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문화, 경남의 자랑> 산청 하수오주(酒)
<경남의 문화, 경남의 자랑> 산청 하수오주(酒)
  • 임명진
  • 승인 2014.0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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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일간 정성이 빚은 '술 아닌 약'

지리산하수오영농조합법인에서 하수오로 만든 제품 모습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 삶이 녹아 있는 유·무형 문화재는 물론 전통, 흔적 등이 경남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경남에 소재하고 있는 이들 문화재와 전통, 흔적들은 세계에서도 자랑할 수 있는 귀중한 경남의 옛 문화이다. 이에 따라 경남의 옛 문화에 대한 재조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경남의 옛 것을 찾아 예술성·보존성·전승 및 학술적 가치성 등을 분석, 소개해 본다./편집자 주

 
화경판(45) 대표가 안내한 공장 내부, 상큼한 향내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향내의 진원지를 찾다가 눈에 띈 커다란 원형 통. 그 속에는 부글부글 10일째 발효가 진행 중인 탁한 막걸리 빛의 원액이 가득 담겨 있다.

그렇게 발효를 마치면 또다시 숙성기간을 거친다. 그렇게 장장 75일이라는 기나긴 공정을 거쳐 탄생한 술이 바로 하수오주다.

화 대표는 안동소주처럼 불을 때, 직접 제조한 막걸리에서 소주를 뽑아낸다. 한 방울, 한 방울 소주를 내려 그 양을 모으는 것도 그의 표현대로라면 “장난이 아닌 진땀 빼는 일이다”고 한다.

그렇게 뽑아낸 소주에 하수오를 숙성시키면 마치 솔 향을 연상케 하는 하수오 특유의 향이 배어나온다.

살짝 입에 갖다 대면 상큼한 향이 코끝에 감돌고, 단맛마저 느껴진다. 목넘김도 부드럽고 뒷맛도 깔끔하다.

거기다 한방 재료로 쓰이는 하수오가 가미되니 가히 ‘술이 아닌 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 하다.

화 대표는 “생쌀로 발효를 하니 향이 더 좋더라, 술에서 과일향이 나는데, 전통주는 향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술”이라고 말했다.

화 대표는 물 좋고, 공기 좋기로 소문난 청정 산청군에서 전통방식으로 하수오주를 빚는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하수오는 장복하면 기혈순환이 원활해지고 무병장수한다고 전해진다.

민간에서는 탈모예방과 정기를 복돋아주는 강정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가양주로 애호되고 있다.

화 대표가 전통주 사업에 뛰어든 까닭도 여기에 있다.

효능 때문에 담근 술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하수오주는 오래될수록 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하수오로 담근 술은 부르는 게 값이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술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 시작한 거죠”

5년 전 화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집에서 담근 하수오주를 처음 접했다. 지금껏 맛보던 술과는 달랐다.

그때부터 온갖 자료를 다 찾아보고, 전국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당시만 해도 전문적으로 하수오를 재배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보다 똑똑하고 돈 많은 사업가들이 주변에 보면 천지인데, 왜 사업화가 안됐을까 의문도 들었지요. 알아보니 하수오가 식품 쪽으로 허가된 게 얼마 안 됐더라고요”

화 대표가 만든 하수오주는 전통주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시장에 진출했다.

“산청이 약초의 고장으로 이름 높잖아요. 하수오주는 그런 산청을 대표하는 지역 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약초를 이용해 만든 술이 있긴 하지만 하수오로 술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것은 전국에서도 저희가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를 할 때 고두밥을 짓는데, 화 대표는 생쌀을 고집한다.

생쌀로 발효를 하면 원가도 비싸질 뿐더러, 제조공정도 훨씬 길어진다. 그럼에도 좋은 맛과 향을 내기 위해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생쌀로 발효 하는 기술은 화 대표만의 기술이다. 자체적으로 생쌀을 잘 분해할 수 있는 균을 키워서 발효를 일으킨다.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무수히 많은 과정을 거친 끝에 얻어낸 그만의 연구결과이다.

화 대표는 “술을 배우면서 알게 된 것이 모든 공정은 정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정성을 들인 만큼 술의 주질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 해 산청에서 막을 내린 2013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공식 만찬주로 지정되면서 명성을 얻었다.

판로가 다소 늘긴 했지만 화 대표는 전통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에 못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요즘 사람들은 외국 술을 즐겨 찾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지역 전통술이 주변에 얼마든지 있는데, 그걸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전통주가 진부하고 고루하다고만 인식되는 것 같아 솔직히 많이 아쉬워요”

현재 하수오주는 38도, 20도, 17도 등 3종류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

하수오 특유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리큐르 주를 고집했지만 약주로의 진출도 계획 중에 있다.

하수오에 관한 화 대표의 욕심은 끝이 없다.

화 대표는 “하수오로 시작한 길이고, 산청 하수오가 전국 최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차후에는 하수오와 연계한 체험관광 쪽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농원 조성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청 지리산 하수오 영농조합법인 화경판 대표
“전통주 시장 쉽지 않지만 하수오 가능성 믿는다”


화경판(45)대표는 하수오 전문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의 말 속에서 하수오의 미래 시장에 대한 그의 열정과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업이 쉽지가 않았을 것 같다

▲맞다. 사업에 뛰어들기 전부터 난관이 많았다. 강원도, 충청도 등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씨앗을 구했고, 재배법도 수년에 걸쳐 연구했다. 지금은 연간 20톤 규모의 하수오를 소비하고 있는데, 꾸준히 재배면적을 널리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해 질 것으로 본다.

-어떤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나.

▲효능 때문이다. 하수오는 너무 비싸서 쉽게 접하기가 어렵다. 보다 대중적으로 접할 순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하수오주를 생각하게 됐다.

-판매실적은 어떤가.

▲솔직히 어렵다. 솔직히 회사 전체로 보면 하수오 식품 쪽의 매출이 훨씬 많다. 주류 분야는 실적이 미미해 고민이 많다.

유통망 확보가 영세업체로서는 너무 어렵다. 또한 원가부담으로 다른 술에 비해 비싸다는 점도 관건이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인데, 주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약주로의 진출도 구상 중에 있다.

-하수오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나

▲아니다. 하수오는 원래 한 가지다. 적하수오라고도 한다. 한방 약재로 인기가 많다보니 시중엔 이엽우피소라고 불리는 가짜 하수오가 있다. 소비자들의 경우 식별이 어려우니 구입 시 주의해야 한다.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전통주 업계의 현실이 녹록치가 않다는 걸 실감했다. 하지만 하수오의 가능성만은 무궁하다고 본다. 지역 전통주 업계가 실질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하수오 관련 전문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수오 전문기업으로 산청 하수오가 전국 최고라는 명성을 얻어 나가는 게 바람이 있다.

화경판 대표가 적하수오로 만든 술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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