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下憂樂在選擧 지방선거 앞으로 6개월
天下憂樂在選擧 지방선거 앞으로 6개월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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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됐고, 1995년 민선단체장시대가 개막된 지도 20년 안팎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돼 오는 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간의 연륜은 그 자체로 지방자치의 엄청난 자산이요 토양임에 분명하다. 하나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와 함께 단체장의 일 처리를 보면, 과거 왕정시대보다 더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는 ‘소통령’처럼 보인다는 말도 한다. 여론의 순리에 따라 공정하고, 상식적인 행정을 한다고 큰소리치지만, 실제로는 많은 일에서 독단적이다.

내년 6·4 지방선거를 6개월 남짓 앞두고 벌써부터 과열조짐을 보여 걱정스럽다. 예상후보들의 행보로 지역정치권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예상자들의 출판기념회 등과 함께 연말을 전후 퇴직으로 공직사회 내부가 술렁거리고 출마 후보 간의 세력 다툼도 점차 노골화되는 추세다. 여러 크고 작은 행사장 분위기가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 자신의 얼굴 알리기에 본격 나선 것으로 확연하게 감지할 수 있다. 자천타천으로 단체장이나 기초·광역의원, 교육감 선거 출마 예상자들이 봇물을 이룬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지역민의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선거를 겨냥해서 입지자들이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박근혜정부 중간평가 성격 띨 전망

풀뿌리 민주주의의 지방선량과 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는 17개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225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 시·도 교육감 17명을 동시에 선출하는 매머드 선거다. 내년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 출범 1년4개월 후에 처음 치러지는 전국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는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게 될 전망이다.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을 향하는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풍향계가 되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일전을 벌일 태세다. 신당 창당시 지방선거 성적표는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향배와 더불어 정계개편 여부의 중대 변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추론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지방선거 중 빅3인 서울시장·경기지사·인천시장 중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는 쪽이 나머지 시·도지사 선거의 승패와 상관없이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간주돼왔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확실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면서 집권 중반을 순조롭게 이끌어갈 발판을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행정과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민주당을 비롯, 야권이 승리하면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가면서 임기 중반에 들어서게 되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난기류의 정치분위기를 볼 때 여야가 선거 승패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선거결과에 따라 정치지형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내년 지방선거도 어김없이 대망을 품은 여야 잠룡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실제 서울시장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자리는 대권가도를 향한 교두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2년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된 뒤 ‘청계천 신화’를 등에 업고 2007년 대선으로 직행, 대권을 거머쥐었다. 최근 10여 년간 정치권을 끊임없이 맴돌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화두 몇 가지 문제가 주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들의 권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인 갑의 기득권과 지방분권이다. 둘 다 핵심은 중앙집권적인 통치 권력을 지방으로 나눠주자는 것이 간략한 골자다. 기초단체장·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따라 선거결과가 확 달라질 것이다.



일부에서 ‘어중이떠중이’도 설쳐

선거를 두고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세상의 즐거움이나 근심 걱정은 모두 선거에서 나온다는 뜻)라는 말이 있다.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에는 ‘함량 미달자’도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어중이떠중이’도 설치고 있다.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 현관 기둥에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새겨져 있다. 이 명언은 ‘무지의 자각을 통해 자신의 분수를 알라’는 말로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경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선거 후 유권자들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뒤늦게 후회도 하고 있지만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라 내년 지방선거는 그런 사태를 없어야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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