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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봉우리가 연출하는 그림같은 산세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85>진안 구봉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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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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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의 아기자기한 봉우리들.

▲국내에는 봉우리가 연이어진 산이 몇 개가 있다. 고흥 팔영산, 보은 구병산, 진안 구봉산이 그것이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산을 꼽으라면 구봉산을 꼽겠다. 구봉산은 9개의 봉우리가 만들어 내는 산의 형세가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으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팔영산은 규모가 크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산세가 부채꼴 형태로 단순하고 구병산은 봉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병풍 같은 느낌이 든다. 이와는 달리 구봉산은 아주 적당한 크기의 예쁜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1봉에서 8봉까지 산행을 해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기자기한 멋에 빠져들게 된다. 설악산 공룡능과 금강산 만물상의 미니어처, 혹은 잘 조성된 큰 정원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그런 것만 있을까. 8봉까지가 그런 류의 아름다움이라면 마지막 9봉은 큰 산의 포스가 느껴진다.

1002m의 높은 산이 만들어 내는 위용과 깎아지른 통곡의 바위벽이 거산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막판 오름길에선 ‘얕보면 큰 코 다친다’는 경고장이라도 던지는 것 같다. 그래서 구봉산은 아기자기한 멋과 거산의 면모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9봉 아래 지릉에서 8봉우리를 쳐다보면, 기암절벽과 마루금이 그려내는 구도와 선이 아름답다.

‘운장’ ‘구봉’으로 불렸던 조선중기 성리학자 송익필(1534∼1599)은 말년에 구봉산 줄기 운장산 기슭 오성대에 살았다. 그는 청년기에는 잘 나갔다. 재능이 많고 문장력이 뛰어나 당시 최고의 학자 율곡 이이와 언어의 마술사 송강 정철 등과 함께 성리학, 예학을 논하며 교류했다. 장년기에 들면서 평민신분인 할머니, 선친으로부터 이어진 역모와 그 복수의 업이 그에게까지 미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요즘이야 연좌제가 폐지됐지만 이 시기에는 이런 것들이 용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작 자신은 벼슬에 나가지 못하고 초야에 묻혀 살수 밖에 없었다. 결국 말년에 구봉산 줄기 운장산(주줄산)에서 후학 양성에 몰두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까지 주줄산으로 불리던 산이 그의 자 ‘운장’을 따 운장산으로 바뀌게 된다. 송익필의 유명세가 산 이름을 바꾼 격이다. 당시 그가 썼던 글들을 모아 책을 냈었는데 호를 따 ‘구봉집(龜峯)’이다. 한자 ‘거북구’를 쓰는 구봉은 경기도에 있는 구봉을 말하며 진안의 구봉산과는 다르다. 우연하게도 운장산 옆에 구봉산이 있는 것이다.

▲구봉산(1002m)은 전북 진안군 운봉리와 정천면 봉학리의 경계에 있는 산. 봉우리가 9개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봉 9봉은 천황산이라고도 한다. 산세가 아름답고 단풍과 설경 운해의 명소로 알려지면서 전국의 등산객 및 사진가들이 많이 찾아온다.

▲산행은 양명마을 대형주차장→양명교→갈림길→능선→1봉∼8봉(7,8봉은 공사 중 폐쇄)→돈내미재→9봉→ 바랑재 →멸치골→경주김씨 돌무덤→별장→공사 중단된 폐교회→정주천로 →걸어서 원점회귀. 대략 5시간이 소요된다.

▲양명마을 주변 도로 옆 대형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다. 주차장 대형 입간판에 ‘진안의 숨은 명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오전 8시 55분 주차장을 출발해 산으로 향한다. ‘구봉산 2.8km 복두봉 5.8km 운장대 11.4km’ 이정표와 산행지도가 설치돼 있어 참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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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산들은 차라리 큰바다 큰파도처럼 보인다.


양명교를 건너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면 ‘공사 중’ 입간판 있는 곳에서 오른쪽 등산길로 방향을 튼다. 초입의 오름길 양옆으로는 둥치가 작은 잡목들이 대부분이고 등산로 일부에는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오전 9시 20분 ‘구봉산 2km’ 이정표가 있는 첫 능선에 올라선다. 정면에 첩첩이 쌓인 봉우리들이 나무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며 서막을 연다. 왼쪽에 바위벽처럼 보이는 산이 마지막 9봉이고, 오른쪽 정면에 아기자기하고 올록볼록한 바위봉이 1∼8봉이다.

주릉에 선다. 갈림길에서 주릉 오른쪽 20m지점이 1봉. 첫 번째 봉우리로 발아래 양명마을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스라히 먼 곳까지 산첩 골첩 사이 사이에 안개가 가라앉았는데 드넓은 바다에 파도처럼 보인다. 그것이 큰 바다와 그 파도라면 이 산은 그 위를 항해하는 배가 된다. 끄트머리에 서면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2봉은 높이 720m다. 바위벽에 붙어사는 토종 소나무가 정원의 분재처럼 기이하다. 이끼류는 추위와 가뭄 때문인지 회색으로 빛이 바랬다. 오르는 재미, 보는 재미, 설악산 울산바위, 공룡능선의 미니어처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사가 큰 곳에서는 사다리를 타는듯하고, 낭떠러지 좁은 길을 걸어갈 때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느낌이 든다.

