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100대명산
세조가 병 씻었다는 산 속엔 호랑이가 있었다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79>영동 백화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11.22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gn20131116백화산 (32)
백화산 최고의 전망 암릉(앞)과 한성봉(뒤)
옅은 안개가 끼어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세조는 권력을 장악할 때부터 정통성에서 이미 하늘에 빚을 졌다.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형제와 정적을 제거하는 등 피의 살육으로 권력을 쟁취했다. 요샛말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른바 ‘피의 군주’다.

단종 복위운동을 하는 사육신에게는 엽기적인 거열형까지 감행한다. 허수아비로 몰았던 단종을 결국 강원도 영월에 유배하고 사약까지 내려 마지막 목숨까지 요구한다. 어린 단종은 단호했다. “차라리 내손으로 죽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에 있어서는 부친 세종의 위업을 계승한 치적군주라는 좋은 평가도 있다. 원죄로 인해 나라를 다스릴 힘을 잃었으나 특유의 폭정으로 이를 버텨냈다고 할까.

원초적 죄는 왕위를 수행하는 기간 동안 내내 그를 옥죄었다. 아들들은 단명했고 자신도 불행했다.

불행은 자신에게서 비롯된다. 저지른 죄가 뼛속깊이 잠재해 그의 육체와 정신까지 지배하면서 급기야 악몽으로 발현한다. 꿈속에서 형수인 현덕왕후가 자신에게 침을 뱉은 것이다. 꿈이었으되 꿈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세조는 심각한 피부병이 발병하면서 일평생 고생을 하게된다.(실제는 과도한 육식, 부족한 운동이 원인이라 함)

세조의 피부병에 대한 야사가 많다. 속리산 기슭 목욕소는 세조가 목욕을 한 뒤 피부병이 나았다는 얘기가 전한다.

영동 백화산 기슭 반야산에도 있다. 피부병이 낳지 않자 정신적 지주였던 혜각존자 신미대사와 함께 반야사로 간다. 법회를 하던 중 문수보살이 나타나 세조를 계곡으로 안내했다. 문수보살은 목욕할 것을 권했고 세조는 따랐다. 이후 피부병은 씻은 듯이 낳았다한다. 그 계곡물이 영천(靈泉)이고 바위가 문수바위(망경대)다. 반야사에는 이런 전설을 기록한 벽화가 남아 있다.
gn20131116백화산 (65)
반야사 3층석탑과 뒷쪽 호랑이상

반야사를 품은 산 영동 백화산은 외양에서 큰 특징이 있다. 경부고속도로 영동 IC부근에서 보면 수 십개의 골과 골짝이 산정에서 형성돼 빗으로 곱게 빗어 내린 것처럼 가지런히 아래로 내려오다가 어느 시점이 돼서 뭉툭하게 잘라진 형상을 하고 있다. 기왓장을 쌓아 내린 거대한 누각의 지붕같다.

▲백화산은 충북 동쪽인 영동과 경북의 서쪽 상주에 걸쳐 있는 높이 933m 산이다. ‘눈 덮인 봉우리가 하얀 천을 씌운 것 같다’. ‘티 없이 맑고 밝다’ 라는 뜻의 산 이름이다. 한성봉이 주봉이며 주행봉이 차봉이다.

▲산행은 반야사 못 미쳐 반야교를 기점으로 한다. 반야교→주행봉→칼날 능선→부들재 갈림길→한성봉→편백림·하산갈림길→팔각정→반야교 원점회귀. 9.6km 휴식시간 포함 6시간 30분 소요.

▲오전 9시 5분 반야교를 걸어 들어간다. 교량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세갈래 길이 나온다. 먼저 왼쪽시멘트 길은 855봉까지 올라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산릉을 타고 주행봉 부들재 한성봉정상까지 갔다가 반야교로 회귀하는 코스다.

두번째 가운뎃길은 주행봉으로 바로 치고 올라갔다가 우측으로 돌아 회귀하는 코스다. 전자의 등산로보다 시간과 거리가 조금 짧다. 세번째 길은 날머리가 되는 길이다.

취재팀은 두번째 등산로를 따라 주행봉으로 올랐다. 초입에는 통나무로 등산로를 정비해 놓아 길이 선명하다. 벽같이 선 주행봉으로 곧장 치고 오르는 코스여서 처음부터 가차없이 오름길이다. 이른 새벽, 남쪽 끝에서 올라온 등산객이라는 인정은 없다.
gn20131116백화산 (15)
주행봉 정상 어린이 뒤로 민주지산이 구름 위에 섬처럼 떠 있다.

gn20131116백화산 (54)
백화산 주봉 한성봉
 
 
 
9시 20분 첫번째 전망대 바위에서 ‘주행봉1.7km’ 이정표를 만난다.

산허리 어디쯤 안부에서 암벽 틈사이로 비집고 올라야한다. 등에 진 배낭, 목에 멘 3kg짜리 카메라, 스틱까지 챙겨들고 로프에 의지한 채 바위틈을 오르자니 여간 힘 드는 게 아니다. 설상가상 가슴에서 덜렁거리는 카메라가 바위에 부딪칠까봐 신경써야하니 더욱 그렇다. 좁은 암벽 틈에 몸을 구겨 넣은 뒤 비집고 오르는 형국이다.

