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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향 가득한 절집에선 석양이 아쉽지 않다(48) 문수암과 보현암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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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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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암의 일출3
문수암의 일출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서 존시가 바라보던 담쟁이 이파리만큼이나 계사년의 달력 끝장이 애처롭게 보여 진다. 제 명을 다해보려고 안간힘을 다해서 매달린 모습이 측은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모질고도 질긴 미련의 끄나풀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아서 애타도록 처량하다. 한 해를 보내는 세모의 끝자락에 매달린 12월의 달력은 언제나 애처롭고 안쓰러웠지만 계사년의 12월은 갑오신년을 희망차게 맞이하기가 참으로 민망스럽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알뜰살뜰한 안살림을 꿈꾸며 희망과 기대가 어느 정부 때보다 모험도 도전도 아닐 것만 같아서 믿음의 신뢰도가 짙었던 게 사실이었는데 정치도 경제도 교육도 어느 것 하나 미루적거리기만 할 뿐 개미 쳇바퀴 돌듯 도루아미타불이지 한 발짝도 성큼 내디딘 게 없다. NLL관련 진실공방과 사초관리문제가 그렇고 국정원 개혁문제가 그렇고 선거법 개정문제가 그런데다가 대기업의 재투자는 하 세월이고 부채덩어리인 공기업정비도 원전문제나 송전탑 갈등도 시작과 끝이 맞물려서 꼬리 물고 돌뿐이고 복지예산 산출근거의 끝은 아직도 보이지 않으니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청년실업의 대안마련은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장성한 자녀들은 갈 곳 몰라 헤매고 미분양은 넘쳐도 주택난은 매 한가지고 빈부의 골은 끝도 없이 깊어만 가고 날만 새면 온갖 납부고지서는 어쩌면 그리도 길눈이 밝은지 길 찾아 헤매는 일도 없이 총알 같이 날아든다. 온갖 부정불량식품은 목구멍이 포도청인줄은 귀신 같이 알고는 장바구니에 먼저 올라앉고, 가짜기름은 주유소마다 요술을 부려도 단속을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일상에 쫓기는 서민들이야 봉이 된지 오래됐다. 게다가 신사임당은 알 부잣집 안방금고 속으로 나오는 족족 모셔져서 오만원권은 구경하기도 어려우니 지하경제발굴은 어디만큼 하고나 있는지 아롱아롱하다. 그렇다고 어지럼증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만은 아니라 지혜와 실행의 보살님이라도 찾아서 넋두릴 하던 하소연을 하던 쾌도난마의 길을 묻고 싶어 문수암과 보현암을 찾아서 길을 나섰다.

35번 고속도로 연화산 IC를 나와 좌회전을 하면 금곡을 경유하여 사천과 문산으로 가는 길이라서 우회전을 하여 이내 오서리 삼거리에서 4시방향으로 다시 우회전을 하여 영현면 소재지를 조금 지나 ‘부포’를 알리는 표지판의 지시대로 우회전을 하여 ‘꽃밭등 고개’를 넘어서면 꽤나 널따란 들녘이 나오면서 상리면으로 접어들고 이내 신호등이 있는 ‘부포’ 사거리가 나온다. 부포는 오랜 옛적에는 바닷물이 들고나는 포구로 추정되고 백악기의 초식공룡서식지를 짐작하게 하는 밀림지대였던지 1960년대까지도 벼 수확을 끝낸 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논흙을 긁어서 한 쪽으로 제치고 시커먼 찰흙같은 흙을 파내서 목침만한 크기로 네모나게 뭉쳐서 논두렁이 빼곡하도록 햇볕에 말렸다가 땔감으로 썼던 토탄을 파냈던 곳이다. 토탄은 마치 연탄처럼 한번 불이 붙고 나면 시뻘건 불덩이는 새벽까지 아궁이에서 타고 있어 겨울 한철 아랫목을 덥히는 최고의 난방연료였는데 지금은 세월 속에 묻히고 땅속에 묻혀서 옛 이야기만 남겨졌다.
 
