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삶의 궤적과 작품세계 함께 읽기
이규보의 삶의 궤적과 작품세계 함께 읽기
  • 연합뉴스
  • 승인 201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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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 이규보’·‘이규보 연보’ 출간
 “그의 시를 읊고 그의 글을 읽으면서도 그를 알지 못한대서야 쓰겠느냐?”(‘맹자’(孟子)의 만장(萬章) 하(下) 중에서)

 신간 ‘생활인 이규보’는 고려시대 최고의 문인으로 꼽히는 이규보(1168-1241)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탐구한 책이다. 이규보의 극적인 삶과 더불어 그가 살던 사회와 세계를 생생하게 복원해냈다.

 이규보는 어려서부터 문명을 떨쳤으나 과거에서 여러 차례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결국 ‘인저’에서 ‘규보’로 이름까지 바꿔 23세에 합격하기는 했지만, 합격 후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관직을 받게 된다.

 온갖 어려움 끝에 얻은 그 관직이란 것도 중앙 부처가 아닌 먼 지방의 일개 말단 행정직에 불과했다. 그러나 주변 동료와 불화를 겪다가 그마저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참소를 받아 파직되고 만다.

 이후에도 관운이 따라주지 않아 온갖 고생을 겪다가 나이 40세가 돼서야 중앙의 하위 관직, 그것도 임시직을 얻게 됐다. 중견 관리라고 할 수 있는 6품직에 임명된 것은 40대 후반에 이르러서였다.

 이후는 나름 출세가도를 달렸다고 할 수 있지만 탄핵, 면직, 좌천, 유배 등 고비마다 쓴맛을 골고루 경험했다.

 실직 상태는 이규보 가족의 궁핍으로 직결됐다. 가족 부양을 위해 자신이 직접 토지를 경작하기는 했지만 의복을 전당 잡혀 좁쌀과 바꿔야 할 정도로 가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정치적으로 불우하고 경제적으로 무능한 이규보였지만 술을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그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었다.

 최고 권력자의 자제들부터 반체제적인 지식인, 과거시험 동기생, 승려 등 다양한 출신과 성향의 인물들과 인맥을 형성한 그는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그들로부터 도움을 크게 받았다.

 저자인 김용선 한림대 사학과 교수는 책 제목 그대로 이규보의 공적인 삶의 기록보다는 그의 사적인 삶을 추적하는데 역점을 뒀다. 김 교수가 단서로 삼은 것은 이규보가 남긴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이규보라는 사람을 통해 12∼13세기 고려시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김 교수가 함께 펴낸 ‘이규보 연보’는 ‘생활인 이규보’의 고증편이라 할 수 있다.

 ‘생활인 이규보’가 일반 독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라면, ‘이규보 연보’는 이규보의 생애나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둔 독자나 전문연구자들을 위해 유용한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일조각. ‘생활인 이규보’(256쪽·1만8000원)·‘이규보 연보’(368쪽·3만5000원).

연합뉴스

생활인 이규보
이규보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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