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그리고 역사교과서
친일, 그리고 역사교과서
  • 경남일보
  • 승인 201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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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1910년 한·일 합방을 전후하여 1945년 해방까지 우리를 식민통치한 일본을 위해 민족적 양심과 영혼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그들을 위해 충성을 다한 친일인사들 4389명이 망라된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 간)이 발간될 쯤, 그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후손과 직·간접적으로 관계 있는 사람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과오를 감추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잘못이 자신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여러 사람들에게 파급효과를 주는 것이라면 엄정한 반성과 그 반성에 의한 실천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1945년 해방 이후 이 땅에서 친일인사들은 그러하지 못했다.

1947년 해방된 나라에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되었고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활동이 시작되었으나 기득권을 쥐고 있던 친일파들의 끈질긴 방해공작으로 끝내 그 법은 폐기되고 만다. 이것으로 식민통치에 앞장서 반민족 행위를 한 사람들은 면죄부를 받았고, 더 나아가 친일파들에게 식민시절 그들의 과오를 없앨 수 있는 근거를 역설적으로 독립된 이 나라가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친일의 무리들은 그 뒤 교묘하게 이념을 이용한 변신을 꾀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조한 민주주의 이념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잘못을 알고 있는 모든 세력을 반민주, 즉 좌파 혹은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웠다. 그 작전은 매우 유효했으며 6·25전쟁을 기화로 그들의 의도는 우리사회에 대부분 용인되어졌다. 즉, 친일의 모습을 은폐할 수 있는 완벽한 이념의 가면을 뒤집어쓴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일본 수상과 각료들이 독도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또 태평양 전쟁의 1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의 각료와 수상이 참배할 때마다 과거사를 이야기하며 그들의 행보에 대해 분노하고 규탄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가르치는 일부 역사교과서의 내용은 진보와 보수의 ‘균형’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가치를 내세우며 과거 역사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 최근 뉴스의 중심에 있는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편찬 책임자는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일본조차도 인정하는 불평등 조약인 한·일 간의 ‘강화도 조약(1876)’에 대해 ‘자주적’이라고 표현을 썼고, 이것을 ‘고귀한 부분’이라고 말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수정을 특별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해방공간에서 이념적 혼란을 이용하여 친일파들이 그들의 치부를 가렸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그 케케묵은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친일세력들에게 민족적 공분을 느끼며 그들의 불순한 의도에 맞서 역사적 진실을 교육해야 할 교사로서의 무거운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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