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선”과 독도
“평화선”과 독도
  • 경남일보
  • 승인 201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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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우리나라는 무슨 선(Line)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나라인 것 같다. 우선 3.8선으로 나라가 둘로 갈렸다. 둘째 맥아더라인으로 한·일간의 해상경계선이 설정되었다. 셋째는 애치슨 라인으로 인해 6.25라는 비극을 만났다. 그 비극은 보자기 같이 생긴 클라크 라인에 의해서 가까스로 결말을 보았다. 그러나 또 다른 클라크 라인과 함께 3.8선에 대체되는 휴전선이 생기면서 우리나라는 또다시 분단국의 운명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라인과 라인이 이어지면서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어 진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거론한 라인은 우리의 뜻과는 관계없이 모두가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체적으로 우리의 이익을 위해 지상에서건 해상에서건 자랑스럽게 그어 놓은 선으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선포한 ‘평화선’ 하나가 있다. 일본은 이 선을 평화선이라 부르기를 거부 하면서 ‘리(Rhee) 라인’ 또는 ‘이승만 라인’이라 부른다. 정부에서는 그들이야 무어라 부르건 ‘인접해양에 대한 주권에 관한 선언’이라 명명하였다. 1952년 1월 18일 국무원 고시 14호(관보 호외)로 발표된 것이다.

이 선언에서 정부는 한반도와 주변 도서지역의 해안으로부터 20~200해리에 달하는 수역에 경계선을 설정하고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 선언은 샌프란시스코조약(1951년 9월8일)의 발효에 따라 한·일간 어업경계선 역할을 담당하였던 맥아더라인의 폐지가 예상되고 일본어선에 의한 우리 어업자원의 고갈과 어민의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해양주권 확보와 자조권 행사를 위한 조치였다”(국가기록원). 아직 해양법에 관한 일반적인 인식이 보편화 되어있지 않은 시기에 어업경계선과 해양주권을 선언하였으니 국제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이를 지켜보았겠는가는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평화선 발표 이후 국제적인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우리정부는 평화선은 영해선이 아니라고 누누이 해명하는 장면을 무수히 보아왔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렇게 위축된 자세로만 평화선을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해양법 전문가들과는 달리 평화선은 반일감정이 남다른 이박사의 역사의식에서 출발 한 것이라 본다. 일본은 언제나 어부를 앞장 세워 한국을 침략해온 역사로 보아 그런 왜구적 습성을 미연에 방지하고 우리의 영토를 지켜 나가려면 일본에 대한 북방한계선이 필요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생각이 곧 평화선을 선포한 계기가 되었다고 보고 싶은 것이다. 말하자면 클라크가 한반도 육지에서 형성된 휴전선에 연이어 해상의 경계선으로 NLL을 선포한 것처럼 한일간의 해상경계선을 평화선이라는 이름으로 선포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한반도에서 NLL이란 무엇인가? 한반도에서의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해상경계선이다. 그렇다면 평화선 역시 한국과 일본간의 분쟁종식을 위한 해상경계선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에 ‘신(新)한일 어업협정’을 맺으면서 우리가 온전하게 주권을 행사 하여야 하는 ‘평화선방식을 포기’하고야 말았다. 이로 인해 독도문제가 다시 불거졌다.(이상면). “멀쩡한 우리의 영토인 독도주변의 해역을 일본과 한국이 공동관리”토록 하였기 때문이다. 울릉도와 독도도 분리해 놓았다. 독도가 울릉도의 속도(屬島)라는 개념조차 흐리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협정15조에서는 “어업에 관한 사항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害)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된다”로 못 박았다. 이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여러 정항으로 보아 독도에 대해 아무런 말도 못할 처지에 있는 일본에게 우리와 똑같이 1대1의 관계처럼 말할 권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해 준 꼴이 된 셈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이 대통령이 선포한 평화선을 법리에 따라 살리는 길은 ‘신 한·일 어업협정’을 어떻게든 개정하는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승만의 평화선 선포일에 즈음해서 우리가 다시 한번 돌이켜 보아야 할 한·일간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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