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수 (한국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후발기업이 ‘어떻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배경에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여기에는 다양한 분석과 의견이 있겠지만 ‘시대적 흐름의 예측, 철저한 준비, 그리고 선도적인 전략구축’이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사회를 거쳐 후기 정보화사회로의 변화를 그의 저서인 ‘제3의 물결’에서 밝히고 있다. 이런 흐름은 가전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며, 이런 변화를 선도적으로 구축한 기업만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름을 남겼다.
80년대 이전의 가전제품은 미국과 유럽이 중심지였다. 이들 제품은 무겁고, 두텁고, 길고, 큰 것을 좋아한다는 선호도에 근거한 ‘중후장대(重厚長大)’이었다. 즉 무겁지만 견고하고 수명이 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만이 최고의 기업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1980~90년대의 가전제품은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한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특성을 가진 ‘경박단소(輕薄短小)’이었다. 정반대 개념으로의 전환을 예측하고 선도적으로 적용한 일본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큰 인기를 독차지했으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등장했다. 즉 세계 최초, 세계에서 가장 작은, 콤팩트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만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평준화를 이룬 2000년대를 접어들면서 한국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아름답고, 즐겁고, 윤택하고, 창조적인 것을 선호하는 ‘미유윤창(美遊潤創)’으로 급변하게 된다. 소비자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혁신적인 디자인, 창의적인 발상을 적용한 기술은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함과 동시에 그 기업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매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가고 있지만 이런 변화의 흐름은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의 사회적 변화는 즐겁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참된 것을 중심으로 한 낙미애진(樂美愛眞)의 사회로 급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제품, 인간미와 진실함을 선점하여 구축한 기업만이 세상의 중심에 등장하는 사회가 분명히 도래한다. 이런 변화에 꼼꼼히 숙고한 기술력을 갖자. 그리고 선도적인 디자인 역량을 구축하자. 그러면 우리 지역에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기업을 통해 지역사회는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확신한다.
조용수 (한국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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