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순서에 근거한 디자인만이 살 길
계획과 순서에 근거한 디자인만이 살 길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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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한국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돌부처라는 별명처럼 탁원한 형세판단을 바탕으로 실리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는 두터움의 바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끝내기의 신산이라고 불리는 프로 바둑기사 이창호씨가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끝내기를 그렇게 잘할 수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냉철하게 형세를 파악한 후 계획을 세우고 흔들림 없이 순서에 입각하여 마무리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는 계획과 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바둑만의 국한된 문제일까.

예전의 현금지급기는 카드를 넣고 금액을 누르면 금액이 나온 후에 카드가 나왔는데 무려 절반 정도의 카드분실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현금지급기는 카드를 뽑아야만 현금이 나오는데 이 경우 카드분실이 1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카드가 먼저냐 아니면 현금이 먼저냐에 따라 카드분실은 큰 차이를 보이는데 그 이유는 하나에만 강하게 집중하는 사람의 특성 때문이다. 즉 돈을 인출하는 사람은 현금에 집중하기 때문에 카드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떨어진다. 현금이 먼저 나오면 당연히 분실이 높지만, 카드를 손에 든 상태에서 현금을 받으면 그만큼 분실은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순서의 중요성에 대한 한 단면이다.

계획과 순서는 디자인에도 중요하게 적용되는 문제인데도 우리가 살아가는 여건에서는 이 문제를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제품이 생산되고 난 후 디자인은 단순한 치장의 과정이라는 인식, 제품만 좋으면 디자인은 필요없다는 무용론, 그리고 디자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제품기획 등은 디자인 계획의 결여로 나타난 현상으로 낮은 수준인 ‘무 디자인’이나 ‘스타일링으로서의 디자인’이라 부른다.

이에 반해 제품을 기획하기 전에 시대적 요구에 입각한 디자인 계획을 수립하고, 생산의 전 과정에 디자인적 순서대로 잘 적용되고 있는지를 재차 확인하여 최상의 디자인을 도출하는 경우로 이를 ‘전략으로서의 디자인’이라 한다.

무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략으로서의 디자인’으로 전환이 시대적 요청이다. 이를 위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한 후 디자인적 계획과 순서를 재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계획이 수반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 계획에 근거한 제품개발 등을 통해 계획의 끝내기인 디자인적 우위점을 점하는 것. 가능한 영역부터 선점한 후 점차적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거나 차별된 이미지를 창출한 후 소비자 선호도로 전이시키는 전략적 순서를 통해 우리만의 영역을 확대하자. 이것만이 무한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첩경이다.

조용수 (한국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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