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반골(反骨)
<이준의 역학이야기> 반골(反骨)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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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사람들에게 현혹될 때가 많다. 그가 쓰는 말과 개념과 주장과 행동에 대한 불일치가 생길 때 우리는 매우 당혹해 한다. 특히 아주 혼란스러운 말 중 하나가 비판, 비평, 비난이다. 비판과 비평은 사안의 진실여부를 규명하는 바람직한 용어이지만, 비난은 부정적 감정이 실린 욕설에 가깝다. 그런데 사람들은 비판과 비평을 하는 것처럼 그럴듯한 폼을 잡지만 실속은 비난과 욕설이다. 비열하다. 또한 적(敵·enemy)이 혁명가의 탈을 쓰고, 반체제 인사가 개혁·진보주의자인 것처럼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면 정말 한 대 쥐어 패고 싶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런 차이를 정확하게 구별해 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비판, 비평, 비난, 진보, 반체제, 혁명, 개혁, 적의 개념이 뒤엉켜 혼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진정한 사랑과 애정이 담겨 있느냐, 아니면 적개심과 증오를 바탕에 깔고 있느냐의 차이이다. 사람이나 체제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애정을 가진 사람은 비평도 비판도 심지어 비난과 욕설도 달갑다. 하지만 속으로는 증오심과 적개심이 가득 차서 그런 것을 표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진보의 목소리로 가장하고, 개혁가인 것처럼 외치며, 비평가로 행세하고, 진정한 비판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골상(骨相)에 반골(反骨)이 있다. 반골 기질은 쉽게 사람을 따르지 않는 기질, 또는 권력에 저항하는 기질이다. 천성적으로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며 권위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반골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비판적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적개심과 증오감, 나아가 자기에게 잘해 준 사람을 배반하고 뒤통수를 치려는 성향도 농후하다. 그들은 늘 자기가 진보자인 것처럼, 자기만이 진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 착각하고 기만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엔 자기 자신도 불행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골기질을 조심하여야 한다. 본의 아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하여 반골들을 경계하여야 한다.

반골기질의 대표적 인물로 거론되는 자가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장수 위연이다. 그는 유비의 총애를 받았지만 제갈공명은 그를 좋게 보지 않았다. 그의 오만한 품성도 싫었지만, 그의 뒤통수가 심하게 튀어 나와 반골기질이 역력하였기 때문이었다. 제갈공명은 그 모습을 보고 반드시 모반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의 예측대로 유비와 제갈공명이 죽자 위연은 어김없이 배신을 한다. 그러나 이를 미리 예견한 제갈공명이 유언으로 남긴 계략에 빠져 죽음을 당한다.

그런데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는 뒤통수가 튀어 나오는 것이 보기 좋고 두뇌도 좋다고 하여서 신생아 때부터 엎어서 재우고 키우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전통 관상으로 보면 완전 반골로 키우는 셈이다. 즉 뒤통수 짱구는 아이디어맨이고 창안자이고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트릴 줄 아는 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 새로운 세상,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특출하다. 발명에서 천재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새로운 사고,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는 조직이나 연구소 등에서는 일부러 이런 자들을 찾기도 한다. 또 기사를 재미있게 쓰는 기자들에게서도 반골상을 종종 보게 된다. 바른 생각을 치는 상관(傷官)의 성향이 바로 반골이다.

그리하여 이 반골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사귀거나 임무를 맡기거나 공동임무를 하여야 할 경우 늘 함께한 사람은 항상 조심하여야 한다. 그의 재능을 충분하게 인정하여 주고, 재능을 살릴 수 있게 모든 보수와 직책을 주며, 권한과 위신도 살려 주어 그가 가진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가 언제 배신할 줄 모르고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니 늘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반골들은 자기가 배신하고 모반하는 것을 모른 채 그것을 정당하고 정의로운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반골상을 가진 사람들은 늘 스스로를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머릿속에 쉴 새 없이 솟구치는 풍부한 생각과 아이디어와 사상들을 항상 소중하게 육성·구현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루하고 진부한 조직문화, 제도, 법, 국가체제에 대하여서도 끝없이 고뇌하여 참신하고 새로운 내용을 창출하여야 한다. 이로써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하지만 명심 또 명심하여야 할 것은 스스로 정당하다고 믿고 있는 그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고통을 주는 배반행위가 아닌지, 간신(奸臣)짓이 아닌지를 스스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우리 모두 배신하지 말고, 서로 믿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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