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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처럼 펼쳐진 봉우리…불국에서 맞은 일출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83>오대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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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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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비로봉 일출. 등산객들이 일출을 보며 새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국내 5대 적멸보궁에 속한다.

 
 
 

군인들이 절간에 들이닥쳤다. 퇴각하는 인민군들이 절을 근거지로 삼을 것을 우려해 사전에 “절을 불태우라”는 국군상부의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수전에서 가부좌로 수행 중이던 방한암스님은 군인들의 소란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총칼을 든 그들의 기세는 드셌다 “스님, 자리를 비키시오! 절을 불태울 것입니다” 그래도 스님은 미동하지 않았다. 당황한 군인들이 다시 고함쳤다.

“스니∼임! 자리를 뜨시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그때 입을 열었다. “불을 지르시오. 당신들은 상급자의 명령에 따라 불을 질러야 하지만, 나는 부처님의 제자이니 이 절에서 한 발짝도 떠날 수가 없소. 그러니 개의치 말고 어서 불을 지르시오. 그러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오” 스님의 추상같은 기개에 눌린 군인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절간 문짝만을 떼어내 마당에 던진 뒤 불을 질렀다. 금세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군인들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절을 떠났다.

한국전쟁 때 상원사를 지킨 한암스님과 국군 간에 있었던 선문답 같은 실화이다. 이렇게 지켜진 절이 오대산 상원사다. 아울러 ‘국보 36호 동종’과 ‘국보 221호 문수동자상’이 살아남았다. 동종은 현존하는 유물 중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것이고 문수동자상은 국내 유일의 동자상이다.

상원사 아래 월정사는 당시 불탔고 돌로 만든 8각9층석탑(국보 48호)만이 화마를 이겨내 지금까지 온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국보 월정사 8각9층석탑

이처럼 오대산은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이다. 상원사를 중심으로 산을 이루는 정상 비로봉과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이 방형으로 불교의 꽃 연꽃 같은 산세를 이루고 있어 오대산이라고 부른다. 비로봉의 ‘비로’는 이상의 불국토인 연화장에 살며 큰 광명을 비춰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다. 연화장에 해당하는 오대산은 불교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산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겠다.

▲강원도 평창, 홍천, 강릉시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다. 높이 1565m.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5개의 고봉이 있고 백두대간이 지난다. 비로봉은 직접 지나지 않고 노인봉 진고개 동대산 구룡령으로 살짝 비켜간다. 대간은 남으로 대관령, 북으로 구룡령 점봉산 설악산으로 굽이친다. 산에는 보기 드문 아름드리 전나무와 주목이 하늘로 쭉쭉 솟아 있다. 상왕봉에 금강초롱이 자생한다.

▲산행은 오대산국립공원(상원사탐방지원센터)→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두로봉 갈림길→북대암갈림길→임도→상원사탐방지원센터→차량으로 이동→월정사(8각9층석탑)11.4km에 5시간 소요.



▲ ‘더 조은 사람들’ 카페 산악회회원 70여명과 100명산 산우 등 일행 80여명은 상원사 앞 주차장에 도착한 뒤 새벽 5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헤드랜턴에 스패츠 아이젠…. 산행객은 작전에 투입되는 국군처럼 움직임이 빨랐다.

이번 오대산산행은 2013년을 마감하고 갑오년 새해를 맞는 의미에서 일출산행으로 계획했다. 마침 지역의 ‘더 조은 사람들’ 카페 산악회 일행 70여명과 함께해 더욱 의미 있는 산행이 됐다. 산우 한중기 박도준 정경규 최병호도 합류해 일출산행에 동행했다.

이 산악회는 올 초부터 21차례에 걸쳐 국내 국립공원지역을 탐방하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산 사랑을 실천해왔다. 카페지기 강종문 사장은 본보의 100명산을 후원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밀레 중앙점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초입부터 온통 눈 세상이었다. 달빛이 닿은 눈 쌓인 언덕은 파르스름한 빛을 반사했고 하늘엔 새벽달과 별이 보석처럼 빛났다.

등산로 양옆에 선 나무들은 낮이면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일 테지만 어스름한 달빛 아래선 검은 물체나 그런류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어슴프레 보이는 상원사 아래를 지난다. 새벽 예불을 위해 나오는 스님은 산행객이 일상인듯 일없이 갈 길을 간다.

국보인 상원사 동종에 새겨진 비천상 정교한 조각이 명품의 기운을 보여준다.


