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수 (미래촌아이 동장)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자기 이익이나 특권을 누릴 수 있을까 혈안이 돼 있는 한국사회의 가진자 지도층과 비교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이다. 장례일인 28일까지 3일 동안만 반짝 추모 보도를 하더니 언론에서 싹 사라져 버렸고, 덩달아 일반시민들도 별 관심이 없다. 사회 지도층에서는 따라하기 힘든 일이어서 아예 발설을 꺼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 시대 이런 귀감과 감동이 몇몇 사람들의 짝사랑만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해서 서툰 시 한 편을 지어 올린다.
<당신은 하늘의 ‘왕별’이로소이다>
아, 채명신 장군님!/살아서 영광에 서고/죽어서도 영광에 묻히는 그런 세상에
당신은/살아서 위험에 앞장서고/죽어서 영화을 버린 영웅이시다.
당신의 87년이/우리의 87년이었고/당신의 햇살이/우리의 그 햇살이었고
당신의 비바람 또한/우리의 비바람이었기에
따로 눕지 아니하고/우리와 함께 영혼 부비기를/기꺼이 선택하신 참 군인
그 누구도 못했던/영광 영화 다 내리시고/속 뒤집히는 세상 역사/제대로 돌려 놓으시고
죽음 마당에 함께한/병사들 틈에 끼여/즐거이 자리를 틀고 누으신
당신은 진정/하늘의 ‘왕별’이로소이다.
잠시 미국 워싱톤DC 알링턴 국립묘지로 눈을 돌려본다. 자료를 빌려보면 국립묘지는 445ha의 방대한 땅에 남북전쟁을 비롯하여 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의 전사자들이 잠들어 있다. 묘역도 장군, 병사로 따로 나뉘어 있지 않다. 묘비도 장군이나 사병이나 똑같은 모양과 크기, 재질이고 심지어는 장군묘의 위치가 평범한 외곽인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장군과 사병은 살아있을 때 계급에 따라 차등대우를 받았듯이 묘지에 묻혀서도 확연히 다른 대접을 받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 깊게 뿌리내린 등급주의 문화가 여기서도 여실히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사례다. 사병 묘역에 묻힌 고(故) 채명신 장군의 낮춤 정신을 보고도 사회지도층들이 살아 생전 권력과 명예와 재물을 죽어도 내려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치졸한 모습들이 부끄럽지 않은가. 고인이 그 영광과 영화를 한꺼번에 다 털어냈건만, 혹여 불똥이 자신의 발등에 튈까 봐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끄러운 지도자는 있지 않은가. 고인이 보여준 이 감동이 세상에 크게 펼쳐져 올곧은 사회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김만수 (미래촌아이 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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