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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이 살았던 산, 여전한 것은 장쾌한 일출 뿐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82>오도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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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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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산 일출
오도산에서 본 두무산 방향 일출(사진제공=대구시 수성구 수성메트로 김상석씨제공)
 
 
 
 
진주 ??방향에서 국도를 타고 가다 합천에 다다를 즈음 북쪽을 쳐다보면 특이한 산을 하나 볼 수가 있다. 삼각뿔 모양을 한 모습이 흡사 알프스의 마테호른과 같은 산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정상에는 통신시설이 박혀 있고 산 중턱에는 갈지자 모양의 도로가 나 있다. 주변 산을 다 물릴 정도로 산의 형태가 특이해 눈길이 저절로 간다. 군계일학 높을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사방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위치에 있다. 통신시설은 1982년 KT에서 세운 무선 중계소. 이때 시멘트 도로도 같이 만들었다. 이 도로를 따라 정상엘 가려면 합천군 묘산면 가야에서 출발해 꼬불꼬불 10km를 올라야한다.

오도산. 이 산은 과거 한국산 토종 야생표범이 살았다. 지금은 멸종된 야생표범이 1962년 이 산에서 마지막으로 생포됐다.

한국표범은 너무 아름다운 자태로 인해 멸종의 길을 걸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탐욕에 희생됐다. 한때 1000여 마리가 생존했으나 일제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줄었다. 일제 때 호피무늬를 찾는 인간의 탐욕으로 1000여 마리가 생포되거나 사살돼 반출됐고, 나머지는 한국전쟁 때 서식지가 파괴돼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표범의 마지막 고향 오도산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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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에서 멸종한 오도산의 마지막 표범(1962년)


▲오도산은 거창 가조면과 합천 묘산면·봉산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 1134m. 북동쪽에 두무산, 88고속도로 너머 북쪽에 비계산과 우두산, 더 멀게 가야산이 위치한다. 서북쪽으로는 보해산 금귀산, 서남쪽에 미녀봉 숙성산이 있다.

김굉필·정여창 선생이 유도(儒道)를 발전시킨다는 의미로 ‘오도동(吾道)’이라 하면서 오도산이 됐다. ‘오도’(吾道)는 유생들이 유학의 도를 이르는 말이고, 오도(悟道)는 번뇌를 벗고 부처의 세계에 들어가는 길을 말한다.

▲산행은 오도산자연휴양림관리사무소→사방댐→갈림길(오른쪽 샛길)→능선갈림길(왼쪽)→바위전망대→비럭바위→시멘트도로→갈림길(산길)→정상→시멘트도로 이용(하산)→오도재→자연휴양림 회귀. 휴식포함 5시간 소요

▲오전 9시, 오도산자연휴양림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한다. 주차비 2000원과 입장료 1000원을 받는다. 전날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수북하게 쌓여 있어 기분까지 좋아진다. 얼었던 눈이 밟혀 사각거리는 느낌이 좋다.

주변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시설과 물놀이 공간, 화장실 산림욕장 등 휴양림 관련 시설들이 산재해 있다. 철 지난 계곡, 을씨년스럽지만 가만히 귀 기울이면 지난여름 사람들의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도 하다.

휴양림의 넓은 도로는 사방댐까지 이어진다. 댐은 올해 완공한 것으로 산사태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소망탑을 지나 10여분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직진 길은 오도재에 닿지만 취재팀은 오른쪽 구렁을 건너 산으로 붙어 오도산으로 직접 오르는 길을 택했다. 길이 선명치 않고 눈까지 쌓여 있어 길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메마른 가지에 달랑달랑 매달린 산행리본만이 등산로임을 알려준다. 성글게 놓인 바위들과 된비알의 등산로가 진행을 더디게 한다. 바람이 눈을 쓸어간 눈 속의 등산로는 깊이를 알 수 없어 푹푹 빠지고…, 겨울 산행엔 스패츠와 아이젠은 필수장비다. 아이젠을 차고 스패츠를 덧대어 심설산행을 다시 준비한다.

10시 50분 능선 안부에 올라선다. 취재팀은 이곳이 오도재 인줄 착각하고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갔다. 20여분 만에 정상에 올라 뒤돌아보니 요샛말로 ‘헐∼’ 이다. 뒤통수에 오도산 통신시설이 보인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뻔한 등산로라고 지도를 대충 본 것이 원인이었다. 산우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뒤로 하고 다시 능선 안부로 내려선다. 스키장의 선수급 경사도를 보여주는 구간이다. 주저앉아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이 외려 편하다.

능선 안부에서 다시 오름 짓을 재촉한다.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구간은 등산로 곳곳에 널려 있다. 이 날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강한 바람이라는 기상예보가 있었다. 능선에 올라서면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분다. 몇해 전 겨울 백두산 산행 시 부석이 날려 얼굴을 때려 힘든 적이 있었는데 이에 버금가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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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산행길

바람만 셀뿐 특별한 전망이 없어 ‘이 산이 왜 이래’ 라고 타박할 즈음, 전망대가 바위가 나온다. 남서쪽으로 눈 쌓인 산 너머 합천호가 보이고 인근 산 골골에 다랭이논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오르면 빌딩 3∼4층 규모가 되는 큰 비럭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바위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짐승이 살만한 암혈이 있다. 표범이 살았다면 아마도 이런 곳에 살지 않았을까.

