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못하는 여행, 쉴 수 없는 휴가의 문화
떠나지 못하는 여행, 쉴 수 없는 휴가의 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4.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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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매일 우는 소리하기 싫지만 난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많아…, 항상 앓는 소리 달고 살지만 난 떠날 수 없이 일들이 많아, 안정된 직장, 4대보험, 몇 년간 부은 적금통장, 눈여겨본 부동산 때문이야….” 세 남자 가수가 함께 부른 ‘당신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라는 노래의 가사다. 이 노래는 함부로 쉴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우리들의 여행문화의 현실과 처지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우리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
우리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 마음먹은 대로 자유로이 떠날 수 없는 여행과 휴가는 문화의 문제이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과 시간이 있다면 당장 해보고 싶은 것이 여행이다. 하지만 실상은 마음 놓고 일손 놓고 떠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행과 휴가를 마음먹은 대로 소비하는지 알려면 연중에 제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휴가기간에 ‘제대로 휴가를 떠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최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차 유급휴가의 사용률을 보면 절반 이하밖에 안된다. 연차휴가는 휴가일 평균 15일 중에서 7일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휴가를 반납하고 여행이나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자유로이 떠나고 싶어하면서도 유독 휴가를 사용하는 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가. 작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없었던 주된 원인으로 휴가사용에 대한 회사 내의 경직적인 분위기를 꼽았다. 상급자의 눈치 살피느라 휴가신청을 못하는 우리 직장 특유의 계급사회 속에서 자유로운 휴가사용을 억압했다. 근로자의 눈치는 질 높은 노동력에만 의존해온 근로문화가 고착되어 휴가를 죄악시하는 뿌리 깊은 직장문화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그런 근로문화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 일손을 놓지 못한다. 우리가 마음 놓고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휴가를 대하는 편향되고 경직된 문화로부터 생긴 것이다.

경직된 휴가의식은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없고 제대로 쉴 수 없는 사회를 만든다. 그런 점에서 국가 원수들의 휴가는 상층부에서 시작된 우리 휴가문화를 생성하는 진원지라는 점에서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 정상들은 1년에 한 달 이상 휴가를 즐긴다.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 일수는 33일이나 된다. 가장 유별난 휴가를 보내는 대통령은 러시아의 푸틴이다. 그는 웃통을 벗어젖힌 채로 말을 타는 사진으로 마초적 이미지를 과시하기도 하다가 최근에는 21㎏이나 나가는 강꼬치를 낚은 사진을 자랑하다가 조작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평소 검소하기로 소문난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스키를 타다가 골절상을 입었다는 뉴스는 총리가 다쳤다는 사실보다 국가 수장이 한가하게 스키를 탔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다른 국가원수들의 휴가 행태가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한 뉴스거리가 되는 것은 얼마나 우리 휴가문화가 그들과 다른가 보여주는 사실적 증거가 된다.



떠날 수 있는 여행문화를 만들자

며칠 전 우리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연초휴가는 국정보고서 검토와 강아지 돌보기로 집약된다. 한술 더 떠서 야당의 휴가를 대하는 정략적 논평마저 휴가기간 동안 경색된 정국을 풀어낼 해법을 가지고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숙제를 듬뿍 지웠다. 그러다보니 총리의 공무원 휴가 보내기에 대한 업무지시도 공직기강을 강조하게 되고 공무원들은 윗선의 눈치 봐가면서 알뜰(?)한 휴가를 보내게 된다.

물론 대통령의 휴가행태가 우리사회 전반의 휴가문화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여행과 휴가문화 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세네카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일로부터 비롯된 자신의 잘못과 우울한 기분, 일시적인 욕망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마음먹으면 떠날 수 있는 여행,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휴가를 보내는 문화를 만들어 보자. 본래 우리는 여행을 즐거워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존재가 아닌가.
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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