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사람 못난 사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 경남일보
  • 승인 201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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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책을 읽다 보면 뭔 소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절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논어’를 읽을 때도 예외는 아닌데,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여러 대가들을 통해 좋은 번역이 이뤄진 부분이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대략 이해가 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내게 있어서는 ‘자기만 못한 사람과 친구하지 말라(無友不如己者)’라는 말씀이 그런 구절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

우선 ‘자기만 못한’이란 구절의 기준이 애매하다. 나보다 돈이 없는 사람을 말하는가, 나보다 못 배운 사람을 말하는가, 나보다 못 생긴 사람을 말하는가, 나보다 인격이 떨어지는 사람을 말하는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다음에는 천만 번 양보해 그러한 분류가 가능하다는 가정 하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편의상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눠 보자. 나보다 나은 사람의 그룹을 A, 나와 같은 그룹을 B, 나보다 못한 사람들의 그룹을 C라고 가정하자. 이렇게 나눠 놓고 보면 C는 B와 A를 모두 친구로 삼고 싶어 할 것이지만 A와 B는 어림없는 소리라면서 퇴짜를 놓을 것이 뻔하다. B는 C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대신에 A와 사귀고 싶어 하겠지만 역시 A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이 세상에 친구란 있을 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공자는 왜 이런 이상한 말을 남겨서 나처럼 미련한 후학의 머리를 어지럽힌단 말인가. 그래서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혹시 공자의 말씀을 우리가 잘못 해석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無友不如己者’를 ‘자기만 못한 사람과 친구하지 말라’고 풀이한 선조들의 해석에 의문을 품고 그 문장을 좀 더 자세히 살피다 보면, ‘자기만 못한 친구는 없다’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논어’를 읽다보면 공자라는 인물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이해한 공자는 결코 ‘자기만 못한 사람과 친구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세 사람이 모이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焉)’라고 할 정도로 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바로 공자였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경전의 해석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을 두고 ‘위대한 경전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도적 같은 놈(斯文亂賊)’이란 표현을 쓴다. 나의 이러한 견해가 사문난적에 해당하는지 어떤지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공자는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아는 공자는 ‘네보다 못한 놈과 친구하지 마라’라고 말할 사람이 결코 아니다. ‘이 세상에 네보다 못한 친구는 없다. 그러니 친구를 소중히 여겨라’라고 할 사람이지.

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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