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질 군수 이야기
을(乙)질 군수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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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위키트리 부회장)
‘가난은 꿈꿀 수 없게 한다.’ 돈 없어도 장학금 받거나 가정교사를 해서 대학 가는 길이 있다고들 쉽게 말한다. 그러나 그가 아는 가난은 위축되고 자신감을 빼앗아 혹 길을 알아도 엄두를 못내게 하는 괴물이었다.

고교 졸업후 9급 면서기였던 그는 군수가 돼 전국 최초로 5000명의 전체 관내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했다. 민주당이 이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기도 전 한나라당 군수로 한 일이다. 고교생에겐 등록금 면제, 졸업생이 5개 명문대에 가면 4년 등록금을 부담했다. 가난했다고 다 깨닫지 않는다. ‘가난과 꿈은 상극’이란 철학으로 가난에 복수하는 정책을 편 그는 대통령급 군수다.

그가 공무원 투신 27년 만에 민선 군수가 된 해 어머니로부터 군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새 군수 우습더라. 면민 잔치에 와서 할매들하고 춤을 추는데, 그런 춤쟁이가 없어.” 그는 을(乙)로 사는 군수였다. 주민들 속에서 춤추는 을이었고 예산자급률 13%의 군수로 나머지 87%의 예산을 따내는데 뛰어난 을이었다. “일 잘한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예산 많이 따오고 사업승인 많이 받았다는 이야긴데 한참 후배인 도청 주무관에게도 늘 고개를 숙였다. 어디서도 목에 힘줄 데를 찾지 못했다.” 오직 을질로 고사리 꺾고 고기 잡던 동네에 100만평의 조선산단을 국책사업으로 조성하고, 10만 신도시를 만드는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진행 중에 있다.

그는 군청서도 을이다. 체질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헌신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인사권을 무기로 위엄을 부리거나 권위를 세우려 했던 적은 맹세코 한번도 없다. 그들의 재능을 더 많이 뽑아낼 길이 무엇인가만 관심이었다.” 그는 A, B안 대신 ‘최적 단일안’을 요구해 책임과 권한을 함께 주었다. 스스로 군민이 뽑아준 ‘10급 공무원’으로 자리매김하고는 열심히 일했다. 혼자하지 않고 아랫사람들과 함께 일할 줄 아는 게 장점이었다.

갑(甲)이 된 직원들은 업무 1시간 전에 민원업무를 시작했다. 친절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 등 각종 상을 언제나 휩쓸고, 늘 청렴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된다. 연간 군에서 걷는 세금이 60여억원인데 그간 상(賞)사업비와 응모 사업비로 받은 예산만 3000억원이 넘었다. 참여와 창의력으로 군수의 을질에 답한 것이다. 그곳 공무원들이 다른 데로 가면 엘리트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자그마한 체형에 웃음을 잃지 않는 군수. 꼼꼼히 일을 챙긴다고해서 직원들이 ‘민선 부군수’로 부르는 사람이다. 조유행 하동군수가 3선 임기를 정리하는 군수리포트 ‘산은 강을 품고 강은 바다를 연다’를 냈다. 군정 12년의 깨알기록인 이 책을 다음달 5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군민들에게 헌정한다. 기록인데 엮음이 너무 촘촘해 3D영화처럼 입체적이고 재미있다. 읽으면 갑질 위해서 단체장 하려던 출마자의 절반은 포기하겠다. 양심상 혹은 깨달음으로.

김영만 (위키트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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