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모두들 사랑하게 하소서
새해에는 모두들 사랑하게 하소서
  • 경남일보
  • 승인 201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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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 신지식인)
야생동물들은 왜 싸울까. 수컷의 경우 암컷을 차지하여 종족을 보존하고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암컷은 자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주로 싸운다고 한다. 이는 온전히 힘의 논리에 의해 살아가는 것으로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과 같은 말로써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성적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왜 싸우는 걸까. 이 지구상에 국가는 242개국이 있는데 그 중 현재 내전과 같은 전쟁이나 각종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가 36개국이 넘는다고 한다. 영토, 자원, 인구, 환경, 문화, 종교, 수자원, 인권, 인종 등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다투고 있어 야생동물의 생존경쟁과 흡사할 정도다. 국내로 시선을 옮겨 보면 양극화 문제, 지역 간 세대 간 분열문제를 비롯해 사회복지정책, 교육 등의 사안을 놓고 이해 당사자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보여 국론 분열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지출이 초래되고 있다. 여·야 정치인이 싸우고, 노·사가 싸우고, 보수와 진보, 수구세력과 신진세력이 싸우며, 좌파와 우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싸우고, 기득권자와 그렇지 못한 자, 배운 자와 배우지 못한 자가 언제나 싸우는 현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싸움의 면면도 막말이 오가고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처럼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보는 입장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는 이질적인 집단이 아닌 단군의 핏줄을 이어받은 배달민족으로 따지고 보면 모두 한 형제자매인데 왜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걸까. 물론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싸움들은 싸움을 위한 싸움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어 우려가 크다. 최근 청소년들의 싸움을 보면 정말 잔인하고 끔찍한데, 이러한 현상에는 기성인들의 질 낮은 싸움이 주는 학습효과도 분명 큰 원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학생들에게 건전한 이성교제를 권유하듯이 싸움도 깨끗하고 건전하게 싸우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건전이 무엇인가.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참되고 바르고 도덕적인 상태를 말하지 않는가. 결국 우리 기성인들이 먼저 건전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싸우는 목적도 승자와 패자를 가리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윈윈(win win)하기 위한 것이지 않는가. 따라서 이제 싸움을 하더라도 스포츠 게임과 같이 룰을 지키며 싸워야 한다. 게임이 끝나면 서로 축하해 주고 위로도 해주며 말이다.

2014년은 갑오년으로 청마의 해라고 한다. 말은 성공과 행운을 상징하며 역동적이고 활동적이고 진취적이고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새해엔 우리도 이러한 청마처럼 역동적인 변화와 성공을 기대하며 지금까지의 싸움을 접어두자. 싸움이 격해지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결국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는데, 한 민족 한 동포로서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사랑하자. 나아가 세계 인류평화를 위해 세계인 모두를 사랑하자.

사랑은 결국 용서다. 최근 타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우리는 위대한 영혼이라 부른다. 그는 백인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하다 27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그는 1994년 대통령이 된 뒤 자신과 흑인들을 탄압한 그 백인들을 용서했다. 집권한 뒤 그가 임명한 첫 부통령은 백인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었으며 흑백차별정책을 주도한 정보책임자와 자신에게 종신형을 구형한 검사를 대통령 관저에 초대해 극진히 대접했다. 또 자신이 투옥했던 감옥의 교도소장을 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생을 통해 ‘사람들이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는 신념을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실천한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이 가장 아름답게 생각하는 단어도 바로 사랑이다. 이러한 바람으로 간절히 기원해본다. 부디 새해에는 이웃사랑이 사랑을 실천하는 시작이오니 모두들 사랑하게 하소서.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 신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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