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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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는 왜 꼬리를 뜯어 먹을까?
갈치는 갈치과(科)에 속하며, 몸에는 비늘이 없고, 은백색의 광택을 띠며, 다른 물고기에 비해 길고 납작하며 꼬리로 갈수록 가늘다. 그런데 갈치의 이름은 왜 갈치였을까? 과거 신라에서는 ‘칼’을 ‘갈’이라고 불렀는데, 갈치는 칼처럼 생긴 물고기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임원경제지’에 의하면 갈치의 ‘갈’은 ‘칼’이 아니라 ‘갈(葛)’, 즉 칡넝쿨이라는 뜻이며, 어촌에서는 가늘고 길어서 칠넝쿨과 유사하기 때문에 갈치라 부른다고 기록돼 있기도 하다. 영어로는 납작한 고기라는 뜻으로 밴드피쉬(band fish)라고 한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갈치’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은백색의 갈치’와 ‘갈치 제살 뜯어먹기’라는 속담이었다. 갈치는 어째서 광채나는 은백색일까? 보통 바다고기는 비늘 아래 핵산의 ‘퓨린염기’ 중에 ‘구아닌(guanine)’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갈치는 비늘대신에 결정화된 ‘구아닌’이 덮여 있어 은백색의 비늘처럼 보이는 것이다. 갈치의 ‘구아닌’은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지만 모조 진주를 만드는 데 더 많이 이용된다. 양식진주가 나오기 전에는 진주목걸이나 반지 값이 너무 비싸 모조 진주가 유행하였는데, 이 모조 진주를 만드는데는 잉어, 청어, 정어리 등의 ‘구아닌’을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갈치의 ‘구아닌’이 질이 좋아 가장 많이 이용된다 하니, 갈치는 죽어서 진주를 남기는 셈이다.

갈치는 자신의 꼬리를 뜯어먹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건 또 무슨 연유일까? 이것은 다소 와전된 표현이다. 자기 꼬리가 아니라 동족의 꼬리를 뜯어 먹는 경우가 있다. 봄과 여름에 걸쳐 산란을 끝낸 갈치는 가을이 되면 월동에 대비해 억세게 먹는다. 이 시기에는 전어, 오징어, 새우 등 딱딱한 것을 제외하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이처럼 강한 식성으로 인해 동족의 꼬랑지를 뜯어 먹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갈치가 갈치 꼬리를 문다’라는 속담이 생겼고, 그 뜻은 친한 사이에 서로가 서로를 모함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갈치는 흰 살 생선의 대표적인 어류인데, 수분을 제외하면 단백질과 지방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다른 어류에 비해 열량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생선은 보통 고단백 저칼로리라 하지만 갈치는 칼로리가 145kcal/100g 로서 조기나 볼락보다 2배이상 높아 흰 살 생선 가운데서 열량이 매우 높은 식품이다.

갈치의 주된 영양성분인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을 보면 맛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이 약 2944mg%로 가장 많다. 글루탐산은 탄소화물과 지방의 대사를 도우며, 신진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같은 노폐물의 축적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이외에 갈치에 많이 들어있는 아미노산은 리신, 류신 및 아스파르트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아미노산은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리신과 트레오닌은 곡류의 제 1제한 아미노산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아미노산이다. 갈치를 부식으로 즐겨 먹을 경우 영양의 균형 면에서 매우 유익할 것이다.

갈치는 지질 함량이 6.7~7.5%로 흰 살 생선 중에서는 비교적 많은 편이고, 지방산 조성도 좋다. 즉 포화지방산에 비해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60%로 높고, EPA와 DHA가 각각 4.6% 및 14.3%를 차지하고 있다. 함량이 꽤 많은 DHA는 노인성 치매 개선효과, 항암작용, 두뇌발달 등의 기능성이 인정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의약품에 버금가는 약리활성을 기대할 수 있다.

갈치의 약리 작용으로는 신선한 갈치를 쪄서 나오는 기름을 마시면 간염 환자에게 이롭고, 산후 젖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갈치를 파파야와 함께 달여 마시면 젖이 잘 분비되어 산모에게 이롭다고 기록돼 있다. 이외에도 갈치의 가수분해물을 이용하여 단백질 결핍증, 급성위장염, 간염, 간경화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주사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신선한 갈치는 호박잎이나 볏짚으로 껍질을 깨끗이 닦은 후 회로 먹기도 하고, 양념장을 발라 구워 먹기도 하고, 무와 같이 끓여도 좋고, 갈치 조림도 좋다. 그런가하면 소금에 절인 갈치 자반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 좋다. ‘흰 쌀밥에 갈치’라는 속담처럼 우리 민족의 음식문화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생선이 바로 갈치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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