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말하는 나이 듦의 즐거움
‘어른’들이 말하는 나이 듦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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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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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낡은 여인숙의 짧은 하룻밤이라고 한다. 그 여인숙에서 만난 찰나의 이웃들에게 되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내 운명이다. 또한 그 이웃들과 함께 더불어 살면서 돕고, 베풀어야 함은 물론이다.”(드라마 작가 김운경)

“벽을 깨고 다시 한 번 세상과 충돌해보자. 여든이 넘은 내가 나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충고는 이 나이 먹고도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 천지며, 신기한 것 투성이며,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이 있어서 걱정이라는 것이다.”(번역가 김욱)

나이가 든다는 것은 쓸쓸하기만 한 일일까. 손자의 재롱을 보며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는 것만이 최선인가.

신간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에 글을 실은 우리 시대의 ‘어른’ 20명은 입을 모아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들은 오히려 나이 듦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저자들의 연령대는 불혹을 지난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언론인인 이영만(60) 헤럴드미디어 대표는 중국 춘추시대 고사성어를 빌려 와 “나이 듦은 복”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제나라 재상 관중은 전쟁통에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을 풀어 길을 찾았습니다. 젊은 말은 빠르지만 늙은 말은 지름길을 압니다”라며 “세월은 지혜”라고 말한다.

무조건 이기는 야구를 추구해 유명해진 ‘야신’ 김성근(71) 감독의 말은 더 독하다. 나이 숫자를 외우는 것은 무기력한 이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꼬집는다.

“많은 사람이 일을 생활의 수단으로만 여긴다. 그러면 안 된다. 일 그 자체가 즐겁고, 그 안에서 뭔가를 자꾸 하고 싶어야 한다. 그 속에 빠져 있어 보라. 일에 빠져 있으면 세월이라는 것, 나이라는 것은 아무 상관도 없다. 일을 생활의 수단으로 삼으니까 갑갑한 거다.”

저자들은 개인적 소회뿐만 아니라 학문 탐구의 자세를 살펴보기도 하고, 시간의 의미도 묻는다.

김연철(49) 인제대 교수는 개인의 시간 대신 ‘사회적 세월’인 분단 60여 년의 역사적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사회학자인 정태식(57) 경북대 교수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시간관을 이야기하며 우정과 사랑을 통한 합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필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김욱(83) 작가는 “국가와 민족, 사회의 틀 안에 정해졌던 사회적 운명은 끝났으니 이제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운명을 살겠다”며 ‘신노인 운명론’을 전한다.

페이퍼로드. 244쪽. 1만2000원.

연합뉴스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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