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한 생각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
  • 경남일보
  • 승인 201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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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최근 개봉한 영화중에 문제학생이 사회악의 대명사인 조직폭력배가 되는 과정을 그린 ‘친구2’를 보면서 교사로서 씁쓸함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학교폭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폭력을 행사하여 상대를 괴롭히는 일은 분명히 중대한 범죄이자 단죄 받아 마땅한 일들이다. 어떤 논리로도 변명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이 나타나기까지의 과정을 천천히 되짚어보면 이건 완전히 아이들의 잘못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가 심화되고 왜곡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학업성적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 오직 위쪽만 바라보며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는 사회, 약자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회, 실패자에게 너무나 가혹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기성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매순간 보고 있고, 또 그것들을 자신들도 모르게 따라하고 또 그로부터 소외된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의 학교폭력은 어른사회의 불편한 그림자이며 동시에 복제된 부조리와 모순의 징표일 것이다.

그러면 일탈행동을 한 아이들을 우리는 지금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그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의 벽에 부닥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이미 학교폭력의 문제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경찰과 공유해야 하고 심지어는 검찰까지 연결될 때도 종종 있다.

더 이상 학교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지금의 양상으로 볼 때 당연한 귀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문제조차도 교육적 해법이나 고민보다는 관료주의적 문제해결 방식인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때도 있다.

‘문제아이들’과 상담을 해보면 그들의 공통된 특징은 모두 어른세계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적개심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원인들은 거의 우리 사회의 구조적이며 뿌리 깊은 사회문제들이다. 그래서 해결방법 또한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의 학교폭력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닌 것처럼 해결 역시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우 더디겠지만 뚜렷한 해결의 방향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 즉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구성원 모두가 자각하고, 그로부터 뼈저린 반성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반성으로부터 조금씩 그러나 지속적으로 문제를 수정해 나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런 생각을 못하는 것도 아닐 텐데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단기간에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헛된 자신감과 무모한 대책만이 난무할 뿐이다.

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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