여명의 수험생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여기 참석한 수험생들은 목청껏 소리 지르며 그동안 쌓인 입시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 보냈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친목을 도모하는 기회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웃고 떠드는 사진을 보는 우리의 눈과 마음도 즐거웠다.

그런데 고3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을 보았다고 이렇게 무조건 흥겨워해야 할까. 물론 그동안 스트레스를 견디며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의 땀과 열정에 우리 모두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하지만 수능시험 이후에 이렇게 소리 지르며 놀고, 음주나 흡연 등의 일탈이 예상되는 고교 3학년생들을 방치해도 될까. 마음이 흐트러지면 당연히 몸도 쉽게 흐트러질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수험생들의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으며 진로모색과 직업탐색에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수능시험은 끝났지만, 끝이 아니고 지금부터 오히려 자신의 성적을 고려하여 대학진학을 설계하되 장래 희망과 꿈을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바로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의 민주사회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계발에 기본이 되는 점은 무엇일까. 이는 바로 책임감이라 할 수 있다. 책임감이란 자기 앞에 주어진 어떤 상황이나 과제에 대해 나름대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다. 사실 고3 수험생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느라 자신의 의지대로 무엇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수반되는 책임을 져본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수능이 끝나고 시험과 공부에서 해방되면서 진공상태처럼 붕붕 떠 있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무한한 자유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것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만큼 효율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책임감을 회피할까. 그것은 우리가 실수함으로써 책망 받거나 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책망하거나 벌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주로 가족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아주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자책하는 습관을 배운다. 우리 부모들은 전제적인 양육태도나 자유방임적인 양육태도를 취하면서 자녀를 책망하고 비판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함으로써 책임감을 회피한다. 왜냐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비판을 감당하기는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녀가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도록 준비시키는 첫 번째 방법은 우리 자녀가 실수를 하거나 그릇된 행동을 했을 때 부모로서 자녀를 책망하거나 벌주고 싶은 충동심을 자제하는 것이다. 만일 자녀의 어떤 행동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 미래에 대해서도 그와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표본이 될 것이고, 만일 어떤 행동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다음 번에는 다른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똑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결국 두 가지 경우 모두 결과를 통해서 각각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부모가 부모역할을 잘한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자녀를 지도한다는 의미인데, 적극적인 부모는 자녀의 자유에 대한 욕구를 잘 인식하고 적당한 한계를 두고 허용한다. 즉 자녀의 나이에 적합한 한계성과 책임감을 설정하는 ‘한계성을 넓혀 가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수능에서 해방된 고3 자녀들에게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해 생활 속에서 여러가지 선택의 자유를 주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지도하자. 그래서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자.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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