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낡은 승용차
자전거와 낡은 승용차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숙향 (시인, 악양초등학교 교사)
쪽빛 같은 하늘과 백년을 자랑하는 금송의 어우러진 풍경이 열두 폭 병풍 같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 소설 토지의 배경무대 최참판댁이 있는 악양골 무딤이 들녘은 오늘도 청아한 바람과 함께 싱그럽기만 하다.

늘 깨어있는 듯한 분주한 학교에 지난 토요일에도 김해학교 쪽에서 교장선생님의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주말이면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넉넉한 미소로 맞이하고 있는 학교장님은 내년 8월 정년을 앞두고 있는데, 지난 9월에 뒤늦게 승진을 하여 우리학교에 초임으로 부임해 오신 분이다.

그는 평소 따분한 회의석상에서 구수한 농담으로 권위의 틀을 깨부수고, 소탈한 웃음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길어지는 회식자리에선 졸음을 참지 못하는 듯 직원들을 서둘러 집으로 보내는 배려 깊은 어르신이시다. 거기에다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부르짖으며 청렴을 몸소 직접 실천, 본을 보이며 본인 스스로 직원들 회식비조차도 부담하여 직원들의 애간장을 태울 때도 많은 분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경우에도 교직원 차에 함부로 편승하지 않고, 오랜 세월 함께한 1995년산 아반떼를 소중히 몰고 다닌다.

그의 일과는 모두 잠든 이른 새벽에 기상하여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치 달마대사 같은 볼록한 몸과 미소를 자전거에 싣고 하동 땅을 둘러보시는 일로 시작된다. 오가는 길에 눈에 띄는 거리의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부지런한 시장의 상인들과 정겹게 수인사로 정담을 나누기도 한다. 백발을 숨김없이 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고향인 하동 땅을 누비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가슴에 행복바이러스를 전하는 사랑과 행복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출근은 언제나 구식 자동차를 몰고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하며 아이들의 통학버스에 편승하여 불편한 점이 있는지 유심히 살피신다. 쉬는 시간이 오면 시간 틈새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를 시도하시는 그의 참모습에서 실천궁행이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선진 교장님의 표본이시다.

“훌륭한 교장선생님과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너무도 부럽습니다.”

방문한 김해의 모초등학교의 선생님께서 가시면서 전한 인사말이 아름다운 교정을 맴돌다가 가슴에 또다시 자리 잡는다.

교장선생님과 함께 생활한지 3개월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끔씩 직접 느끼게 된 모델링으로 조직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CEO의 자세에 대해서도 훗날 필자 자신의 청사진도 그려보게 한다.

올해 7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에서 개최된 전경련 국제경영원 IMI 조찬경연에서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은 “불통하는 보스는 권위적이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결국 조직을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 10가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보스는 구성원들이 왜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까 답답해 하지만 정작 그 자신만 그 이유를 모르고 있다”며 “불통을 호소하는 보스들은 대개 권위적이고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소통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솔선수범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함께할 남은 9개월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히 느껴지게 하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최숙향 (시인, 악양초등학교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