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최윤희 시인)
속이 쓰려 복국을 먹는다.
누가 독을 탓는지 속이 시원하다.
독에는 가시가 있어
씹을 때 찌릿찌릿한 전기가 통한다.
독은 살아 있다는 증거
눈물이 흐를 때 비로소 독이 생긴다.
새파란 고사리 줄기도 그렇고
감자 어린 싹도 독기를 품고 자란다.
치명적인 독은 달다.
소싯적 내 가슴에 쏜 것도 독화살이었고
사랑한다는 말에도 달콤한 독이 들어 있었다.
독은 독할수록 맛있다.
서로 목을 걸기 때문이다.
※작품설명: 한 방울의 정갈한 독으로 준비한 나의 사랑은 언제나 절벽 끝의 예술이다, 독샘 가득히 고여 있어 대상과 결과는 한 방이면 족하다, 당신의 심장을 멎게 할 그 지고한 순간들. 저 순한 감자마저 푸른 사랑을 독으로 돌려 새싹 틔우지 않는가. 목숨을 담보하여 치명적일수록 더 독하다.(주강홍 진주문협회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