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환경이 상생(相生)하는 국립생태원
인간과 환경이 상생(相生)하는 국립생태원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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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손자병법에 ‘황금빛 매미는 허물을 벗어야 만들어 진다’는 뜻의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매미의 수명은 고작 한 달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성충이 되기 위해서는 길게는 10년 이상이나 땅속에서 애벌레로 살아가야 한다고 한다. 때가 되면 애벌레는 땅을 뚫고 나무위로 힘겹게 올라가 껍질을 벗고 나서야 비로소 한 마리의 온전한 매미가 되는 것이다. 한갓 애벌레에 불과하던 생명체가 화려한 금빛 날개를 가진 매미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 어두운 땅속에서 준비를 한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이제 곧 국립생태원이 정식으로 개원한다. 그동안 국립생태원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매미와 같은 오랜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다. 국립생태원의 탄생은 기존개발방식을 과감하게 수정했다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갯벌매립을 통해 산업단지로 조성하려던 지역을 국립생태원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을 것인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이처럼 개발과 보전의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와 이익 창출을 위한 구심점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국립생태원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나 우리를 위협하는 뉴스들은 이제 일상이 된 듯하다. 재작년 일본을 초토화시켰던 쓰나미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수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에 나타나 엄청난 피해를 남긴 것이다. 피해현장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연이 우리에게 점점 더 강하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전 지구적 재해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어 국제적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1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도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문제들의 해결책 마련을 위한 국가간 공동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립생태원이 건립된 것은 시기적절하고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아울러 적응(adaptation)도 중요하나, 지금까지는 이를 위한 생태분야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생태계 조사, 복원, 기술개발 등을 통합적이고 전문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또한 국민들에게 다양한 배움과 체험의 장을 제공하여 올바른 환경보전을 위한 인식변화에도 앞장서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생태연구·교육·전시의 허브가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설계에서 시공까지 환경훼손을 최소화 하고 운영 시에 탄소배출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적용했다. 이런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기라도 한 것일까? 공사가 진행되던 국립생태원 내 용화실 못에서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20여 마리가 월동을 했고, 지난해 가을에는 원앙 두 쌍이 찾아와 번식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물새 서식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민이 행복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 에덴프로젝트의 경영자인 팀 스미트의 말처럼, 국립생태원도 머지않아 지역경제를 위한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지역의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한다. 지역에 2조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안겨준 영국의 에덴프로젝트도 지역과의 협력적 관계를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사업의 구상에서부터 운영까지 주민의 행복에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자연자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시골의 폐광이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로 재탄생한 것은 국립생태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랜 노력과 준비를 통해 허물을 벗고 멋진 모습으로 변화하는 매미처럼, 국립생태원도 금빛 날개를 펼쳐 힘차게 날아오를 때다. 한때는 산업단지 조성을 더 원했던 지역주민들이 앞으로 국립생태원의 발전을 통해, 정말 이전의 결정이 옳았고 더욱 값진 선택이었음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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