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다툼으로 '거제 대구 수산물 축제' 취소
어민 다툼으로 '거제 대구 수산물 축제' 취소
  • 김종환
  • 승인 2013.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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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 대표 겨울 축제인 ‘대구 수산물 축제’가 조업을 둘러싼 어민들의 다툼 탓에 취소됐다.

거제대구수산물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성충구 거제수협 조합장)는 오는 21일부터 이틀 동안 거제시 장목면 외포항 일원에서 개최하려던 ‘제8회 거제 대구 수산물 축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축제는 2009년 신종플루 여파로 단 한번 취소된 적이 있다.

거제수협은 이번 축제에 필요한 대구 물량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거제수협 외포출장소와 관포위판장에서 위판되는 대구 물량은 하루 200∼300마리에 불과하다.

수온변화 같은 바다 사정 때문에 대구 조업이 부진한 게 아니라 어민들이 조업에 나서지 않아 위판량이 급감한 것이다.

수협은 축제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하루 대구 위판량이 2000 마리는 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대구 조업을 하는 호망어업인과 자망어업인 가운데 일부가 상호 간에 허가되지 않는 구역에 어구를 설치했다는 등의 민원을 잇따라 제기한 것이 축제취소의 발단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어민들이 서로 민원을 하는 바람에 동해어업관리단이 허가구역 외 조업 등 불법행위를 강하게 단속하자 출어가 잠정 중단돼 어획량이 급감한 것이다.

어민들은 조업권을 두고 상생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올해는 축제까지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호망어업은 단지 모양의 커다란 그물인 호망(壺網)에 대구를 가둬 잡는다.

자망(刺網)어업은 어군 통로에 테니스 코트 네트 모양의 긴 그물을 쳐놓고 고기를 그물코에 꽂히게 하거나 얽어매서 잡는다.

호망어업인들은 산 채로 대구를 잡기 때문에 어린 대구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수 있어 수정란 방류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자망어업인들은 대구 산란기인 1월에 호망어업인만 대구 수정란 방류사업에 참여하고 대구 조업을 할 수 있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월에도 이번과 비슷한 이유로 호망어업인들이 출어를 중단, 대구 물량이 없어 수협 위판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축제 취소 여파는 어민들 개인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기에 타격을 줄 우려를 낳고 있다.

축제 기간 외포항 일원에는 3∼4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데 지난해와 같은 특수를 누리기 어렵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거제시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권리화 사업도 백지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거제 대구를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하면 다른 지역에서 ‘거제 대구’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돼 ‘보성 녹차’와 ‘횡성 한우’처럼 전국적 브랜드 가치를 얻는다.

원희 거제시어업진흥과장은 “어민들의 다툼으로 거제 대구의 명성을 잃게 됐다”며 “거제에서만 대구가 잡히는 게 아닌데 이제 누가 대구를 먹거나 사러 거제로 올지 의문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진해만에는 매년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대규모 대구 어장이 형성된다.

이중 거제시 장목면 인근에서 잡히는 거제 대구가 으뜸으로 꼽힌다.

대구는 거제시를 상징하는 시어(市魚)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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