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눈 맺기 전에 단가지 만들어야
꽃눈 맺기 전에 단가지 만들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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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매실나무 전정 마무리
해가 바뀌어 말의 해 갑오년이 밝았다. 세밑부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해가 바뀌는 시간에 맞춰 종을 치며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종소리에 담아 새해 소원을 빌었다. 전국의 해돋이 명소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며 떠오르는 해를 보고 새해 소망을 빌며 새아침을 맞는 이제 모습이 낮선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가는 해를 뒤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기 위한 새해설계를 한다. 농사를 짓는 이도 예외일 수가 없어 지난해 농사를 따져보고 새해 영농설계를 다시 짠다. 논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세세한 일정은 농사월력을 보고 따라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새해 해야 할 큰일을 챙겨 보았다.

먼저 언 땅이 녹으면 서둘러야 할 일이 나무심기다. 수종갱신을 위하여 배나무를 베어내고 땅을 골랐다. 참죽나무 등 잡목이 우거졌던 과수원 언저리 지저분하게 정리되지 않은 땅은 굴삭기까지 동원하여 말끔하게 다듬어 두었다. 그리고 매실 밭 사이 기계가 다닐 수 있는 작업로를 내면서 병들고 품종이 좋지 않은 나무는 뽑아 없애고 구덩이를 파 거름까지 넣어 나무 심을 준비를 마쳤다.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 바로 묘목을 가져다 심을 계획이다. 다른 나무보다 매실은 수액의 움직임이 빨라 일찍 심는 것이 좋다고 한다. 늦어도 2월말까지는 매실나무 심기를 끝낼 계획이다. 어림잡아 700주는 심어야 하기에 심은 나무가 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묘목 밭에서 뽑는 것부터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묘목 밭을 떠난 나무는 가식을 하기 보다는 바로 심어야 활착률이 높다고 한다. 그날 작업을 끝내지 못한 어린나무는 얼거나 마르지 않도록 맨땅에 거적으로 덮어 보관했다가 하루 이틀 사이 심기를 끝내야 한다. 나무뿌리가 말랐다고 물을 뿌려 보관하거나 가식을 하는 것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심는 것이 중요하다. 심기 전 나무를 잘랐던 곳과 상처 난 곳에는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페인트를 이용하여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칠을 해두면 활착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나무심기가 끝나면 과수원에 관수시설을 해야 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지금까지는 하늘만 보고 농사를 지어왔다. 매실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수확이 끝나기 때문에 해마다 반복되는 늦봄 가뭄에 과육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좋은 품질을 기대할 수 없었다. 가뭄에 목말라 수세가 약해진 나무는 여름철 병충해를 견디지 못하고 가지가 마르거나 심한 경우 죽기도 한다. 해마다 보식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 자란 나무가 죽어 수확량이 줄어드는 피해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수확이 끝난 늦가을 지하수를 파기 위하여 수맥을 찾으려 노력을 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할 수 없이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지하수를 수리해 같이 사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단상으로 사용하던 전기를 삼상으로 바꾸는 공사를 마치고 물을 퍼는 수중 모터도 새것으로 달았다. 다행인 것은 지하수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분들과 서로 재배하는 작목이 달라 경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풍족한 정도는 아니지만 물은 확보되었으니 과수원에 관을 깔아 물을 주는 시설만 하면 된다.

하나 더 서둘러야 하는 일이 작업장을 짓는 일이다. 작업장이 따로 없어 집 창고를 이용하다보니 장소가 비좁아 작업에 애를 먹었다. 지난 연말 작업장을 새로 짓기 위하여 그동안 간이창고로 이용해 오던 비닐하우스를 걷어내고 바닥을 골라 두었다. 작업장에 사용할 전기공사는 한전에 신청하여 연말에 끝낸 상태다.

날이 풀리면 바닥에 레미콘을 깔고 기둥을 세워 비닐을 덮으면 된다고 하니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주변에 작업장을 지어 본 경험 있는 분들이 많아 땅을 고르자 이분 저분들이 찾아와 이것저것을 지적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비닐을 덮으면 새가 날아와 쪼아 구멍을 내니 다른 것을 덮어보라는 경험을 전해주는 것도 이분들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

한 달여 끌어왔던 매실가지치기를 마쳤다. 그동안 매실 꽃눈이 많이 부풀어 커졌다. 매실나무는 수액이 겨울에도 흐른다고 들었는데 꽃눈이 하루하루 다르게 부푸는 것을 보며 서둘러 끝냈다.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다시 깨닫게 해준 매실가지치기였다.

이번 주부터는 단감과 대봉 가지치기를 시작해야 한다. 경험이 많지 않고 서툰 일이라 우선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주변에 도움을 주실 분들이 많이 있으니 찾아 나서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매실전정 마무리
초보농사꾼이 매실나무 전정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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