50여년 전 1962년 2월, 이 산에서 우리나라의 마지막 표범이 생포됐다. 산 아래 가야마을에 살고 있던 황모씨는 집에 키우는 닭과 가축이 밤만 되면 죽어나가자 표범의 소행으로 믿고 덫을 설치했다. 며칠 뒤 산을 돌아보던 황씨는 질식할 뻔했다. 표범이 덫에 걸려 있는 것이었다. 황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표범을 서울 창경원에 기증하게 된다. 옮겨졌던 표범은 자신의 아름다운 호피무늬처럼 화려하게 살았던 모양이다.

비록 울에 갇힌 신세였지만 맹수들 가운데 가장 표독하고 무서운 포스를 지니고 있어 주변의 자잘한 동물들은 그가 나타나기만 해도 오금을 펴지 못했다. 큰 몸집에 날카로운 눈매, 화려한 호피무늬 등 그야말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사람들은 명품 표범의 자태에 매료됐고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1972년에는 외국산 표범과 교배해 새끼 한 쌍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73년 창경원으로 온지 11년 만에 죽었다.

비럭바위 앞에서는 왼쪽 낮은 쪽에 등산로가 열려 있고 로프가 타고 오르면 된다. 로프가 약하고 중간에서 놀아 몸이 공중으로 뜰 수 있어 위에서 손을 잡고 끌어주는 것이 좋다.

11시 34분, 산 아래에서 보였던 시멘트도로를 만난다. 가야에서 올라오는 통신시설을 위한 도로다. 통신시설을 바라보며 300여m도로를 걸어가 다시 정상으로 가는 산길에 붙는다. 10여분 산길 후 도로를 다시 만나고 정상이다. 관리사무소에는 자물쇠가 잠겨 있고 인기척이 없다. 철조망에 ‘오도산’ 안내표시가 있다.

오도산의 하늘이 열린다. 오도산은 산행으로서 묘미도 있지만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내륙에 군계일학처럼 솟은 산이 사진촬영지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동녘 일출이 장관이고 서쪽 일몰이 곱다. 2000년에 새천년 해맞이 행사를 실시했다.

해는 두무산 방향에서 뜬다. 적당한 높이의 두무산 뒤쪽에 그보다 낮은 산들이 올망졸망 사진의 배경이 돼준다. 이 풍경은 맑은 날이거나 구름이 일렁이는 흐린 날에도 사진가들의 눈높이를 맞춰준다. 눈을 돌리면 광활한 거창 들녘과 그 뒤로 병풍처럼 에두르고 있는 두무산 비계산 우두산 보해산 숙성산 마루금이 유장하다.

지면에 반영한 메인사진은 대구의 사진애호가 김상석(수성구 만촌동 수성메트로)씨가 이 지점에서 두무산 방향으로 촬영한 일출로 본지 100산취재팀에 제공한 것이다. 도로 중간 곳곳에는 일출을 볼수 있는 시설들이 조성돼 있다. 도로에서 오도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생각 외로 경사가 큰 내림 길이다.

오후 12시 10분께 휴식. 겨울철 눈과 추위 속에서 점심을 챙기는 일이 만만찮다. 움직일 때는 열이 나지만 가만히 있으면 추위가 온몸을 옥죄어 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끝이 시려오고 몸은 식는다. 휴식시간에 필요한 것이 다운파카와 장갑이다. 장갑은 불편해도 벗어서는 안 된다. 경사 때문에 아이젠도 스패츠도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내리막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바위와 비알, 언덕을 네발로 기거나 혹은 로프에 의지해 내려와야 한다.

1시 20분 오도재를 만난다. 정면 1.7km를 더 가면 미녀봉, 왼쪽으로 내려서면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이다. 오른쪽은 모현정 양지촌으로 간다.

오도산자연휴양림은 숲이 울창하고 물이 마르지 않는 높은 산 깊은 계곡에 위치해 여름철 휴양지로 적격이다. 숲속의 집 숙박동 야영장 산림욕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친구와 함께하는 여름철 숲속 여행지로 최상급이다. 특히 솔숲이 유명한데 소나무의 독특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한다.

소원탑에 새겨진 글/홀로 바로서기 어려운 돌/서로 다름의 울퉁불퉁함에도 용케 하나의 탑/그 빈틈에 숨죽여 소원 한 조각을 얹는다/사람아 네가 놓은 첫돌이 저리도 희망이다/홀로 서는 비틀거릴 아픔이 함께라면 희망이다/돌을 쌓는 정성이 하늘에 닿는다/

곧이어 오를 때 갈라졌던 갈림길을 만나고 휴양림을 거쳐 내려서면 2시10분께 관리사무소에 닿는다.

최창민기자







오도산등산지도 (23)
오도산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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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오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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