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관악기 (공광규)
몸관악기 (공광규)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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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관악기

-공광규-



“당신, 창의력이 너무 늙었어!”

사장의 반말을 뒤로하고

뒷굽이 닳은 구두가 퇴근한다



살이 부러진 우산에서 쏟아지는 빗물이

굴욕의 나이를 참아야 한다고

처진 어깨를 적시며 다독거린다



낡은 넥타이를 끌어당기는 비바람이

술집에서 술집으로

걸레처럼 끌고 다니는 밤



빗물이 들이치는 포장마차 안에서

술에 젖은 몸이

악보도 연주자도 없이 운다.



※작가노트= 금속은 피로도를 지나 항복점에 이르면 그 구조물은 중량을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는다, 견딤의 모든 것들이 와해되는 낭패 속에서 한계치의 극단을 겪는 것이다, 생장기를 거쳐 완숙의 여유를 지나 항복점에 다다른 나이들, 사고 전환의 순발력은 이미 낡았지만 경륜이라고 버티기엔 하중이 너무 무겁다, 현실을 마취하는 술 한 잔은 흰 머리를 달래지만 이제 달랑 한 장남은 달력에 저 모퉁이의 자리가 마음 조이는 연말이다.(주강홍 진주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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