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관광의 조건
생태관광의 조건
  • 경남일보
  • 승인 201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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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이즈음의 우포늪은 아름답다. 안개 사이로 멀리 날아오르느라 파닥거리는 새들의 날갯짓 소리조차 늪 속에 잠겨 호반의 침묵은 경이롭다. 호수에 잠긴 왕버들과 비스듬히 누은 갈대가 겨울철의 을씨년스러움을 이겨내며 서로 정겹다. 그 사이를 걷는 아이와 엄마는 평화로운 고요를 깨지 않으려 숨소리조차 삼켜가며 발걸음걸이가 겸손하다. 우포늪의 생명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겨울이다.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환경을 주는 우포늪의 일부 지역에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일부 생태보전이 필요한 지역에 자전거 타기나 애완견의 출입을 금지시키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급격히 늘어난 관광객들로 인해 늪지 환경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늪의 생태 환경보전을 위한 이번 조치는 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대중관광의 폐해를 줄이려면

그동안 관광은 대중관광이 주도해 왔다. 대중관광은 많은 이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급속한 관광의 성장에 비해 자연가치의 손상은 더 심각해졌다. 늘어나는 등산객으로 산길이 파이고, 피서인파들이 먹다 남은 음식쓰레기가 맑은 여울을 더럽혔다. 관광객 수가 증가하고 그로 인한 무미건조한 개발은 환경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만 나았다. 즐길거리에만 몰입해 왔던 대중관광의 폐해는 새로운 관광을 대안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 대안은 착한 여행, 책임관광, 공정여행 같은 새로운 여행을 추구하는 것이며, 대표적인 실천방식이 생태관광이다.

생태관광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탄생한 관광이다. 생태관광이 제대로 되자면 이용자들의 사려 깊은 관광행위가 담보되어야 한다. 절제된 관광행위가 담보된 관광만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장이 되기도 하고 지역에도 부가적인 경제적 편익도 줄 수 있다. 늘어나는 체험관광의 요구만 따르지 않고 생태환경의 보전이 우선하는 관광이 생태관광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생태관광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체험관광을 위한 편의 기반시설의 최소화와 철저한 이용자 관리체계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생태관광은 점점 더 강해지는 관광객들의 관광체험 욕구에 맞추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자연에 사람들은 최대한 가까이 가기를 바라고 되도록이면 편안하게 자연을 즐기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니 우포늪도 관찰자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게도 새 이름이 표시된 표지판을 곳곳에 세우게 되고, 걷기 귀찮은 탐방객들에게 자전거를 타게 하고, 늪지로 가는 길은 애견과 함께 걷는 산책로가 되어 버렸다.

그런 점에서 우포늪의 안내체계는 바뀔 필요가 있다. 새로운 안내체계의 요지는 늪지의 안내판이나 데크, 휴게실, 조형물과 같은 시설을 최소화하고 생태 해설사가 그 기능을 대신하는 방식이다. 편의시설은 사람들에게 편리를 주고자 만든 시설이긴 하나 철새나 억새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해를 끼친다. 편의시설은 우포늪 생태관과 기념품관, 주차장이 있는 공간에 집중하면 된다. 훌륭한 안내자는 새로운 안내방식이다. 그리고 그러한 안내자는 좋은 교육자이기도 하고 환경 감시자가 되기도 한다.



편의시설보다 생태해설자 육성해야

새로운 안내체계는 사람을 매개로 하여 우포늪의 동식물과 탐방객이 하나가 되어 질 높은 체험으로 인도하는 길을 열어 준다. 물론 좋은 체험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안내자가 있어야 한다. 좋은 안내자는 환경 생태교육을 교육받아 철저한 환경지침을 수행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역할은 안내활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생태 보호지역의 자연환경을 조사하고 생태관광을 진단하고 이용지침을 마련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생태 해설자나 안내자들은 바람직한 관광 상황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러한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단계별 방책을 강구하기도 한다. 좋은 관광을 하려면 생태환경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 관광의 편리를 위해 만든 인공시설물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늪에서 살아가는 왕버드나무, 은사시나무, 억새들, 고니, 기러기, 연잎들의 생명이 우선되어야 우포늪의 생태관광이 실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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