 
여기 상원사에 한암스님이 지켜낸 동종이 유리관에 모셔져 있다. 지금부터 1400여년 전인 신라 성덕왕 24년(725)에 구리로 만들었다. 오래됐지만 금이 간 것을 제외하고는 핵심이 되는 비천상과 용의 조형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크기는 높이 167cm, 지름 91cm이다. 상륜부에 용의 머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장식해 놓았고 몸통에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이 새겨져 있다. 용과 비천상을 자세히 보면 거푸집에서 방금 꺼낸 것처럼 섬세한 선이 살아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종을 치는 당좌의 연꽃 무늬부분도 살아 있을 정도다. 현존하는 완성형의 통일신라 범종 중 하나로 최고의 종으로 꼽힌다. 장중한 저음과 애타게 길게 끄는 중심음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소리를 만든다. 일부 금이 간 이유로 종을 치지 못해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상원사에는 또 하나의 국보 목조문수동자상이 있다. 지금까지는 세조가 자신의 등을 씻어주고 홀연히 떠나버린 문수동자를 회상하며 화공을 시켜 그리게 한 다음 이를 동자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전설의 정설이었다. 상원사 앞 주차장옆에는 세조가 목욕하기 위해 의관을 걸어두었던 관대걸이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최근 동자상 복장에서 나온 기록은 이와 약간 다르다. ‘1466년 세조의 둘째딸 의숙공주 부부가 아들을 낳게 해달라며 만들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넓은 길을 떠나 산비알 계단에 붙으면 곧바로 비로전이 나오고, 출발 50분 만에 적멸보궁 앞 공터에 닿는다. 잠시 휴식하는 사이 산행객의 입에서 푹푹 쏟아지는 하얀 입김이 랜턴의 역광에 비쳐 더 요란하고 진하게 보인다. 이날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갔다는 예보는 있었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국내에는 통도사 봉정암 정암사 법흥사 5대 적멸보궁이 있다. 적멸보궁을 떠나면 약간 내림 길이 있고 평탄하지만 10여분정도 진행한 뒤 국립공원탐방로 간이초소부터는 거센 비알이다. 그저 하얀 눈과 주변 수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숨 가쁘게 오르는 길밖에 별 도리가 없다.

그런 중에도 아름다움은 보인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물체가 옆으로 지나가는 것은 이 산의 자랑, 400∼500년 된 할아버지 나무들이다. 이 구간에는 고령의 수림이 지천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원시림의 보물창고로 일컬어진다. 일행에서 조금 뒤떨어져 걷다가 문득 하늘을 본다. 고목 틈으로 열린 창공에 달린 달이 눈부시고 별빛은 쏟아진다. 눈과 가슴에만 담을 수 있는 밤하늘의 풍경이자 야간산행에서만 느끼고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눈속을 헤쳐 얼마나 올랐을까.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이 지났을 무렵 검었던 하늘에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별빛이 하나둘씩 줄었나 하고, 뒤를 돌아보니 동쪽 하늘 가장자리에 붉은 기운이 돌았다. 여명이다.

검은 산과 구름의 실루엣 위로 황금빛이 선연하고 그 위로 주황빛 흰빛 푸른빛 진푸른빛이 조화롭게 층을 이룬다. 무지개가 아름답기는 해도 여명은 더욱 아름답다. 어둠을 깨는 황금빛이 찬연하다. 더욱이 추운 곳, 높은 곳에서 보는 여명의 화려함은 무지개가 따르지 못할 뿐더러 감동도 덜하다. 여명은 명암과 채도를 달리하며 30여분동안 계속된다.

오전 7시가 채 못돼 비로봉에 닿는다. 어느새 하늘은 조금 밝아졌다. 색깔이 곱던 여명도 이제 일출의 시간 앞에 자리를 내줘야한다.

30분이 지난 시간에 일출이다. 황금빛의 작은 점하나가 장막을 뚫고 비수처럼 날아오른다. 빛이 속도가 있다더니 좀 과장하면 정말 날으는 빛이 눈에 보인다. 빛은 차츰 광채를 넓혀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고 비로봉을 비추고 뒷편 먼 곳 명산 설악준령까지 비춘다. 수목들이 깨어나고 산들도 깨어난다. 앙상한 고사목, 아름드리 수목, 눈밭의 낭만 오대산의 신비로움이 태양 앞에서 알을 깨고 태어난다.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 4km구간은 약 1시간 30여분이 더 걸린다. 갈대와 철쭉이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상왕봉에서는 임도를 타고 상원사주차장까지 원점 회귀할 수 있다.

적멸보궁 상원사일대의 전나무 길은 유명하다. 수령 400∼500년짜리 고목의 원시림이 빽빽하게 들어찬 특이한 지역이다.

하산 후 버스로 이동한 월정사. 전쟁 때 8각 9층석탑만 남고 모두 불탔으나 복원됐다. 탑도 일부가 손상됐으나 1971년에 복원했다

이 탑은 고려시대에 유행했던 다층석탑이며 기단에 연화문이 조각돼 있다. 다층석탑은 주로 만주를 비롯한 북쪽에서 유행했던 양식이다. 높이가 약 15m로, 다각다층석탑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높다. 높아도 비례와 균형미가 뛰어나다.



오대산7
오대산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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