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꿔 생각하기
입장 바꿔 생각하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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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공자의 제자 가운데 자공(子貢)이란 인물이 있다. ‘논어(論語)’에 기록된 내용으로 미뤄보건대 그는 말은 잘했지만 상대적으로 실천에는 약간 미흡한 면모를 지녔던 인물이었던 듯하다. 그랬던 그에게 스승 공자의 가르침은 어쩌면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어느 날 공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죽을 때까지 행할 만한 일을, 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요컨대 “복잡하게 이러니저러니 하지 마시고, 스승님의 그 많은 가르침을 딱 한마디로 요약하신다면, 그걸 어떻게 표현하실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이러한 질문을 유독 자공만 던지고 싶었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현대인들과 함께 ‘논어’를 읽을 때 혹은 공자라는 인물을 주제로 해서 토론이 벌어질 때, 흔히 접하게 되는 비난 반 푸념 반의 불평과 일맥상통하는 질문이라 하겠다.

어쩌면 무척이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놀랍게도 공자는 성인답게 정말 간단하게 한 글자로 요약해서 “그것은 아마 ‘서(恕)’가 아닐까?”라고 대답했다. ‘서(恕)’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글자이다. ‘같은 마음을 가지다’라는 뜻을 지닌 글자로, 옥편에는 ‘용서할 서’라고 되어 있다. ‘논어집주’에는 ‘자기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推己以及人]’이라고 주석이 달려 있다. 요컨대 공자는 평생토록 행할 만한 가치를 지닌 한 가지 일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라고 여겼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대학(大學)’에는 “윗사람에게서 기분 나쁘다고 여겼던 방식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서 기분 나쁘다고 여겼던 방식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고, 앞사람에게서 기분 나쁘다고 여겼던 방식으로 뒷사람에게 행하지 말고, 뒷사람에게서 기분 나쁘다고 여겼던 방식으로 앞사람에게 행하지 말며, 오른쪽 사람에게서 기분 나쁘다고 여겼던 방식으로 왼쪽 사람에게 행하지 말고, 왼쪽 사람에게서 기분 나쁘다고 여겼던 방식으로 오른쪽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인간관계를 통해 겪어야 하는 일은 실로 다양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다양함은 주로 불만족한 형태로 내게 다가온다. 내 입안의 혀도 내 맘대로 어쩌지 못해서 내 이빨로 깨무는 경우가 있는데, 어찌 나 아닌 남의 행동이 내 마음에 들 리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그때마다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다 보면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남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 된다. 그럴 때는 한 번만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떨까. 공자의 말씀이 맞나 틀리나 테스트도 해 볼 겸 말이다.

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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