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진정 사랑을 원하므로 아득히 깊은 지층 같은 세상에
수맥처럼 흐르는 네 사랑에게 나를 마중물로 내려 보내다오
네 사랑을 만나 끝없이 철 철 철 지상으로 길어 올리게
네 사랑이 나를 넘쳐나 그 누군가를 흠뻑 적셔도 좋으니
팍팍한 세월이여, 나를 마중물로 아낌없이 내려다오
-김왕노 <사랑>
신화 속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저승의 길을 두 번이나 걸어 들었다. 그때껏 단 한 번도 죽은 이를 되돌려 보낸 적이 없었던 ‘하데스’조차도 오르페우스의 사랑 앞에 눈물을 흘리며 ‘저승의 문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아선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어 저승의 문을 열어 주었다. “잘 따라오고 있나요?”, “돌아보지 마세요”…. 애타는 말만 반복하며 이승으로 되돌아오는 길은 조바심과 설렘의 길이었을 터. 비록 둘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버렸지만, 그 막막한 길을 두 번이나 걸어들게 한 사랑의 힘이 새삼스럽다.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로 계산되고 풀이되는 이 지상의 어느 한 끝에도 ‘사랑’으로 향하는 길이 분명 있으리라. 그 길 위에선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마중물이 되어야 할 일이다./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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