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하던 대로만 하면 통할 것”
추신수 “하던 대로만 하면 통할 것”
  • 연합뉴스
  • 승인 201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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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기자회견 "이적 텍사스팀 기대된다"
천문학적 액수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추추 트레인’ 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하면 텍사스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신수는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년이라는 장기 계약에 대한 부담감이 있긴 하다”면서도 “해온 만큼만 하고 건강만 유지한다면 좋은 기록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신시내티 레즈에서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남긴 추신수는 22일 텍사스와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371억원)의 거액에 사인하고는 이날 13개월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역대급 계약에 감회가 달랐을 것 같다.

 ▲계약이 될 때 애리조나 시각으로 새벽 1시 30분이었다. 텍사스 구단으로부터 그날 연락이 올 것 같다고 에이전트와 얘기가 됐다. 아내는 기다리다가 잠을 자고 있었다. 계약 소식을 듣고 아내를 깨워 이야기하면서 13년 동안 있던 일들을 떠올렸다. 정말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간 듯한 느낌이었다. 13년이 5분처럼 지난 느낌이었다.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기 오면서 이 정도까지를 목표로 잡은 게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만 생각했다. 뛸 수 있다는 것만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받다 보니까 ‘내가 정말 한 건가’ 자문할 정도다. 정말 긴 시간 가족이 많이 힘들었다. 이야기하면서 눈시울도 적셨다.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또 다른 야구 인생이 시작되는 거로 생각한다.

 --올해 자신의 성적에 대한 만족도는.

 ▲100%는 만족 못한다. 타율 3할도 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쉽다. 비록 팀이 졌지만 개인적으로는 포스트시즌에 나가서 홈런도 쳤다. 상대팀으로 하여금, 그리고 모든 사람의 기억에 남는 경기를 했다는 게 좋은 기록이라 생각한다. 또 300 출루라는 기록이 메이저리그에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시즌 한 달 남기고 신시내티 레즈의 동료이던 조이 보토가 와서 알려주더라.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라고 얘기하더라. 300 출루가 가장 보람있는 성적이다.

 --텍사스와의 계약에서 최우선 조건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자유계약선수(FA)라는 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한테 그런 기회가 왔기에 정말로 원하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 팀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이기는 팀이었다. 두 번째는 가족들이 얼마나 연고지에서 편안하게 사느냐였다. 사실 여러 팀의 제안이 있었는데 내년부터 우승에 도전할 수 있고, 가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을 골랐을 때 텍사스가 남았다. 또 텍사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왔다. 표현은 안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에는 텍사스가 있었다.

 --텍사스로 가게 된 스토리를 알려달라.

 ▲길지만 짧게 얘기하겠다. 월드시리즈가 끝나자마자 FA가 시작됐다. 10개 팀 정도가 관심을 표현했다. 사실 관심은 누구나 다 표현할 수 있다. 계약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게 좁히다 보니 3개 팀이 남았다. 거기에는 뉴욕 양키스도 있었다. 양키스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 내가 양키스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보통 계약 제안을 받았을 때 그 누구도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양키스에서는 나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황당했다. 이후 텍사스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해서 가게 된 것이다.

 --존 대니얼스 텍사스 단장이 장기 계약을 안 하기로 유명하다.

 ▲나도 같은 얘기 들었다. 에이전트한테 들은 바로는 대니얼스 단장을 상대로 금액은 몰라도 기간을 늘리는 건 힘들다고 하더라. 그런데 마지막에 성사됐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것은 내가 안고 가야 할 고민이다. 나 스스로 잘 다스려야 한다. 나도 사람이기에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다. 하던 대로만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잘하려다 보면 오히려 안 좋은 게 나오는 것 같다.

 --좌익수로 포지션 바꾼다는 말이 있다. 수비 위치 변화에 대한 생각은.

 ▲올해 시즌 전에 중견수로 이동하면서 표현은 안 했지만 굉장한 부담감이 있었다. 타격에 신경 써야 하는데 수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중견수를 다른 선수만큼 하지는 못했지만 처음 한 것치고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실 코너 외야수로 간다고 하더라도 중견수만큼은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자신도 있다. 그전에 서봤던 자리이기에 수비 위치나 타순에 대해서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는다.

 --왼손 투수에 대한 약점을 어떻게 극복했나.

 ▲야구를 하면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힘든 것이 왼손 투수 상대하는 일이었다. 반쪽 자리 선수가 될까 봐 그랬다. 정신과 의사도 만나보고 왼손 투수 상대 잘하는 선수들에게 조언도 들었다. 하지만, 조언 듣는 것과 타석에 서는 것은 다르다. 몸에 맞는 공을 많이 맞을 때는 왼손 투수가 공을 던지기만 해도 나한테 공이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족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또 나와의 싸움이었다. 차츰 공이 잘 맞아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미국 갔을 때 원래 포지션이던 투수를 해보고 싶은 생각을 안 했는지.

 ▲엄청나게 많이 생각했다. 투수했다면 팔꿈치 수술도 했겠지만, 메이저리그는 3년 만에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못했을 것 같다. 선수 생활도 장담 못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빨리 올라가는 것 외에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게 없었을 것이다.

 --텍사스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고 공격적인 팀이다. 어떤 역할을 할 생각하는지.