10시 45분, 출발 1시간 40분만에 주행봉 정상에 올라선다.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봉분이 꺼져버린 펑퍼짐한 무덤.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사자의 영혼이 외롭지는 않겠으나 조선 팔도 등산객이 봉분을 짓밟으니 그 또한 좋은 기분은 아닐 터, ‘왜 나를 예까지 올렸는가’. 사자의 원망도 있을 법하다.

한 아이가 먼저 올라와 있다. 7부 능선 전망대에서 휴식하고 있을 때 바람처럼 가뿐하게 올라갔던 아이, 그는 초등학교 6년생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의 산행이 부쩍 늘었다. 크고 높은 산이 아니라면 가족들과 함께하는 산행이 좋기는 하다. 그러나 일행과 떨어져 산행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안전사고 시 당황할 수도 있고 길을 잃을 염려도 있다.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산행하는 것을 권한다.

주행봉에서 남쪽 855봉으로 바라보는 산릉이 역광에 비쳐 더욱 옹골차다. 남쪽 더 멀리 민주지산이 드러누워 있다. 구름바다에 뜬 섬처럼 보인다. 발아래는 석천 계곡물이 산 뿌리를 에둘러 휘돌아 바다로 향하고 있다.

10여분의 휴식을 마치고 주행봉을 떠난다. 갈림길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주행봉을 5m 정도 내려선 뒤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해 암릉 방향으로 가야한다.

가야할 방향 암릉→부들재→한성봉으로 이어지는 산 마루금이 보는이들의 숨을 멎게 한다.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숨이 가빠지기도 한다. 2시간여 동안 애터지게 높였던 고도를 까먹으면서 부들재까지 떨어져야하고 다시 한성봉까지 머리카락 쭈뼛서는 벼랑길을 올라야한다.

취재팀과 산우들의 거친 숨소리가 멀리서도 들린다. 그래도 이 산을 찾은 것은 골골 암릉 길을 타는 매력 때문이 아니던가. 모름지기 지금까지 2시간 정도 오름길의 고단함을 보상받을 수 있는 꿈의 등산로가 펼쳐진다.

시야도 넓어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릿지산행은 짜릿하고 위험하지만 곳곳에 로프가 설치돼 있어 이를 의지해 오르거나 내려 설 수 있다. 다만 지친 등산객이라면 바위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가기보다는 돌아가는 것이 좋다. 바위를 안고 도는 구간에는 등에 멘 배낭에 신경써야한다. 배낭 멘 것을 잊어버리고 무심코 ‘획∼’ 돌아섰다가는 배낭이 바위에 걸려 중심을 잃을 수도 있다.

발아래 골프장은 뉴스프링빌CC, 이름이 화려한데 산 위에서 내려보는 골프장은 아무리 봐도 대형 굼벵이 몇 마리가 누워 있는 것 같다.

이른 아침 짙었던 안개가 시간이 지날수록 햇살에 녹아내린다. 앞에 옹골진 암릉과 연이어진 봉우리가 이 산의 가장 좋은 구도.

경치도 봐야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산행이 지체된다. 취재팀을 먼저 보내고 뒤에서 기다렸다가 사진찍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꿈의 등로가 끝나는 지점은 부들재다. 낮 12시, 출발 3시간이 지난 시간이다. 부들재 갈림길에선 오른쪽이 반야사, 왼쪽이 모서, 정면 한성봉이다.

까먹은 고도를 회복해야 한성봉에 갈수 있다. 재에서 한성봉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 오름길은 30분 만에 안부에 올라선 뒤 다시 치고 오르는 2중구조로 구성돼 있다. 암벽 등 험한 구간에는 우회로가 있어 굳이 암벽을 탈 필요가 없다. 이때쯤이면 산행시간이 4시간이 다 돼가기 때문에 지칠수도 있어 우회로를 택하는 것이 좋다. 오후 1시 5분, 출발 4시간 만에 한성봉에 닿는다.

백화산 한성봉. 고려 1254년 몽고 차라다이가 침입했을 때 우리의 승병에게 패하면서 성을 넘지 못해 한이 됐다고 해서 한성봉이다. 이후 한성봉(漢城峰)으로 바뀌었다. 이름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제는 국운을 꺾기위해 산 아래 있는 금돌성을 포획 한다는 뜻의 포성봉으로 바꿔버렸다. 지난해 지역 주민들과 향토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름찾기 운동을 펼쳐 원래 이름 한성봉으로 바꿨다.

휴식 후 2시 10분에 하산을 재촉해 정상에서 300여m를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은 능선을 타고 편백림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고 오른쪽은 계곡을 타고 곧장 하산하는 길이다. 두 길은 날머리 직전 팔각정에서 다시 만난다.

편백림 방향으로 가면 반야사와 계곡의 절경이 눈 아래로 보인다. 특히 단풍이 든 가을 풍광이 아름다운데 취재팀은 계절을 놓치는 바람에 계곡길을 택했다.

하산 후 1시간 만에 만나는 갈림길의 이정표는 ‘부들재 0.8km, 한성봉 1.2km, 반야교 1.8km’임을 알려준다. 그러고도 1시간을 더 걸어 4시께 반야교로 회귀한다. 반야사에는 세조의 목욕 전설을 담은 벽화를 비롯해 3층 석탑, 산 비알에 호랑이 상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gn20131116백화산2 (60)
등산로


최창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