3봉은 728m다. 고스락 적당한 위치에 토종소나무가 조경수처럼 서 있다. 4봉에는 팔각정 전망대 공사가 한창이다. 5봉과 연결하는 국내 최장 100m짜리 산악현수교가 올 연말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5봉은 742m이다. 고스락엔 소나무 대신 참나무 등 활엽목이 자라고 있다. 5봉에선 제법 많이 내려선다. 바위들도 날카롭고 경사가 크기 때문에 로프와 난간에 의지해 안전산행을 해야 할 구간이다.

6봉 732m, 활엽 잡목이 혼재해 있다. 7봉 8봉은 폐쇄됐다. 현재 등산로와 구름다리 설치관계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산허리를 돌아서 가야한다. 수려한 조망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 봉우리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번에 진안군에서 새롭게 시설을 하고 있다. 전망대와 파노라마테크도 조성할 예정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빼어난 바위 봉우리, 비경,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8봉아래 돈내미재에서 구봉산 정상구간은 지리산 천왕봉 가는 코스보다 험난하다. 고도 700m지점에서 1000m까지 300m를 끌어올리는데 거리가 불과 500m다.

오전 11시 30분 거대한 암벽을 머리 위에 두고 기어가듯이 통과해야만 9봉으로 갈수 있다. 이 구간에 겨울에만 일시적으로 생겨나는 빙폭까지 벼랑에 걸려 있다. 배흘림기둥처럼 불룩하게 생긴 얼음기둥이 머리 위에 걸려 있어 위태롭고 불안하다. 얼음덩이가 통째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9봉에 접근하면 할수록 최고의 경사도를 자랑한다. 응달진 곳이어서 최근 내린 눈이 산비알에 그대로 붙어있어 고산등반을 하는 기분이 든다. 길의 끝에 파란 하늘이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인 줄 알고 마지막 피치를 올렸으나 아니다. 9봉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 올라온 것만큼 더 올라야한다. 처음에 얕봤다가 마지막에 호되게 걸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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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9봉의 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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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폭


낮 12시 조금 넘어서 구봉산에 도착한다. 사방의 눈쌓인 산봉우리가 부채살처럼 펼쳐져 있다. 남쪽 멀리 선명한 마이산, 동쪽에 용담호, 서쪽에 복두봉· 운장산, 북쪽에 명도봉이다. 이산 옆 운장산 오성대에서 말년을 보냈던 송익필은 당대 8대 문장가로 명성을 떨쳤다. ‘산행(山行)’이라는 시는 그가 떠난 지 40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할 보석처럼 빛나는 명문이다.

/산길을 가다보면 쉬는 것을 잊게 되고/앉아서 쉬다보면 가는 것을 잊어 버리네/소나무그늘 아래 말을 세우고/가만히 물소리를 듣기도 하네/뒤에 따라오던 사람 몇이나 나를 앞질러 갔나/모두 제갈길 가는 데 또 무엇을 시비 하겠는가/

당시 당쟁 파당과 관련, 어지러운 세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달관의 경지, 고등한 사고를 했던 단면을 보여준다.

정상에서 살짝 벗어나면 전망 좋은 마당바위가 나온다. 휴식 후 바랑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왼쪽은 천길 낭떠러지다. 낭떠러지 건너, 지나왔던 9개의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촬영의 포인트가 되는 지역이다. 가을 날 이른 아침의 풍경이 좋다. 인근 용담호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크고 작은 9개의 봉우리가 조화를 이룬다. 한낮 순광은 좋지 않다. 왼쪽 낭떠러지에 눈이 나무에 걸쳐 있어 발을 헛디딜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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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고드름




오후 2시, 바랑재에 도착한다. 직진해도 하산할 수 있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왼쪽 길을 택해서 내려선다. 급경사이다. 바랑재에서 5분정도 내려가면 특이한 것을 하나 볼 수 있다. 작은 동굴 안에 역고드름이 형성돼 있다. 역고드름은 땅에서 거꾸로 자라는 고드름을 말한다. 낙수에 의해 생기는 것과는 다르다. 덕유산 오수자굴의 역고드름이 유명한데 규모는 작아도 이곳의 역고드름도 신기하다.

중간에 왼쪽 능선으로 가는 길을 따르면 돌로 쌓은 경주김씨 산소가 하나 있다. 이곳도 사진촬영의 포인트가 되는 지역이다.

오후 3시 10분, 민가가 보이고 폐교회 옆길을 따라서 정주천로에 닿으면 산행이 종료된다. 도로를 걸어 다시 주차장까지 원점회귀하려면 10여분이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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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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