문수암 원경
문수암 원경
청담스님 사리부도4
청담스님 사리부도


부포사거리는 사천읍과 고성읍을 잇는 국도 33호선과 영현면에서 삼산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우회전을 하여 사천방향으로 잠시 가다보면 문수암을 알리는 표지판이 10시방향의 좌측도로로 가라고 일러 준다. 예서부터 문수암 초입이라 무선리 저수지를 지나고부터는 굽이굽이 새 을자(乙)를 쓰면서 무이산 9부 중턱까지 올라야 한다. 2차선 포장도로가 굽이진 곳 마다 꽤나 여유를 두고 널따랗게 잘 닦여져서 가파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끝인가 싶으면 또 한 모롱이가 나와서 굽이진 산길은 끝나는 듯 이어지기를 거듭하다가 허리가 잘록한 고갯마루 못 미쳐서 대형 주차장이 나왔다. 괜스럽게 한숨이라도 돌리듯이 차를 세우고 오르고 오른 길을 뒤돌아보았다. 굽이진 산길이 한 해를 살아온 열두 달을 뒤돌아보게 한다. 온갖 일상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는 오버랩 되는 곳을 지나고 나니 별것도 아닌 것을 그때는 왜 그렇게 밖에 못했을까하고 씁쓸한 입맛을 다져본다. 행주치마에 손을 닦는 산채비빔밥집 아주머니를 붙들고 “문수암까지 차가 올라갑니까?” 하고 뻔히 알면서 말을 걸어본다. 괜스레 혼자서 민망해져서 붙여본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르긴 해도 예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청하기로 했다. 눈치가 있으면 절간에서도 젓국을 얻어먹는다지만 누룽지 한 알도 얻어먹지 못할 주변머린걸 어쩌나. 그래도 주변머리 없는 덕분에 집사람한테는 동정심이라도 얻어서 안 쫓겨나는 것도 용한 재주가 아닌가. 된장찌개를 곁들인 산채비빔밥 맛이 일품인데 아주머니의 인정이 한 맛을 더 낸다.

주차장을 나와서 좌회전을 하면 약사전과 보현암 가는 길이고 우회전을 하면 문수암 가는 길이다. 문수암부터 들릴 요량으로 우회전을 했다. 9부 능선의 허리를 감돌아 가는 길은 그저 평지이다. 멀리 남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이내 작은 주차장이 찻길의 끝이었다. 발끝 아래는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이웃과 이웃이 되어 오순도순 정겨운데 치어다 보이는 문수암의 절집은 수십 길 낭떠러지의 절벽위에 발붙임을 하고 청량산 정상 밑으로의 깎아지른 벼랑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작은 틈새에 자리를 잡았으니 산제비나 들고날법한 제비집 같은 절집이 옴쏙하게 달라붙었다. 돌계단을 오르자 왼편은 천불당이고 절벽위의 또 하나의 절벽위로는 청담스님의 사리탑비와 부도가 일망무제의 남해바다를 굽어보고 우뚝 섰다. 바위 틈새를 비집고 선 앙그러진 노송은 불교정화에 온몸을 바치신 대선각의 청담의 유지인가! 온갖 풍상을 겪은 세월의 흔적이 가지마다 역력한데 기품서린 자태로 만고상청 푸르렀다.

종무소를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고 그 옆으로가 스님들의 거처이다. 대웅전 안으로 들어서면 본존불인 관음불 옆으로 문수보살이 모셔졌는데 뒷벽이 커다란 통유리로 만들어져서 깎아지른 절벽이 훤하게 보였다. 법당 뒤로 돌아들어 높이 쳐다보이는 석벽의 비좁은 틈새 깊은 곳에 손바닥보다는 좀 더 큰데 흰색의 작은 불상이 화관을 쓴 모습으로 좌측벽면에 도드라지게 붙어있는 문수보살입상을 볼 수 있었다. 인공이 아닌 천연의 문수보살 입상의 현몽에 이끌려온 의상조사께서 서기688년에 창건을 한 천년고찰 상문사로 불려졌던 문수도량이다. 문수보살 입상아래에서 합장하고 한참을 섰었건만 이르는 말씀이 없어 발길을 돌려 암반의 비탈을 지나 돌계단을 한참 올라서 법당 뒤로의 독성각을 찾았다. 바위와 바위틈새에 가까스로 끼워 놓은 듯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만남으로 풍광의 정취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원단일출의 장관을 미리 맛보고 싶어서 새벽 기도를 기약하고 발길을 돌려 약사전 대불전에 헌향하고 보현암을 찾았다.

약사전에서 보현암이 빤하게 보였다. 산중턱 양지바른 남향바지에 낭떠러지의 지형지물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건물옥상을 마당으로 삼았고 깎아지른 절벽의 좁은 공간을 법당으로 마련하고 절벽의 벽면을 뒷벽으로 삼아 삼존불을 조성하고 기암괴석에 금강역사를 도드라지게 조각하여 생동감과 역동적인 조화를 이끌어 낸 천연의 요새 같은 절집이다. 입구라고는 약사전 쪽의 외길 밖에 없어서 ‘한때는 백담사로 결정되기 전까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외분이 머무를 곳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었지만 허문도 국토통일원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이희성 장군의 향리로서 이따금 드나들어 언론이 지레짐작한 것이었다’고 스물다섯에 석남사에서 머리를 깎으셨다는 비구니 도림스님의 옛이야기를 연배도반이신 월정 비구니 노스님께서 보이차를 끓여주시며 부연설명까지 덧붙여주셨다. 문수보살도 보현보살도 아니신 두 분 노스님은 갑오신년은 욕심 없이 적은 거라도 베푸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시며 조용한 미소를 머금으셨다. 찻잔을 물리고 절집을 나서니 석양에 반사된 약사전 대불이 금빛으로 찬란한데 멀리 사량도가 구물구물 용틀임을 하고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은 서로를 가까이 하려고 옹기종기 모여든다.

/지역문제연구소장

보현암 원경5
보현암 원경
문수암에서 바라본 남해바다2
문수암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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