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게 산다는 것
어질게 산다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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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엊그제 만났던 사람끼리도 새삼스레 서로 덕담을 나누기 마련이다. 이즈음에 흔히 어른들께서 젊은이들에게 주는 덕담 가운데 ‘어질게 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어질게 사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만한 가르침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남들과 다투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정도로만 이해하면서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아 왔다는 뜻이다.

이 부분을 좀 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논어’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어질 인(仁)’이란 글자를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임을 강조한 사람이 바로 공자이니 말이다. 논어 양화(陽貨)편에 실린 공자와 그의 제자 자장(子張)의 대화를 보면 어질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자장이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는 “세상에 살면서 다섯 가지를 행할 수 있다면 인(仁)하다고 할 수 있지”라고 대답했다. 자장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청하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다섯 가지란 공손함(恭), 너그러움(寬), 신뢰감(信), 민첩함(敏), 은혜(惠)를 말한다. 공손하면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이 없고, 너그러우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되고, 내가 미덥게 하면 사람들이 나를 의지하게 되고, 내가 일을 민첩하게 처리하면 자연히 공을 세우게 될 것이고, 내가 남을 은혜롭게 대하면 남을 부리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참으로 좋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자신을 다스리면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살다보면 공손하게만 대할 수 없는 사람도 만나기 마련이고, 너그럽게만 대해서도 안 되는 인간을 접하는 경우도 당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때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래서 공자의 말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처럼 ‘어질게’ 살아 보려고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은 지금이나 공자 시대나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래서 공자는 제자 자로(子路)와의 대화를 통해 인(仁)을 추구하는 삶이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 일러 주었다. “인(仁)을 좋아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음(愚)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好仁不好學 其蔽也愚)”라고 말이다.

노자(老子)는 “진정 지혜로운 자는 간혹 바보처럼 보일 때도 있다.(大智若愚)”라고 하였는데, 비슷해 보여도 이건 경우가 다른 말이다. 노자의 말은 간혹 바보처럼 보이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이로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뜻일 뿐이다.

어질게 살라는 말이 바보처럼 살라는 뜻은 아니다. 공자의 말씀을 종합해 보면 어질게 행동해야 할 때 어질게 행동하는 것은 미덕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어질게 행동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말이다.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럽다. 그래서 여기저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많다. 내가 바보스럽게 사는 건 아닌지 곰곰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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