 ▲정말 기대된다. 스프링캠프도 기다려진다. 올해 신시내티에서만큼만 한다면 텍사스에 도움 많이 줄 것 같다. 그런 기대를 안고 텍사스에서도 7년이라는 긴 기간을 제안한 것 같다. 몸만 건강하고 많은 경기 소화만 한다면 내가 원하는 기록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이전 팀이던 신시내티 레즈에서 배운 것은.

 ▲조이 보토와 제이 브루스, 브랜든 필립스 등 선수들을 보면 경기를 대하는 자세가 정말 진지하다. 다음 경기에서의 상대 투수를 개인적으로 분석한다. 코치들이 해주지 않아도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 지는 팀은 항상 ‘이기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기는 팀은 ‘이긴다’고 생각한다.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뜻이다. 다른 것보다도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많이 배웠다.

 --이제 몸값이 훨씬 비싸졌는데 앞으로 몸에 맞는 볼은 어떻게 하나.

 ▲많은 분이 내가 타석에 바짝 붙어서 공에 많이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몸에 맞는 볼이 많은 것은 내가 피하지 않아서다. 투수들이 몸쪽을 던지다 실수를 하면 좀 더 몸쪽으로 공을 던진다. 투수들이 한 번은 실수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노린다. (뼈가) 부러지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맞을 수 있다.

 --일본 출신인 다르빗슈 유와 한팀이 됐다. 아메리칸리그 다른 팀인 시애틀 매리너스에도 이와쿠마 히사시라는 일본인 투수가 있다. 이들을 맞이하는 느낌은.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톱 클래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좋은 선수와 한팀이라는 건 나한테 좋은 일이다. 이제는 같은 팀이기 때문에 내가 먼저 다가갈 자세가 돼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그렇게 해왔다. 내가 먼저 가서 친해지고 싶다. 이와쿠마의 경우 좋은 공을 던지지만 내가 상대적으로 잘 친 기억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만나도 잘할 자신 있다.

 --선수 생활하면서 다른 어려운 일은 무엇이 있는가. 또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이 계약 후 따로 얘기해준 것이 있는지.

 ▲어려운 점은 미국생활이다. 정말 야구만 하다가 미국을 갔으니까 처음 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친구 없이 혼자 생활하니까 외로웠다. 외로움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다. 이제 정말 확실히 자리를 잡았으니까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챙길 생각이다. 워싱턴 감독님께는 타순과 포지션을 물어봤더니 나를 1번 타자에 좌익수로 생각한다고 하더라. 감독님은 또 지명타자를 고정적으로 두는 게 싫다고 하더라. 나나 애드리안 벨트레, 프린스 필더 등을 매번 돌려보고 싶다고 했다.

 --도움을 주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올해 더스티 베이커 신시내티 전 감독과 대화를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을 했다. 베이커 감독에게 즐기는 야구가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베이커 감독은 “우리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고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받은 만큼 주는 게 야구를 즐기는 것”이라고 말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뜨거워졌다. 많이 가지면 무엇하냐는 뜻이다. 그만큼 주는 게 기쁜 일이다. 아직 자세히 결정하지 않았지만 시간을 갖고 도울 생각이다.

 --본인의 능력은 노력에 의한 것인지. 또 야구 기량면에서 가장 큰 벽에 부딪혔던 기억은.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운동은 타고난 것 같다. 가르쳐 주면 빨리 배운다. 내가 그걸 따라하면서 놀랄 때도 있다. 미국 처음 왔을 때 말이 안 통하니까 코치가  자세를 보여주면 ‘이걸 원하는구나’ 하면서 배웠다. 2007년에 팔꿈치 수술했을 때가 가장 크게 벽에 부딪힌 때였다. 야구만 보고 살았는데 가족이 생기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말도 통하고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국에 가겠다고 결심도 했다. 하지만, 아내가 말리더라. 그때 수술해서 재활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잡아줘서 힘이 생겼다. 정말 재활 열심히 했다. 그 덕에 2개월 정도 빨리 복귀했다.

 --론 워싱턴 감독과 호흡은 어떨 것 같나.

 ▲아주 좋을 것 같다. 계약 전에 감독님과 단장님 등 텍사스 관계자 5명과 3시간 정도 얘기했다. 그 시간 동안 베이커 감독님이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수들 대하는 자세나 말할 때 제스처 등이 베이커 감독과 많이 닮았더라. 느낌이 정말 좋았다.

 --메이저리그 이후 한국에서 뛰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이번이 7년 계약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할 생각이다.

 --앞으로 대표팀도 할 생각인가.

 ▲아시안게임은 시즌과 맞물리지 않을까 하는데 시즌과 겹치지만 않는다면 국가대표팀에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표팀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갚아줘야 한다고 본다.

 --선수로서의 목표와 아버지, 남편으로서의 목표는.

 ▲아버지로서 해온 그대로 해도 될 것 같다. 이제는 이사를 안 해도 돼 정말 좋다. 가족과 보낼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명예의 전당까지는 갈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건강하게 오래 뛰면서 38∼40살까지 뛰는 게 야구 선수로서의 목표다. 이번에 100(홈런)-100(도루)하면서 200-200, 300-300하고 싶다는 새 목표가 생기더라. 건강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연합뉴스





MLB 1억 달러 사나이 추신수, 가족과 금의환향
 미국프로야구에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외야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3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가족과 함께 입국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 하원미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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