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꽃피는 기부문화, 지역발전의 밑거름
대학에서 꽃피는 기부문화, 지역발전의 밑거름
  • 경남일보
  • 승인 201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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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기부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는 부인과 함께 19억 달러(약 2조35억원)를 기부해, 지난해 11월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의 고액 기부자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부부의 누적 기부액은 3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가히 세계 최고다.

누구든 자기 재산을 내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게 번 돈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연말 전북 전주시의 ‘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는 한겨울 추위를 훈훈하게 녹여주었다. 이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처음 성금을 기부한 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4년째 몰래 나타나 이웃돕기 성금을 놓고 갔다고 한다.

경상대학교에도 이와 같은 미담 사례가 있다. 2012년 12월 말 경상대 발전기금 계좌에 1억 원이라는 거금이 입금돼 담당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닿은 기부자는 이름을 절대 밝히지 말아 줄 것을 거듭 요청하였다. 그런데 자신을 평범한 동문이라고만 밝힌 이 분은 놀랍게도 정확하게 1년 뒤인 2013년 12월 말에도 1억 원을 경상대에 기부해 주셨다. 총장으로서 직접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으나 쉽지 않아 감사의 편지밖에 드리지 못하였다. 한 동문의 모교발전을 위한 순수한 정성에 많은 감동을 받았으며 이 분의 뜻을 기리는 기금으로 적립할 생각이다.

대학에서 동문이나 지역인사, 출향인사들에게 발전기금 출연을 부탁드리다 보면 많은 사연을 가진 분들을 접하게 된다. 가령, 어떤 문중에서는 자신들의 조상이 대단히 훌륭한 분이었으나 스스로 조상의 공적을 현창(顯彰)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이론적인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대학교에 학술 연구를 부탁하면서 그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발전기금을 기탁하는 경우도 있다. 청주한씨(淸州韓氏) 병사공파(兵使公派) 문중이나 대소헌(大笑軒) 조종도(趙宗道) 선생의 후손이 그런 경우이다. 또한 대학에서 설립한 산학협동연구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기술이전과 다양한 형태의 산학협력을 위해 발전기금을 출연해오기도 했으며, 경상대학교 졸업생들을 고용하여 회사가 성장하였다고 기부하시는 분, 지역에서 향토음식점을 운영하시는 분, 병원을 운영하시는 분, 사업을 하시는 분 등 그 직종도 매우 다양하다.

경상대는 교수·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자신이 처한 여건과 역량을 활용하여, 지역사회를 위해 교육기부, 재능기부, 교육봉사 등을 실시해오고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초등·중등학생들에게는 대학의 전공을 체험하게 해 주고, 평생교육원을 개설하여 지역 주민들의 평생학습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각종 위원회에의 참여를 비롯해 의료 봉사, 인문도시 사업, 인근 군부대를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연, 대학기술봉사단, 헌혈 봉사, 농어촌 봉사활동, 과학캠프, 통역봉사, 해외봉사활동 등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상대는 지난해 연말 교육부로부터 제2회 대한민국 교육기부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일찍이 우리 역사 속에서 경주 최씨(慶州 崔氏)의 기부활동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집안의 유명한 육훈(六訓)이 있는데, 그 중에서 “만 석 이상 되거든 사회에 환원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라”는 가르침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감동을 전해준다.

대학을 둘러싼 사회, 즉 지방자치단체, 기업, 동문회, 사회단체 등은 대학의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고, 또한 대학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산학협력, 인재양성, 교육기부로 보답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나눔 문화, 베푸는 문화가 널리 퍼지게 되기를 바란다. 새해에도 이러한 문화가 더욱 확산되어 경남지역사회와 경상대학교가 상생(相生)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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