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톱 들고 나선 감나무 솎기 '조심조심'
기계톱 들고 나선 감나무 솎기 '조심조심'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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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감나무 간벌
계절을 달로 나눌 때 9월부터 11월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9월초, 아직 한낮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절기상으로 가을이 찾아왔다고 좋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계절이 지나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강한 바람까지 불며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노란 은행잎이 화려하더니 거짓말처럼 한차례 추위에 우수수 낙엽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한줄기 가을빛은 하룻밤 찬바람을 견디지 못했다.

논농사 위주였던 예전 같으면 날씨가 추워지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농한기에 접어드는 때다. 그러나 농한기가 사라진 지금은 겨울을 더 바쁘게 보낸다. 비닐하우스가 보급되면서 계절에 관계없이 각종 채소와 딸기 등 과채류가 쏟아져 나온다. 농가소득의 주 수입원도 벼농사나 밭농사보다는 시설채소나 과수가 월등히 높다. 최근 귀농을 선택한 지인들도 모두 벼농사 보다는 비닐하우스나 과수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나섰다.

낙엽이 지자 과수원을 가지고 있는 나도 바빠졌다. 과수원도 직접 소득은 없지만 내년을 준비하기 위하여 비닐하우스처럼 한겨울에도 일을 쉴 수가 없다. 구덩이를 파 밑거름을 넣고 꽃이 피고 잎이 나기 전에 가지치기를 마쳐야 한다. 특히 가지치기인 전지와 전정은 고도의 기술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 부지런을 떨어야 제 때 끝낼 수 있다.

단감나무에 낙엽이 지는 것을 보고 서둘러 나무를 솎아 벴다. 나무가 너무 촘촘하게 자리해 햇볕이 잘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지 않아 가지치기를 시작하기 전에 끝내기로 했다. 오래된 나무라 둥치가 커서 그냥 톱으로는 힘들 것 같아 기계톱을 찾았다.

기계톱은 그동안 잘 쓰지 않고 묵혀 두었던 터라 우선 톱을 손보는 집을 찾아 수리를 해야 했다. 톱 집 주인은 녹을 뒤집어 쓴 톱날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고 여기저기 먼지를 털어내며 기름도 쳤다. 주인의 말로는 옛날 톱이라 고장이 나면 맞는 부속을 찾을 수 없어 고칠 수 없으니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한다. 구입한지 아마 십년은 훨씬 지났을 것이니 그동안 형식도 여러 번 바뀌어 부속도 없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기계톱으로 나무를 솎아 베겠다고 하니 아버지께서 여러 번 조심하라고 일러 주셨다. 기름을 채우고 기계톱을 들어보니 무게가 제법 느껴졌다. 그동안 여러 번 기계톱을 사용하다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를 들어왔기에 나도 조심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솎아 낼 나무는 단감을 수확할 때 대충 표시를 해 두었다. 감의 크기가 작거나 탄저병이 발생한 나무였다. 햇볕을 받지 못했으니 감이 크게 자랄 수 없었고 바람이 막혀 통풍이 원활치 않아 병충해 발생이 많았을 것이다.

나무를 벨 때 다른 나무가 상하지 않도록 윗가지부터 자르고 마지막에 밑 둥을 잘랐다. 흔히들 감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하여 단단하지 않아 쉽게 자를 수 있다고 했다. 잘라보니 쉽게 넘어가기는 했으니 기계톱 다루는 일이 손에 익지 않아 톱날이 나무사이에 끼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안전을 위하여 엔진을 끄고 톱날을 꺼내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만 했다.

하루가 지나 기계톱 사용이 익숙해지자 작업 속도도 붙어 능률도 배가 됐다. 쓰러진 나무는 밖으로 옮기기 쉽도록 여러 토막으로 잘랐다. 우선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가는 가지만 과수원 밖으로 옮기고 큰 둥치는 그대로 두었다가 어느 정도 말라 가벼워지면 치우기로 했다.

주말에 지하수를 퍼 올리는데 사용할 전기를 신청했던 한전에서 전봇대를 세우러 왔다. 전기를 신청한 과수원에는 오래전에 세워둔 전봇대가 두 개나 있어 그것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았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신청한 삼상전기는 다른 곳에서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따로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전봇대 세우는 일은 간단했다. 사람 인력을 크게 이용하지 않았다. 크레인과 굴착기를 장착한 차가 전봇대를 싣고 나타나 구덩이를 파고 전봇대를 세우는 것으로 끝이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전봇대가 바로 세워졌는가를 확인하고 삽으로 구덩이 옆에 흩어진 흙을 밀어 넣는 것이 전부였다. 전봇대 두 개를 세우는데 차바퀴가 논바닥에 빠지는 사고만 없었다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세운 전봇대를 타고 온 전기로 필요한 충분한 양의 물을 퍼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찬효 시민기자

감나무 간벌
초보농사꾼이 감나무 간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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