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수학능력시험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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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면 무려 12년 동안 공교육을 받은 것이 된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 따르면 홍길동은 몇 년 만에 스스로 공부하여 호풍환우(呼風喚雨), 둔갑술을 비롯하여 여러 무술의 달인이 되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12년 교육을 마치면 대개는 ‘여병추(요즘 아이들이 잘하는 비속어로서 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의 준말)’가 된다. 이거 문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대학 숫자는 교육부 관계자도 잘 모르는 극비사항이다. 왜냐하면 너무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자가 모두 대학에 가고도 대학정원이 모자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대학이 많다. 그러니 자연히 경쟁력이 없고 대학을 졸업해도 별 볼일이 없다. 취직이 어려운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병신 또 추가다.

그러면 매년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여 온 나라가 난리법석을 떨며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뭔가? 참 정의하기 애매하다. 실패한 제도인지 아닌지조차도 애매한 시험이 되고 말았다. 설사 실패했다고 해도 실패한 교육정책을 당장은 고치기 어렵다. 그러니 처음 제도를 잘 만들어야 되는데, 수립과정에서부터 교육적 고려보다는 정치·경제적 논리와 정부 부처 간의 파워게임 그리고 이익집단의 제로섬 게임으로 엉망이 된다.

고교교사로서 수학능력시험이나 대학진학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제도적 오류에다가 사회체계의 혼선으로 교육적 본질이 상당히 훼손된 현 상황을 끌어안고 아이들에게 대학과 그들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정말 위험한 일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마냥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수능 감독을 해 보면 문제지의 양과 문제의 내용에서 교사인 내가 벌써 기가 질린다. 언어영역 비문학의 지문은 어찌 그리 다양하고 긴지, 외국어 영역 듣기문제는 엄청난 대화를 들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수학은 또 어떤가? 모두 소수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위한 장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슬며시 들기도 한다. 몇 개의 등급으로 분류될 수 없는 빛나는 우리 아이들의 영혼들을 이 땅의 어른들은 그 알량한 수능 성적으로 생선토막 내듯 몇 등급으로 토막내 버린다. 선생인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떤 의견이든 이념적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별하던 해방공간으로 회귀한 듯 보이는 지금의 살풍경한 현실에서 비판적 시각을 내포한 교육적 의견은 설 곳이 없어 보인다. 이 기막힌 현실을 타개할 방향과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 땅의 모두는 고민해야만 한다.

/곤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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