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독식시대
승자 독식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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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환 (경남은행 남진주지점장)
“경쟁이 극심하고, 괴물 같은 불평등을 낳고, 노력과 보상 사이의 불일치가 너무 크며, 승자가 파이 전부를 차지한다.” 이 말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저서 ‘블랙 스완(The Black Swan)’ 중 극단의 왕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지난 한 주 국내의 프로야구 스토브 리그(Stove League)에서 FA자격을 얻은 선수들의 계약내용이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이들 15명의 선수가 기존구단 또는 새로운 구단과 맺은 계약금과 연봉의 합계액이 523억으로 1인당 평균으로 35억원, 최고 계약금액은 75억원이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부러움과 시샘, 허탈감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국내 프로야구 역사 30년, 연간 700만 명에 다다르는 관중 수, 경기 시청률, 멋진 플레이와 팀의 성적으로 모기업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대한 기여도 등을 감안하면 실력 있고 스타성 있는 선수가 이 정도의 몸값(대개 4년 계약기간 동안의 연봉 및 계약금 합계액)을 받는 것은 이들 선수들의 노력과 땀의 정당한 대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들 대박 몸값 선수들과 프로야구 선수들의 최저 연봉인 2400만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선수들의 재능과 노력이 이들 사이의 몸값만큼이나 간극이 큰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극단의 왕국은 자가증식하는 직업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즉 노동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지 않는, 따라서 노동의 총량의 한계에 종속되지 않는 직업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J.K 롤링의 해리포터는 수백만 부가 팔리더라도 글쓰기에 들어가는 노동은 동일하나 제빵사는 고객 한 명이 늘어날 때마다 빵 한 개씩을 더 구워야 하므로 제빵직업은 자가증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현실은 위의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빵사도 고객이 한 명 늘 때마다 빵을 한 개씩 더 구울 필요가 없는 극소수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모든 분야 대다수의 직업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승자가 파이 전부를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승자가 되기 위한 약간의 차이를 선점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극한의 경쟁으로 내몰리게 되며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은 실종되고 이로 인하여 세상은 점점 더 험악하고 차갑게 변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야구에 있어서 특정 팀이 장기간의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선수가 아닌 라인업을 구성하는 9명의 선수와 백업 요원들의 끈끈한 팀워크가 필요하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보다 따뜻하고 풍요로워 구성원 전체가 승자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양보와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차진환 (경남은행 남진주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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