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인식 바뀌어야 한다
내부고발, 인식 바뀌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전 CIA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내 첩보기관 수사기관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세계 어느 누구든 비밀리에 도청, 감청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를 폭로했던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스노든과 같이 떠돌이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군사법원은 미군 정보기관에서 근무 중 아프간, 이라크전과 관련한 70십만 건의 미 정부 기밀문서를 폭로한 이던 매닝 일병에 대해 최근 간첩죄를 포함한 20개 혐의를 모두 유죄라고 인정하고, 다만 이적행위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알카에다를 돕기 위해 기밀문건을 폭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모두 내부고발로 인한 일들이다.



내부고발의 현실, 고달파

내부고발을 ‘호루라기 불기’(Whistleblowing), 즉 영국 경찰관이 호루라기를 불어 시민의 위법행위와 동료의 비리를 경계하던 것에서 유래하고, 내부 공익신고는 경고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부 공익신고의 행위는 조직 내부자가 공익적 목적으로 하는 비판적 도전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조직이 불법, 사기나 사회에 유해한 비도덕적 활동에 관여함으로써 공공의 불이익이 자신의 조직이익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는 공익적 이타적 행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조직 내부에서는 항명, 불복으로 간주되는 조직규범의 일탈행위지만,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조직의 부패, 불법, 사기 또는 유해한 활동에 항거함으로써 일반 시민의 안위를 도모하는 옳은 또는 의로운 행위이다. 조직을 배신하거나 동료들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의 부정부패라는 병리현상이 치유되기를 원하는 건전한 행위로 간주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대한 전통적인 관행은 내부고발자의 폭로에 대해 조직은 거의 예외 없이 방어적·보복적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회의 인식 정도이다. 조직과 단체를 우선시하는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는 공익을 위한다고 해도 배신자라는 오명이 뒤따른다. 고자질을 하지 말라고 배웠고, 고자질은 비겁한 일로 여겨왔다.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의도를 곡해해 내부고발이 들어오면 조직에서는 진급이나 인사에 불만이 있어서 그랬다든지, 평소에 행실이 이상했다는 소문을 퍼뜨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100% 윤리적인 사람만 공익제보의 자격이 있다는 말이 된다. 제보자의 흠결과는 별개로 그 제보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건 옳지 않다. 내부고발은 공무상의 기밀누설 위험, 명령불복종 등 행정조직의 운영질서 교란, 조직원 간의 신뢰훼손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도 내부고발에 대한 부정적 손실이 내부고발자 보호의 이익을 능가할 수는 없고, 내부고발을 인정하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역대 최대 내부고발 사건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내부제보 폭로사건에 대한 우리 주변의 실제 토론은 아직 어느 방향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 변호사의 폭로는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승계과정의 적법성을 따지는 특검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수사결과 이건희 회장에게 부과된 벌금은 1100여억 원에 불과했고, 오히려 삼성그룹의 승계과정은 법적 면죄부를 받았다. 반면 김 변호사 본인은 폭로 이후 안정적인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현실적인 내부고발자는 표적감사·중징계·파면 등 불이익이 일쑤고 법적 승리해도 몸과 마음은 이미 망가져 있다. 2001년 이후 10여 년 부패행위와 관련해 적발된 금액은 5000여억 원, 이 가운데 내부신고로 적발된 건수가 전체의 50%대를 차지한다. 내부고발의 효과성을 반증하고 있다.



내부고발, 중요한 사회적 가치 지켜야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공정한 경쟁 등 매우 중요한 사회적 가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을 장려하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12년 미 공익부정행위조사전문가협회 연차보고서에서 확인된 사실은 조직내부의 부정행위는 내부자의 신고로 알려질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보고서의 결론은 조직내부의 부정부패를 적발·시정을 위해서는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활성화시키고 그들의 신분과 신변을 보장할 적극적인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